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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9 (화)

리브라 합의알고리즘 '핫스터프' 개발자가 만드는 블록체인 플랫폼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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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브라가 응용한 '핫스터프' 합의알고리즘 개발자 테드 인(Ted Yin)

코넬대 교수의 블록체인 스타트업 '아바랩스' 합류

아바랩스의 블록체인 플랫폼 '아발란체', 보안성·생존성 잡은 합의알고리즘 개발

다양한 개발 언어도 지원···"그 어떤 디앱도 수용 가능"

서울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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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스북의 암호화폐 프로젝트 ‘리브라(Libra)‘는 지난 6월 공개한 자체 블록체인 플랫폼 백서에서 “BFT(비잔틴장애허용) 계열 알고리즘인 ‘핫스터프(Hot-Stuff)’를 응용해 합의알고리즘을 개발했다”고 밝혔다.

코넬대에서 박사과정을 밟고 있는 테드 인(Ted Yin) 아바랩스(Ava Labs) 공동창업자 겸 수석 프로토콜 아키텍트도 핫스터프 논문의 제1저자로 참여했다. 그는 지난 5일 디센터와의 인터뷰에서 “핫스터프 연구에 참여했지만 현재는 아바 랩스에서 블록체인 플랫폼 ‘아발란체(Avalanche)’를 개발하는 데에 집중하고 있다”고 밝혔다. 아바랩스는 에민 건 시러(Emin Gun Sirer) 컴퓨터공학과 교수와 박사과정 연구원들이 함께 만든 블록체인 스타트업이다.

아발란체는 합의알고리즘이 풀어야 할 두 가지 이슈인 보안성(Safety)과 생존성(Liveliness)을 모두 해결한 플랫폼이다. 보안성은 노드(블록체인 네트워크 참여자) 중 일부가 악의적인 행동을 하더라도 네트워크가 합의에 도달하도록 보장하는 것을 말한다. 생존성은 악의적인 노드가 일부 있더라도 블록 생성이 지속되게 하는 것을 뜻한다. 보안성을 보장하면 생존성이 약해지고, 생존성을 보장하면 보안성이 약해지는 게 일반적이다. 비트코인의 나카모토 합의알고리즘은 생존성을 위해 보안성을 포기한 알고리즘으로 불린다.

반면 코스모스의 텐더민트 같은 BFT(비잔틴장애허용) 계열 합의알고리즘은 보안성을 확보했으나 생존성이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는다. 비잔틴장애란 블록체인 네트워크에 악의적인 노드가 존재할 때 잘못된 합의가 이뤄지는 문제를 말한다. BFT 계열 합의알고리즘은 악의적인 노드가 전체의 3분의 1 이상이 되지 않는 한 비잔틴장애에도 개의치 않고 안전한 합의를 보장하는 알고리즘이다. 즉 보안성을 보장한다. 다만 합의를 보장하느라 거래처리 속도가 느려지고, 블록 생성이 지속되지 않는 경우도 발생해 생존성이 떨어진다.

그런데 아발란체의 메타(Meta)합의알고리즘은 전체 네트워크에서 일부 노드를 임의로 추출해 합의에 이르게끔 하는 방식으로 보안성과 생존성 두 마리 토끼를 잡았다. 임의 추출을 반복적으로 함으로써 합의에 이르는 시간은 단축하지만, 합의 자체는 보장하는 것이다. 테드 인 창업자는 “아발란체 프로토콜에서 합의에 이르는 과정은 사람들 사이에서 ‘소문’이 퍼져나가는 방식을 생각하면 된다”며 “아발란체 플랫폼에서 합의는 전체 네트워크에서 소규모의 참여자를 임의 추출해 의견을 묻는 랜덤 샘플링(Random Sampling) 설문조사 방식으로 진행된다”고 설명했다. 예를 들어 1만 명이 속한 네트워크에서 5명의 참여자를 임의로 추출하고 그들에게 빨강색과 파랑색 중 어떤 색을 택하겠느냐고 묻는 식이다. 이를 반복하다보면 전체 네트워크에서 우세한 내용으로 합의 결과가 기울고 마침내 동일한 합의 내용에 이를 수 있게 된다. 테드 인 창업자는 “영어로 ‘눈사태’를 뜻하는 아발란체(Avalanche) 이름처럼 산꼭대기에서 굴러가는 눈송이가 점점 커지듯 네트워크에서 합의에 이루는 과정도 갈수록 빨라진다”고 덧붙였다.

테드 인 창업자는 “코스모스 등 다른 블록체인 플랫폼과 비교했을 때 아발란체가 가진 강점은 네트워크 참여자를 임의로 추출해 합의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합의를 보장하기 위해 네트워크 참여자를 모두 알아야 하는 코스모스와 달리, 아발란체는 참여자를 모두 알 필요가 없다. 따라서 확장성이 더욱 확보된다. 그는 “BFT 계열이기 때문에 악의적인 노드에 의해 발생할 수 있는 문제를 해결할 수 있고, 비트코인의 나카모토 합의알고리즘처럼 생존성도 보장한다”며 “이미 코스모스의 텐더민트보다 거래 처리속도도 빠르다”고 강조했다.

메타 합의알고리즘은 오픈소스로 모든 개발자에게 공개돼있다. 이를 기반으로 개발자들에게 도움이 되는 블록체인 플랫폼을 만드는 게 아바 랩스의 전략이다. 테드 인 창업자는 “오픈소스, 탈중앙화 자체가 마케팅 전략이라고 생각한다”며 “기술을 먼저 개발하고 마케팅에 나서는 게 아발란체의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아바 랩스는 다양한 개발 언어를 지원한다. 어떤 개발 언어를 쓰든 아발란체 플랫폼 위에 디앱(DApp, 탈중앙화 애플리케이션)을 만들 수 있도록 한 것이다. 또 아발란체 플랫폼과 연동되는 디앱만의 블록체인 레이어도 구축할 수 있으며, 자체 토큰도 발행할 수 있다. 테드 인 창업자는 “우리가 USB 한 개를 여러 컴퓨터에 꽂을 수 있는 이유는 USB 규격이 표준화돼있기 때문”이라며 “마찬가지로 아발란체도 모든 디앱을 포괄할 수 있는 플랫폼의 표준이 되고자 한다”고 밝혔다.

개발자뿐 아니라 일반 이용자를 끌어들이는 것도 아바 랩스의 계획이다. 테드 인 창업자는 “누구나 노드가 될 수 있도록 플랫폼을 최대한 오픈소스로 공개할 것”이라며 “탈중앙화를 점차 강화하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허가 받은 노드만 네트워크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하는 일부 플랫폼에 대해선 “블록체인 네트워크는 언제나 참여자를 환영해야 하며, 허가형으로 노드를 끌어들이는 방식은 아발란체가 추구하는 바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박현영기자 hyun@decente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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