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정광연 기자 =#A씨(여, 67세)는 치매입니다. 건망증이 심해져 고민하던 시기, 우연히 알게된 지역 치매안심센터에서 치매조기검진을 받았습니다. 결과는 치매고위험군. 행동치료로 충분한 관리가 가능하다는 전문가 조언에 따라 매주 2번씩 미술치료와 운동 프로그램을 병행하는 중입니다.
B씨(남, 44세)의 어머니는 치매입니다. 집 근처 치매안심센터에서 또래 어르신들과 함께 그림도 그리고 운동도 하며 ‘관리’를 받는 중입니다. B씨는 치매안심센터에서 가족이 함께 치매를 극복하는 법에 대한 교육도 받고 있습니다. 가장 힘든 사람은 치매환자 본인. B씨가 항상 기억하는 말입니다.
치매. 멀고도 가까운, 익숙하지만 두려운 단어가 아닐까요. 사실 치매는 이미 우리 사회 깊숙이 들어온 사회문제입니다.
11일 보건복지부의 ‘2018 대한민국치매현황’ 보고서에 따르면 2017년 기준 국내 치매환자수는 약 70만명으로 전체 65세 이상 노인인구 706만명의 10%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가족을 포함한 주변 어르신 열명 중 한명은 치매인 셈입니다.
급속한 고령화를 감안하면 치매는 심각성은 더욱 커집니다. 각종 보고서에서 전망하는 치매환자는 2020년 84만명, 2030년 127만명, 2040년 196만명을 넘어 2050년에는 270만명까지 증가한다고 합니다. 늙으면 암보다 치매가 무섭다는 말이 가볍게 들리지 않는 이유입니다.
다행히 치매에 대한 정부 차원의 대응은 오래전부터 착실하게 진행중입니다. 특히 서울시는 서울특별시광역치매센터(서울광역치매센터)를 중심으로 25개 자치구 전역을 관리하는 통합시스템을 마련해 다양한 치매관련 사업을 펼치고 있습니다.
서울시 치매관리사업은 치매 예방 교육과 조기검진 및 치료 지원, 다양한 등록관리 및 인지재활 프로그램 제공, 치매 종합정보시스템의 구축 등 다양한 측면의 관리 서비스를 체계적이고 통합적으로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이른바 ‘부모세대’ 문제임과 동시에 우리 모두의 ‘가족문제’이기도 한 치매. 대학로에 위치한 서울광역치매센터를 찾아 치매관리사업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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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문을 연 서울시광역치매센터는 인구 1000만 서울시의 치매관리사업을 총괄하는 콘트롤타워입니다. 서울대학교 병원이 위탁운영하는 전문 기관으로 산하 25개 자치구 치매안심센터(지원센터)와 함께 △치매예방 및 인식개선 △치매조기검진 △치매등록관리 △치매지역자원 강화 △치매정보시스템 구축 등의 사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2010년부터 센터장을 맡고 있는 이동영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노인인구 중 10%가 치매환자인데 중요한 건 나이가 많을수록 치매유병률도 높아진다는 점이다. 85세를 넘기면 3명 중 1명은 치매다. 급속한 고령화를 감안하면 치매는 단순히 나이든 사람의 이야기 아니라 우리 모두가 마주할 문제”라고 설명했습니다.
실제로 2017년 기준 70만명에 달하는 치매환자의 연령별 분포도는 △66~69세 4.5%(3만1427만명) △70~74세 9.6%(6만7856명) △75~79세 25.4%(17만9075명) △80~84세 27.7%(19만5704명) △85세 이상 32.8%(23만1412명) 으로 나타났습니다. 나이가 많을수록 유병률이 급격하게 높아지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치매를 일종의 ‘불치병’으로 생각하고 있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습니다. 치매 역시 조기에 발견하면 충분한 대응이 가능합니다.
이 센터장은 “치매 판정을 받은 환자가 8년동안 꾸준히 치료를 받으면 중증환자로 악화될 가능성은 20%에 불과하지만 관리없이 8년이 지난다면 90%가 거동조차 쉽지 않은 상태로 요양원으로 가야하는 상황이 발생한다. 치매를 조기에 발견하고 적절한 치료를 받는 건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우리나라는 기대수명은 82.5세. 2045년이면 전체 인구 중 46.5%가 65세 이상의 노인이 될 전망이라고 합니다. 이대로라면 치매는 노인 10명 중 1명에게 해당하는 문제가 아니라 피할 수 없는 사회적 문제가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치매조기 검진의 필요성이 더욱 강조되는 이유입니다.
이렇게 중요한 치매조기검진, 방법은 생각보다 쉽습니다. 25개 자치구에 마련된 치매안심센터를 방문해 간단한 검진만 받으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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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전화나 방문, 인터넷 등을 통해 기초 상담 및 예약을 합니다. 이후 안심센터를 방문해 치매선별검진도구(MMSE-DS)를 이용한 인지기능 저하 여부를 확인합니다.
검사 결과 인지저하로 나타난다면 치매신경심리평가와 함께 전문의 진단이 진행됩니다. 진단 후 △치매 △치매고위험 △정상 등으로 분류되고 이에 따라 안심센터에서 받을 수 있는 서비스 및 관리가 이뤄집니다.
3단계에서 치매 진단을 받으면 원인 파악을 위해 확진검사를 받게 되는데, 안심센터에서는 이를 위해 병원에서 뇌영상 검사 및 기타 진단 의학적 검사를 받을 수 있도록 연계 서비스를 제공합니다. 저소득층의 경우 무료 지원을 받을 수 있습니다.
◆100세 시대, 치매와의 ‘동행’ 위한 ‘천만시민 기억친구’
치매안심센터의 역할은 이뿐만이 아닙니다. 치매예방을 위한 다양한 인식개선 사업을 진행하고 지역과 연계한 각종 프로그램과 치매에 대한 구체적인 정보시스템을 구축하는 중요한 업무도 맡고 있습니다. 일선 현장에서, 말 그대로 ‘발벗고’ 뛰는 안심센터야말로 서울시 치매관리사업의 든든한 버팀목이라는 평가입니다.
이렇듯 서울시 치매관리시스템은 오래전부터 체계적으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 센터장은 시스템보다 더 중요한 것은 치매를 바라보는 사회적 시선이라고 강조합니다. 치매를 일부 어르신들의 문제가 아닌 우리 가족, 더 나아가 우리 사회 전체가 함께 이해하고 해결해야 할 과제라는 공감대가 만들어질 때 진정한 치매관리가 이뤄지기 때문입니다.
이를 위해 서울광역치매센터는 ‘천만시민 기억친구’ 프로젝트를 진행중입니다.
2014년부터 시작된 이 프로젝트는 일반시민이나 학생, 그리고 많은 사람들이 이용하는 슈퍼, 은행, 우체국 및 공공기관 직원 등 모든 사람들이 간단한 교육을 받고 치매 환자나 가족을 만났을 때 따뜻하게 대응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자는 목표를 가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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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친구’가 되는 방법은 쉽고 간단합니다. 서울광역치매센터가 제작한 교재를 가지고 1시간정도 양성교육만 받으면 됩니다. △초등학생 △중·고등학생 △일반시민 △리더 등 4가지로 구성된 교재에는 치매에 대한 기본상식과 우리가 치매를 어떻게 이해하고 받아들여야 할지에 이야기들이 담겨있습니다.
가장 전문적인 과정인 ‘리더교재’를 직접 살펴봤습니다. ‘기억친구 리더’는 다른 기억친구와는 달리 1시간이 아닌 5시간의 양성교육을 받고 연간 1회 이상 기억친구 양성교육을 자원봉사 차원에서 실시하면 됩니다.
100여장에 달하는 교재에서 눈길을 끈 문장이 있습니다.
‘치매로 인해 가장 걱정하고 불안한 것은 자기 자신이다’와 ‘치매 환자의 부정에는 감춰진 슬픔이 있다’, ‘마음을 지원하는 사람이 필요하다’는 내용입니다.
치매환자가 길을 잃고 헤멜 때, 스쳐지나가던 누군가가 외면하지 않고 차분하게 말을 걸고 가까운 경찰서나 관공서에 안전하게 모셔준다면 그 가족에게는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는 큰 힘이 되지 않을까요.
누군가 치매에 걸려도, 모두가 여전히 ‘존엄성 있는 삶’을 살아갈 수 있도록 힘을 더해주는 사회. 우리가 만들어야 할 과제가 아닐까합니다.
peterbreak22@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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