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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9 (일)

中企·소상공인 "대출로 돌려막아 떡값도 못 줄 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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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비즈



서울 관악구 서울대입구역 근처에서 50㎡(15평) 규모 제과점을 하는 A(50)씨는 올 추석을 앞두고 직원들의 명절 떡값을 대폭 줄였다. 예년에는 제빵사 등 정직원 5명에게 명절마다 50만원씩 줬지만, 올해는 30만원으로 낮췄다. 아르바이트생들에게 줘왔던 10만원씩의 명절 차비는 올해 아예 주지도 못했다. 최저임금이 오르면서 월평균 인건비 지출이 지난해보다 100만원 정도 늘어났기 때문이다. A씨는 "20년 넘게 장사를 했지만 올해처럼 힘든 적이 없었다"며 "올 설만 해도 카드 빚을 내서 떡값을 챙겨줬는데 이번 추석엔 직원들에게 '이전처럼 줄 수 없다'고 양해를 구했다"고 말했다.

경기 침체와 최저임금 인상 등의 악재가 겹치며 추석을 맞는 소상공인과 중소기업인들의 표정이 어둡다. 중소기업중앙회가 추석을 앞두고 지난달 말 830개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추석 자금 수요 조사를 실시한 결과, 55%가 "자금 사정이 어렵다"고 답했다. 2016년 같은 조사에서 자금 사정이 어렵다는 응답이 45.5%였는데, 3년 만에 10%포인트 가까이 높아진 셈이다.

자영업자들의 빚도 큰 폭으로 증가하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 1분기 자영업자 수는 552만명으로 지난해 1분기보다 4만명이 줄었지만, 자영업자 대출 잔액은 636조4000억원으로 1년 전보다 오히려 11.2% 늘었다. 소상공인연합회 관계자는 "인건비 등을 대출로 돌려막고 도저히 감당이 안 돼 줄폐업을 하는 마당에 명절 기분을 낼 수 있겠느냐"고 했다.

산업의 최말단에 있는 소기업들의 경우 어려움이 더욱 극심한 상황이다. 경기도 시화산업단지에서 모터 부품 제조업체를 운영하는 B(59)씨는 "작년까진 직원들에게 평균 80만원의 추석 보너스를 줬지만 올해는 아예 주지 못했다"며 "직원들도 매출이 대폭 줄어든 것을 알고 있어서 불평을 하지 않았다"고 했다.

김충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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