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율주행
안드레아스 헤르만 외|568쪽|한빛비즈
[이데일리 장병호 기자] 한 아이는 수영 교습, 다른 아이는 음악 레슨을 시켜야 하는 아버지가 있다. 예전 같으면 아버지가 직접 아이들을 데려다 줘야겠지만 자율주행차가 등장한 뒤로는 상황이 달라졌다. 아버지가 해야 할 일은 자율주행차에 두 아이의 목적지와 각각의 수업이 언제 시작해서 언제 끝나는지 알려주는 것. 자동차가 두 아이를 수영장과 음악학원에 데려다 주는 동안 아버지는 집에서 혼자만의 시간을 즐긴다.
영화 속 한 장면 같지만 먼 미래에는 현실이 될 풍경이다. ‘말 없는 자동차’에서 시작해 100년이 흐른 자동차의 역사가 지금 ‘인간 없는 자동차’, 바로 자율주행차의 등장으로 대변혁을 맞이하고 있어서다. 그동안 연구단계에만 머물던 자율주행차는 5G 이동통신시대의 시작과 함께 점점 현실에 가까워지고 있다.
아우디 전 회장 등 자동차업계에서 잔뼈가 굵은 저자들은 자율주행차의 등장을 “기술의 발전을 보여주는 사건인 동시에 문화적·사회적·경제적 사건”으로 규정한다. 자동차라는 이동수단의 변화를 넘어 사람·기업·국가·도시·환경에 이르기까지 인간을 둘러싼 모든 환경을 바꿀 압도적인 기술이기 때문이다.
자율주행차가 일으킬 이동수단의 혁신은 경제·사회에 큰 영향을 끼칠 것이 분명하다. 무인 자동차는 사람과 물자의 운송 방법, 도로 교통의 모습, 운송 기반시설을 비롯해 우리 생활의 모든 면에서 변화를 가져올 수밖에 없다. 업무시간과 여가시간의 재조정이 대표적. 이동에 제약을 받았던 사람들의 어려움이 사라진다.
산업에서의 변화도 클 것으로 보인다. 구글·테슬라 같은 기술기업이 기존 생산방식을 거부하고 소프트웨어 중심으로 자동차를 개발하면서 자동차기업을 압박할 것이다. 우버·리프트 같은 차랑공유·승차공유 플랫폼은 공유경제의 한 축이 됨으로써 차량 소유 개념을 파괴한다. 공간 활용의 극대화로 도로·건물·아파트·공원 등 도시 공간을 다시 설계해야 할 수도 있다.
물론 자율주행차의 위험성을 제기하는 이들도 있다. 그러나 저자들은 “자동차에 자동화된 기능이 장착되지 않았더라면 얼마나 더 많은 사고가 일어났겠는가”라며 지금의 변화를 거스를 순 없다고 말한다. 더 나아가 도로 안전의 개선으로 보험회사·응급병원·재활센터는 일거리를 잃을 것이라는 과감한 전망도 내놓는다. 책장을 덮는 순간 자율주행차가 바꿔놓을 미래의 모습이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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