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 맥더모트 SAP CEO(왼쪽)가 5일(현지시간)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테크크런치 엔터프라이즈 행사에서 이야기하고 있다. [샌프란시스코 = 신현규 특파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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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퀄트릭스를 왜 80억달러(약 10조원)나 주고 샀느냐고요?"
세계적 기업용 소프트웨어 제조회사인 SAP의 수장을 맡고 있는 빌 맥더모트가 5일(현지시간)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테크크런치 엔터프라이즈' 행사에 모습을 드러냈다. SAP는 지난해 11월 미국 유타주에 위치한 데이터기술 기반 스타트업 '퀄트릭스'를 80억달러에 인수한다고 밝힌 바 있다. 시장에서는 '너무 비싼 가격'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퀄트릭스는 매우 간단하게 온라인으로 고객에게 설문을 받는 작업을 자동화하는 스타트업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지난해 매출은 2억9000만달러(약 3400억원)에 순이익은 150만달러(약 20억원)밖에 되지 않았다. 그러나 이날 행사에서 "(퀄트릭스를) 왜 샀느냐"는 질문에 빌 맥더모트 최고경영자(CEO)는 "애플에 NeXT가 있었고, 페이스북에는 인스타그램이 있었다. 우리에게는 퀄트릭스가 NeXT이고 인스타그램"이라고 말했다. 그는 말을 이어갔다.
"우리는 지금 엄청난 변화의 시대에 있다. 이걸 반드시 기억해야 한다. '세상은 다시 천천히 움직이지 않는다는 사실 말이다.' SAP는 2023년 매출이 500억달러(약 60조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는 클라우드 시장의 기회를 엿보고 있다. 그렇다면 당연히 지금 시장에서 일어나는 변화에 따라 고객 니즈에 어떤 변화가 있을지를 예상하고 판단해야 한다. 그런 적응을 위해 퀄트릭스를 인수한 것이다."
한마디로 SAP도 변화해야 하기 때문에 '퀄트릭스'란 외부 동력을 수혈한 것이라는 얘기다. 그렇다면 그 변화란 어떤 것일까. SAP는 기업들의 자원관리와 운영을 위한 소프트웨어를 주로 제공하는 기업이다. 맥더모트 CEO는 "그렇기 때문에 SAP에는 기업들의 운영에 관한 데이터가 매우 많이 쌓여 있다"고 말했다(그는 이런 기업 운영에 대한 데이터를 'O-Data(Operational Data)'라고 불렀다). 그러나 SAP에 부족한 것은 일반 소비자나 기업들의 고객이 갖는 경험에 대한 데이터였다. 예를 들어 SAP는 삼성전자가 어떻게 기업을 운영해야 할지에 대한 노하우는 많이 축적해 두었다(수십 년간 삼성전자는 SAP 고객이었다). 그러나 SAP는 삼성전자 고객인 일반 스마트폰 소비자나, TV 구매자가 어떤 경험을 했는지에 대한 데이터는 갖고 있지 않다(맥더모트 CEO는 이런 경험 데이터를 'E-Data(Experience Data)'라고 불렀다).
맥더모트 CEO는 "O-Data와 E-Data를 융합한다면 세상을 바꿀 서비스를 만들 수 있다는 것이 SAP 판단"이라며 "이 전략을 실행할 수 있는 기업이 퀄트릭스"라고 말했다. 이런 변화를 만들 수 있다면 10조원이라는 돈이 아깝지 않다는 것이 그의 결정이었다. 결국 SAP는 예를 들어 삼성전자라는 기업이 더 훌륭하게 회사를 운영할 수 있도록, 고객들의 경험데이터까지 자산으로 끌어안을 수 있는 솔루션을 만들 계획인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샌프란시스코 = 신현규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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