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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7 (목)

[위기의 헌책방]③ 장화민 공씨책방 대표 "예전보다 방문객 더 줄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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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1세대 헌책방'

1972년부터 47년간 명맥 이어와

"헌책에 관심 갖고 많이 방문해줬으면"

이데일리

장화민 공씨책방 대표가 서울 성동구 성수동 ‘공씨책방’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노진환 기자).




[이데일리 이윤정 기자] “점점 헌책방 방문객 수가 줄어들고 있다. 임대료 때문에 수십년간 해오던 자리에서 쫓겨나 지하로 내려갔더니 그나마 오던 사람이 더 줄었다.”

‘대한민국 1세대 헌책방’이라는 수식어가 무색하게 요즘 근황을 묻자 장화민(63) 공씨책방 대표는 한숨부터 내쉬었다. 1972년 서울 회기동 경희대 앞에 대학교재를 파는 서점으로 열었던 ‘공씨책방’은 신촌에 둥지를 튼 지 25년 만에 인근 다른 건물로 책방을 옮겨야했다. 임대료를 올려달라는 건물주의 요청이 있었고, 유지비를 감당하기 어려워 내린 결정이었다.

장화민 대표는 창립자이자 이모부인 공진석 씨에 이어 1990년부터 ‘공씨책방’을 운영해오고 있다. 현재는 성동구의 지원을 받아 서울숲IT캐슬 1층에 위치한 성수점과 신촌점 두 곳을 운영중이다.

최근 서울 성동구 성수동 ‘공씨책방’에서 만난 장 대표는 “요즘 방문하는 젊은이들은 책은 안사가고 ‘인증샷’만 찍고 간다”며 “많은 사람들이 헌책에 관심을 가지고 방문을 해줬으면 하는 바람이다”라고 말했다.

◇전성기 누리던 ‘공씨책방’

공씨책방은 회기동에서 청계천으로 잠시 자리를 옮겼다가 1980년대 중반 서울 광화문에서 최대 크기의 헌책 전문 서점을 열었다. 당시에는 ‘헌 교보문고’로 불릴 정도로 수많은 단골의 사랑을 받았다.

“예전에는 지방에서도 사람들이 많이 올라왔다. 커다란 배낭을 메고 와서 마치 주식시장처럼 책제목이 빼곡히 적힌 쪽지를 흔들면서 책을 찾으러 다녔다. 새벽부터 기차를 타고 올라와 원하는 책을 싸게 얻기 위해 헌책방 곳곳을 돌아다녔다. 매년 신학기가 되면 아내와 자식들까지 총동원돼서 헌책방의 바쁜 일손을 도왔다. 지금은 그런 풍경들이 거의 사라졌다. 전화해서 찾는 책이 있는지 물어보고 있다고 하면 ‘택배로 보내주세요’ 한다.”

공씨책방은 신촌 현대백화점에서 동교동삼거리로 이어지는 길가에서 20여년간 장사를 해왔다. 2013년에는 ‘서울시 미래문화유산’으로 지정되기도 했다. 하지만 인근 건물 지하로 이사를 하면서 운영이 더 어려워졌다고 한다.

“아이들이 ‘엄마, 힘들고 책도 점점 무거워질텐데 이제 그만하라’고 한다. 그나마 성동구청에서 안심상가를 지원해줘서 성수동에 문을 열었지만 접근성이 떨어져 방문객이 많이 없다는 게 아쉽다. 인근 블루보틀 커피집은 SNS 등에서 인기를 끌면서 아침 8시부터 줄을 서서 커피를 마시더라. 그런 모습을 보면 조금 씁쓸하다. 성동구청에서 옆에 가게가 나왔으니 하나 더 하겠냐고 제안을 했었는데 더이상 운영은 힘들 것 같아 받아들이지 못했다.”

◇“힘들어도 보람 느낀다”

서울시에서 운영하는 ‘서울책보고’에도 공씨책방이 들어가있다. 총 6000권 정도를 진열해놨는데, 지난 3월부터 2000권 가량이 서울책보고를 통해 판매됐단다.

“‘서울책보고’에 좋은 책을 많이 갖다놓으면 매출이 좀 올라가지 않을까 희망을 걸고 있다. 원래 보유하고 있던 헌책이 10만권 가량이었는데 이사하면서 정리를 해서 현재는 6~7만권 정도 갖고 있다. 30~40대 남자들은 추억 속의 헌책을 구입해서 함께모여 읽기도 한다더라.”

우여곡절을 겪었지만 평생을 해 온 직업이라 그만 둘 생각은 없다고 한다. 힘들기도 하지만 헌책방을 하면서 얻는 기쁨도 많기 때문이라고 했다.

“재작년에는 오랜시간 한국의 족보, 간행물 등의 헌책을 팔았던 분이 삼양동 지하 책방에서 혼자 일하다 돌아가셨다. 그분들이 살아있는 역사박물관인데 정말 안타까웠다. 경제적으로 형편은 어렵지만 ‘또 어떤 헌책이 들어올까’라는 기대감과 설레임이 있다. 손님이 못 구하던 책을 우리집에서 발견하고 기뻐하는 모습을 보면 나도 좋다. 힘들고 적자가 나도 버티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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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화민 공씨책방 대표(사진=노진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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