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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8 (토)

문 대통령 “의혹만으로 임명 안하면 나쁜 선례”…검 ‘정치 개입’에 승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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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 조국 임명 강행 배경

개혁정책 원칙·일관성 잃으면 국정동력 상실·레임덕 우려

조 장관 낙마 땐 검찰개혁 힘겨루기 주도권 넘어간다 판단

문 대통령 ‘임명·지명 철회’ 두 가지 담화 모두 준비 ‘고심’

경향신문

문재인 대통령이 9일 청와대에서 조국 법무부 장관에게 임명장을 수여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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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9일 조국 법무부 장관을 임명하면서 한 달여 이어진 ‘조국대전’이 일단락됐다. 20대 청년층의 높은 임명 반대 여론, 보수야당의 반대, 조 장관 일가에 대한 검찰 수사라는 최악의 조건에도 불구하고 정면 돌파를 선택한 것이다. 하지만 조 장관 일가에 대한 검찰의 고강도 수사로 청와대와 검찰 간 갈등이 예상되고, 검찰개혁을 놓고도 조 장관과 윤석열 검찰총장 간 충돌 가능성이 작지 않아 조 장관 임명은 새로운 논란의 시발점이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문 대통령은 조 장관 임명 이유로 ‘원칙과 일관성’을 들었다. 그러면서 “의혹만으로 임명하지 않는다면 나쁜 선례가 될 것”이라고 했다. 보수야당의 공격은 ‘개혁 아이콘’인 조 장관을 흔들어 현 정부 개혁정책을 좌초시키려는 의도를 깔고 있다고 보는 것이다. 여야가 맞붙은 ‘조국대전’에서 밀릴 경우 문 대통령의 국정운영 동력 상실과 최악의 경우 조기 레임덕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음직하다. 위기의식을 느낀 여권 지지층의 강력한 결집, 조 장관 임명 반대·찬성 여론 격차 축소, 조 장관 임명 반대 여론이 자유한국당 지지로 연결되지 않는 흐름도 임명 배경으로 풀이된다.

특히 문 대통령은 조 장관이 낙마하면 검찰개혁을 둘러싼 힘겨루기에서 검찰로 주도권이 넘어간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앞서 문 대통령이 조 장관을 발탁한 데는 윤석열 총장을 견제할 수 있는 유일한 카드로 봤기 때문이라는 관측이 나온 터다. ‘권력의 눈치를 보지 않는’ 윤 총장을 검찰 수장에 앉혀 검찰 수사의 정치적 중립을 보장하되 대선주자급인 조 장관을 통해 윤 총장이 ‘검찰 우선주의’로 기우는 것을 견제한다는 게 문 대통령의 당초 구상이라는 것이다. 검찰 수사를 이유로 조 장관을 내칠 경우 검찰이 정치 현안에 개입하는 선례가 될 수 있다는 점도 감안한 것으로 보인다.

조 장관은 부인 정경심 동양대 교수가 검찰 수사를 받는 상황에서 윤 총장을 지휘·감독하고 법무행정을 총괄하게 됐다. 문 대통령은 “검찰은 검찰이 해야 할 일을 하고, 장관은 장관이 해야 할 일을 해나간다면 그 역시 권력기관의 개혁과 민주주의의 발전을 분명하게 보여주는 일이 될 것”이라고 했다. ‘수사는 수사, 검찰개혁은 검찰개혁’이라고 선을 그으면서 검찰에는 ‘정치하지 말고 본연의 수사에 충실하라’고 경고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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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장관 임명으로 ‘조국 리스크’가 해소됐다고 보기는 어렵다. 당장 20대 청년층을 위무하는 게 급선무다. 문 대통령은 “이번 과정을 통해 공평과 공정의 가치에 대한 요구와 평범한 국민들이 느끼는 상대적 상실감을 절감할 수 있었다”며 “고교 서열화와 대학입시 공정성 등 기회의 공정을 해치는 제도부터 다시 살피고, 특히 교육 분야 개혁을 강력히 추진하겠다”고 했다.

조 장관 일가에 대한 검찰 수사는 정국 최대 변수다. 수사에서 위법이 추가 확인될 경우 조 장관 거취 논란은 다시 불거질 수밖에 없고, 문 대통령은 물론 내년 총선을 앞둔 여당에도 치명타가 될 수 있다.

조 장관 표현대로 ‘만신창이’가 된 그가 검찰개혁을 원활히 해낼지도 미지수다.

이 때문에 문 대통령은 전날까지 ‘임명이냐, 지명 철회냐’를 놓고 고심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 대통령은 동남아 3국 순방에서 복귀한 지난 6일 밤 청와대 위기관리센터에서 노영민 대통령비서실장, 강기정 정무수석 등이 참석한 가운데 조 장관 거취를 둘러싼 찬반 토론을 주재한 뒤 7일 숙고의 시간을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이어 8일 오후 4시쯤 윤건영 국정상황실장에게 ‘조 장관 임명 시’ ‘조 장관 지명 철회 시’에 따른 대국민 메시지를 준비하도록 지시했고, 이날 아침 조 장관 임명을 최종 결정한 뒤 메시지 대부분을 문 대통령이 직접 수정했다고 한다.

정제혁 기자 jhju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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