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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발표한 성과만 놓고 보면 규제 샌드박스가 낡은 규제를 혁파하고 혁신성장 동력을 마련하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여기에는 숫자의 함정이 존재한다. 적극 해석으로 해결해도 되는 사안을 규제샌드박스로 풀면서 숫자 올리에 급급했다는 지적이다. 일례로 규제샌드박스를 통과한 혁신금융서비스는 41건이다. 서비스는 이 중 실생활에서 가장 많이 사용되는 결제, 송금, 대출, 보험 관련 서비스는 34건이다. 구태언 법무법인 린 변호사는 "뒤집어 보면 가장 필요로한 서비스에서 가장 규제가 많았다는 얘기"라며 "(그동안) 혁신금융을 포용하지 않았다는 말로 해석된다"고 봤다. 기존 규정이 유연한 해석으로 허용 가능하거나 아예 금지되지 않은 것으로 봐야 할 서비스가 다수라는 것이다.
관계 부처는 혁신금융서비스 허용이유로 "부작용이 크지 않고 결제편의성 제공 등 효과가 입증될 경우 혁신금융서비스 내용을 반영해 법령개정을 검토한다"고 들었다. 스마트폰 시대가 열리면서 자연히 생활 변화에 따른 혁신 금융서비스가 등장했다. 이 역시 시대 변화를 수용하고 혁신 서비스를 키우기 위해 규제샌드박스라는 국가적 이벤트가 아니라 적극적 해석으로도 풀어나갈 수도 있었던 사안이다. 업계에서 규제샌드박스 시행 후 성과가 "자랑이 아니라 자기고백에 가깝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구 변호사는 "신속확인으로 쉽게 개선할 수 있었던 부분을 실증특례로 전환하면서 규제 창조로 의심되는 사례가 다수 보인다"고 지적했다.
구 변호사는 10일 열린 코리아스타트업포럼 법률특허데이에서 "거버넌스, 신속확인, 실증특례, 사후조치 등 개선사항이 많다"고 지적했다. 규제 부처별 입장이 강하게 관철되는 것도 문제다. 규제 소관부처가 반대하면 통과 자체가 어려운 경우도 발생한다. 실제 사용자 요구를 포용하지 못한채 탁상공론에 머무는 사태가 생긴다. 블록체인 기반 해외송금 서비스를 운영하는 모인의 규제샌드박스 심의가 반려되는 것도 같은 맥락에서 해석된다. 혁신금융서비스 수혜자인 이용자 입장보다 주무부처 간 갈등으로 심의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관계부처의 소극적인 개혁의지도 개선돼야 한다고 봤다. 규제샌드박스를 통과한 사안 중 임시허가는 12%에 불과하다. 현행 법령을 정비하기 전 사실상 사업화를 승인하는 임시허가와는 달리 실증특례는 허용 기간 2년, 최대 4년까지 사업화 여부가 판가름 난다. 사업화를 승인하는 부담대신 규제샌드박스 뒤에 숨어 당장 책임을 회피하려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아울러 실증기간 내 부가 조건도 규제 개혁 의지를 꺾는 요소 중 하나다. 관련법에 따르면 혁신서비스 사업자는 사업 또는 서비스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손해를 담보해야 한다. 구 변호사는 "혁신은 우리 모두의 것"이라며 관점 전환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세상에 없던 서비스를 선보이는 만큼 이를 담보하는 보험 또한 존재하지 않는다. 이러한 상황에서 혁신서비스 사업자에게 모든 책임을 지라는 건 무리라는 판단이다. 구 변호사는 "국가가 국민의 부담을 끌어안고 손해발생 책임을 지는 것이 맞는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규제샌드박스 제도는 정부의 자기혁신이 아니"라며 "규제샌드박스 시행 6개월 동안 규제샌드박스 제도 자체도 개선점이 많다는 걸 확인했다"고 이해관계자의 관심을 촉구했다. 아울러 "현재와 같은 문제가 발생하는 이유를 제대로 진단, 예방하지 않으면 규제 샌드박스로 100번 풀어도 핵심기업을 만들 수 없을 것"이라며 "새로운 규제는 오늘도 국회에서 끊임없이 만들어지고 있다. 종합적으로 해결할 방법을 생각하되 시행 성과에 경도되어서는 안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코리아스타트업포럼(이하 코스포)은 지난해부터 법률특허데이를 열고스타트업에게 유용한 법률 정보를 전하고 있다. 9월 삼성동 트레이드타워에서 열린 법률특허데이에는 코스포 법률특허지원단 소속 변호사가 참여해 규제샌드박스, 스톡옵션, AI특허실무, 불공정거래, 근로계약 이슈 등 다양한 주제로 강연에 나섰다. 구태언 코스포 법률특허지원단장은 '정부의 자기혁신, 규제샌드박스의 한계와 개선방안'을 주제로 규제샌드박스의 개선안을 공유했다.
이예화 기자 lee99@venturesquare.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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