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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동부 해안에 전도된 자동차 운송선 '골든 레이호'에 갇힌 한국인 선원은 물이 찬 기관실의 파이프 위에 앉아 구조를 애타게 기다렸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AP통신은 10일(현지시간) 구조에 참여한 구조업체 대표 등을 통해 고립된 4명의 선원이 처한 열악했던 상황을 보도했습니다.
당시 4명의 선원은 안전한 곳으로 옮겨지기 전까지 깊은 물 위에 있는 파이프와 난간 위에 앉아 칠흑 같은 어둠과 오븐처럼 뜨거운 열기와 싸우며 거의 36시간을 기다렸습니다.
이들이 위치한 기관실은 선박의 하부에 있었는데, 선체가 90도로 기울면서 이곳에도 물이 들어찼음을 보여주는 대목입니다.
이들은 밤새 선체를 두드려 미국 해안경비대가 위치를 파악하는 데 도움을 줬고, 마지막 구조자는 부분적으로 잠긴 통제실에서 방폭 유리에 갇혀 있어 다이아몬드가 박힌 장비를 이용해야 했습니다.
구조작업에 참여한 인양업체 '디파이언트 마린'의 팀 페리스 대표는 4명의 선원이 지옥 같은 조건에서 살아남았다며 "이들은 인간이 처할 수 있다고 상상 가능한 최악의 상태에 있었다"고 말했습니다.
또 "이들은 암흑 속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알지 못한 채 화재와 선박 전도 등에서 살아남았다"며 "깊은 물 위에서 버티기 위해 미로 같은 배관과 장비를 따라 어둠 속에서 붙잡을 것을 찾아야 했다"고 긴박했던 상황을 전했습니다.
또 외부 기온이 32℃로 올라감에 따라 선체 내부의 온도는 약 65.5℃에 달했다면서 "기관실의 온도는 지옥과 같았다. 그들은 녹초가 돼 가고 있었다"고 말했습니다.
위치를 확인한 뒤에는 음식과 물 외에 라디오, 플래시 라이트, 전해질 아이스크림도 함께 모여있던 3명에게 제공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구조대원들도 더위를 이기기 위해 얼음을 주머니에 채워야 했습니다.
해안경비대는 불똥이 튀면 화재 위험이 있다고 보고 드릴 작업을 진행했으며, 구조에 필요한 사다리를 넣을 정도로 큰 철판을 떼어내기 위해 40개 이상의 구멍을 나란히 뚫었습니다.
이 작업에 몇 시간이 소요됐습니다.
특히 마지막 구조자는 훨씬 더 큰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그는 진입구에서 55m 아래에 있는 통제실에 갇혀 있었는데, 구조를 위해 12m를 기어오르는 것이 필요했다고 합니다.
숨 막히는 열기 속에 인공호흡기를 착용한 구조대원이 이 선원을 구조하려고 몇 차례 시도했지만 실패하기도 했습니다.
페리스 대표는 "그것은 기적이었다"며 "그들이 걸어 나와 얼굴에 햇살이 비쳤을 때 많은 이들의 눈에서 눈물이 났다. 그것은 일생일대의 구조였다"고 말했습니다.
구조 작업에 참여한 인양 전문가인 실비아 테부트도 ABC방송과 인터뷰에서 "그들은 밖으로 나올 때 거의 탈진해 있었다"며 지금은 잘 지내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또 이 선원들이 무더운 기온과 매연으로 가득 찬 기관실 공기를 들이마신 채 어둠에 덮인 거친 조건에서 구조를 위해 기다려야 했다고 전했습니다.
한편 브런즈윅 항구는 사고 직후 폐쇄된 상태로 해안경비대는 환경 피해를 막는 데도 주력하고 있습니다.
현재 부패하기 쉬운 물품을 실은 선박만 입항이 허용되고 있고, 나머지 선박은 사우스 캐롤라이나주의 찰스턴 등 인근 항구를 이용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AP는 또 브런즈윅항이 얼마나 오래 폐쇄될지는 알 수 없으며, 골든 레이호를 이동시키는 데는 수주가 걸릴 수 있다는 해안경비대 관계자의 말을 인용했습니다.
현재 선박이 전도된 바다에는 약간의 기름 윤택이 있으며, 흡착제로 이를 빨아들이고 있는 상황이라고 해안경비대는 전했습니다.
다만 해안경비대 관계자는 "가벼운 윤택이 있다. 선박의 연료 저장소가 새고 있다는 징후는 없다"며 물에 빠진 연료통이나 배에 실린 차량에서 나온 것일지 모른다고 말했습니다.
이기성 기자(keatslee@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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