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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7 (일)

[실리콘밸리 리포트] "기업용 SW분야선 스타트업이 이미 대세…펜타곤도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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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기업용 소프트웨어 스타트업`을 주제로 열린 미국 IT매체 테크크런치의 5일(현지시간) 행사장 모습. [실리콘밸리 = 신현규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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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에 약 1000개 정도의 기업용 소프트웨어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자료를 검토합니다. 기업용 소프트웨어 스타트업이 그 정도로 많이 쏟아져 나오고 있습니다. 우리는 그중에서 25개 정도를 선정해서 실사를 진행하고, 5개 정도에 실제로 투자를 합니다. 많이 탄생하는 만큼 살아남기도 어려운 셈이죠."

5일(현지시간)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정보기술(IT) 스타트업 이벤트 '테크크런치 엔터프라이즈' 첫 번째 세션 연사로 나선 실리콘밸리 벤처캐피털인 이머전스캐피털의 제이슨 그린 창업자는 이렇게 말했다. 그는 1997년부터 실리콘밸리 지역으로 옮겨와 수없이 많은 기업용 소프트웨어 제조 스타트업들을 만나고 투자하고 지원한 경험을 갖고 있는 인물. 그린 창업자는 "지금은 가히 기업용 소프트웨어 스타트업들의 황금기라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실리콘밸리는 기업용 소프트웨어 스타트업들을 주목하고 있다. 뚜렷한 성공 사례들이 나오고 있기 때문에 다른 이유가 필요 없다. 지난 4일 시장의 기대를 뛰어넘는 실적을 발표하며 장중 주가가 무려 16%나 올랐던 슬랙(Slack)은 대표적인 기업용 소프트웨어 스타트업의 사례다. 상장 이후 양호한 주가 흐름을 이어가고 있는 '줌(Zoom)'도 마찬가지다. 한국인 출신으로 실리콘밸리에서 유니콘 자리까지 넘보고 있는 스타트업 '센드버드'도 기업용 채팅 솔루션을 제공하는 스타트업이다. 이들은 소프트웨어를 대기업이나 중소기업, 지역 기반 소상공인들에게 월정액 구독경제 형태로 판매하면서 SaaS(Sofeware as a Service)라는 용어를 만들어가고 있다. 실리콘밸리에 본사를 두고 있는 IT 전문 매체인 테크크런치가 기업용 소프트웨어 스타트업 종사자들을 위해 별도의 행사를 만들어 티켓을 판매한 것만 봐도 현재 SaaS라는 주제가 얼마나 뜨거운 화제인지를 알 수 있다. 마이크로소프트가 시가총액 1조달러를 넘어가면서 오늘날 가장 가치가 높은 기업으로 등극한 이유도 클라우드 서비스라는 기업용 소프트웨어 시장을 잘 겨냥한 덕분이다.

이처럼 기업용 소프트웨어 시장이 급격하게 성장해 나가는 이유는 기업들이 디지털혁명을 빠르게 대비해 나가고 있기 때문이다. 실리콘밸리에서 엔젤투자자로 활동하고 있는 캐서린 보일 씨는 이날 테크크런치 행사에 참가해 "데이터 사이언스를 활용한 인공지능 소프트웨어의 발전으로 기업들이 변화하지 않으면 도태된다는 불안감을 느끼고 있다"며 "심지어 미국 국방부 역시 변화하지 않으면 안된다는 압박을 받고 있는 중"이라고 말했다. 그는 미국 국방부에 납품하고 있거나, 납품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스타트업들에 다수 투자를 하고 있다고 자신을 소개했다. 이어 "이 때문에 검증된 기술만을 사용해야 하기에 매우 보수적일 것 같은 미국 국방부조차 입찰제도를 바꾸어서 스타트업들에 문호를 열고 있고, 일정 부분 예산을 스타트업을 위해 할당까지 하고 있다"며 "이는 모두 변화하지 않으면 안된다는 기업, 조직들의 불안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그런 만큼 기업용 소프트웨어를 제공하는 스타트업 사이에서의 경쟁은 치열해진다. 이날 그린 창업자와 함께 세션에 참가한 실리콘밸리 소재 벤처캐피털 캔버스벤처스의 리베카 린 제너럴파트너는 "기업용 소프트웨어 시장은 빠르게 성장하는 만큼 경쟁이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성장에 대한 투자자들의 기대가 강하다"며 "연간 20% 성장하는 것은 충분치 않다. 투자자들은 40% 이상의 성장을 원한다"고 말했다. 같은 세션에 패널로 나선 마하 이브라힘 케이넌파트너스 파트너도 "기업용 소프트웨어 스타트업이 특정 고객을 잡은 뒤 그에 매달리며 성장하길 멈춘다면 실리콘밸리의 어떤 투자자도 투자하지 않을 것"이라며 "그러나 매년 50~60%씩 매출이 성장하는 것을 보여준다면 아무리 영업비용이 많이 나가더라도 투자자들은 신경 쓰지 않고 투자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특히 "기업용 소프트웨어 스타트업들을 인수할 큰 회사들은 많다"며 "SAP가 퀄트릭스를 80억달러에 인수하고 세일스포스가 태블로를 157억달러에 인수하는 것을 보면 알 수 있듯 가능성이 큰 기업용 소프트웨어 회사들은 큰돈을 받고 매각된다"고 말했다.

실제로 이미 성장한 IT 기업들도 그러한 기업용 소프트웨어 회사들을 인수하는 데 관심이 많다. 이날 행사장에 등장한 DJ 파오니 SAP 북미법인장은 "오늘날 대형 IT 회사들은 인재를 확보하고 브랜드 가치를 지키는 것이 크나큰 미션"이라며 "스타트업을 인수하거나 그들과 협업하는 것은 두 가지 미션을 수행하는 데 큰 도움을 준다"고 말했다. 그는 "스타트업들은 (대기업이 생각할 수 없는) 신선한 외부의 아이디어들을 제공하고, 기존의 기업들은 그를 통해 새로운 성장의 동력을 찾는다"고 덧붙였다. 가상화 IT 솔루션을 제공하는 VM웨어의 최고운영책임자(COO) 산제이 푸넨도 같은 세션에 등장해 "오늘날 기업에 요구되는 가장 큰 덕목은 스피드(속도)와 스케일(외형 성장)"이라며 "SAP나 VM웨어 같은 큰 기업들은 스피드에서 스타트업에 당해낼 수가 없다"고 말했다. 따라서 스타트업들의 빠른 속도를 흡수하기 위해서는 인수·합병을 하거나 협업을 하는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푸넨 COO는 "일주일에 하루는 반드시 기업용 소프트웨어를 만드는 스타트업들을 찾아가 그들에게서 배운다"며 "예를 들어 하루는 어떤 스타트업이 진행하는 마케팅 방식이 매우 독특해서 우리 최고마케팅책임자와 연결해 주기도 했다"고 말했다.

전통적으로 소비자들을 위한 제품에 집중해 왔던 애플도 기업용 소프트웨어 시장에서 기회를 엿보고 있다. 수전 프레스콧 애플 제품마케팅 부사장(VP)은 이날 테크크런치 행사장에 등장해 지난해부터 선보인 '비즈니스 매니저'라는 제품을 소개했다. 이 제품은 기업의 전산실 IT매니저들이 개별 회사 직원들의 컴퓨터, 태블릿PC, 스마트폰 등에 설치된 소프트웨어들을 지원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서비스다.

[실리콘밸리 = 신현규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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