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가성비甲 컨설팅' 대접받는 금감원 종합검사

[이데일리 장순원 기자] “못 봤던 곳을 살펴볼 기회가 됐다. 수십 억원 짜리 컨설팅보다 훨씬 훌륭하다.”

올해 금융권의 걱정거리 중 하나는 4년 만에 재개된 금감원의 종합검사였다. 종합검사는 금융사의 전반적인 경영상태를 짚어보는 조사인데, 과거 먼지털기식 검사로 악명이 높아 금융회사로서는 부담이 이만저만 큰 게 아니었다. 금감원이 유인부합적 종합검사를 도입해 검사의 순기능은 강화하고 부작용은 최소화하겠다고 약속했지만, 군기잡기 도구로 활용하는 게 아니냐는 시선을 거두지 못했다.

하지만 금융권에서는 실제 종합검사가 시작된 이후에는 전혀 다른 반응이 나오고 있다. ‘가성비(비용 대비 효과) 높은 컨설팅이라는 평가가 주류다. 특히 은행권 경영진들이 종합검사에 대해 후한 점수를 주고 있다.

지방은행으로선 첫 타자가 된 JB금융지주의 김기홍 회장은 종합검사 결과를 놓고 설명을 듣는 자리에서 “경영에 큰 도움이 됐다”며 높은 평가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 초 취임한 김 회장은 내실경영을 내세우며 조직개편과 세대교체를 추진하며 숨 가쁘게 달려왔는데 놓치고 있던 부분을 다시 챙길 수 있는 계기가 됐기 때문이다. JB금융은 종합검사를 계기로 내부통제 부문을 강화할 자구책을 마련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JB금융 관계자는 “경영진이 검사 결과를 설명듣고 부족한 부분을 보완할 기회가 됐다”고 말했다.

KB금융지주 역시 만족감을 표했다는 후문이다. 금감원 측에서 KB금융 사외이사를 대상으로 검사결과를 전했는데 이 자리가 회사경영 전반을 한눈에 파악할 기회가 됐다는 뜻을 전한 것으로 전해진다.

금감원 검사역들도 잡음이 불거지지 않도록 최대한 조심하고 있다. 피감기관 직원을 권위적으로 대하거나 꼬투리잡기식 검사를 지양하는 대신 금융기관에 실제 도움이 될 검사가 정착되도록 한다는 생각에서다. 금감원은 감사실이 나서 종합검사 해당 기관으로부터 사후 피드백을 받아 검사 평가에 반영하고 있다.

종합검사의 안착 여부는 하반기 예정된 삼성생명 종합검사에서 판가름날 가능성이 크다. 금감원은 이마 삼성생명을 상대로 자료제출 요구를 시작했다. 자료제출 요구는 종합검사를 앞둔 사전 준비작업의 하나로 다음 달 쯤 본격적인 검사가 진행될 전망이다. 삼성생명은 미지급된 즉시연금을 일괄 지급하라는 금감원 권고를 거부해 금감원과 마찰을 빚었다. 삼성생명 종합검사가 보복검사 논란으로 흐른다면 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검사를 받는 입장에서는 부담이 없을 수 없을 것”이라면서 “금융회사의 리스크를 전반적으로 파악하는 계기로 활용한다면 모두 ‘윈윈’할 것”이라고 말했다.

금감원은 오는 하반기 삼성생명 이외에도 신한카드, 대형 시중은행 한 곳 정도에 대해 종합검사에 나설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