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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3 (수)

“명절 특수요?… 3만∼6만원짜리 저가 세트만 주로 나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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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마트 등 고객 짠물 소비에 울상 / 이마트 판매 선물세트 가운데 10만원 미만 상품이 92% 달해 / 롯데마트도 5만원 미만 제품이 전체 매출의 70% 이상 차지 / 백화점도 지난 설 비해 세트값 ↓

9일 오후 이마트 서울 성수점 식품매장은 평일인데도 고객들로 북적댔다.

휴일인 지난 8일 대형마트가 ‘의무휴업’에 들어가면서 추석선물을 미쳐 구입하지 못한 고객들이 몰려든 것이다. 과일, 식품, 생필품 등 품목별 선물세트 매장에는 4만∼8만원대 상품들이 메인 자리를 차지했다. 얇아진 지갑에 소비자들이 저렴한 실속형 상품을 찾고 있다는 것이다.

중소기업을 운영하는 박모(47)씨는 “올 설에는 백화점에서 거래처 선물을 준비했는데 이번 추석에는 자금 부담이 커 마트를 찾았다”며 “정육 보다는 가격이 저렴한 과일을 20세트 구입했다”고 만족해했다.

세계일보

9일 이마트 서울 성수점 식품매장을 찾은 고객들이 추석 선물세트를 살펴보고 있다. 이마트 제공


주부 김모(39)씨는 “가계비는 한정돼 있는데 공공물가와 생활물가가 모두 올라 추석 선물 구입 비용 부담이 커졌다”며 “부모님과 지인들에게 선물할 5만원대 상품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올 추석을 앞두고 실속형 선물세트가 인기를 얻고 있다.

장기불황에 물가상승 압력까지 커지면서 소비자들의 지갑이 얇아졌기 때문이다.

이마트에 따르면 올 추석 선물세트 매출(7월25∼9월8일 기준)은 전년 대비 8.6% 증가했다. 경기 불황 속에서도 매출 신장률을 기록했지만, 소비자들은 예년보다 선물 가격대를 낮추며 ‘알뜰 소비’에 나섰다.

이마트가 추석선물 판매 현황을 분석한 결과 10만원 미만 선물세트 비중이 전체 판매액의 92%를 차지했다. 이 가운데 5만원 미만 선물세트 비중이 79%를 기록해 저가 상품 수요가 크게 높았다.

최훈학 이마트 마케팅 담당은“5만∼10만원대 선물세트는 받는 사람에게 큰 부담을 주지 않으면서도 성의를 표현하기 좋다”고 말했다.

롯데마트 관계자도 “고객들에게 인기 있는 선물세트를 품목별로 보면 5만원대 미만 매출이 70% 이상을 차지한다”고 말했다.

고가 선물을 주로 판매하는 백화점도 고객들의 눈 높이가 크게 낮아졌다.

휴일인 지난 8일 롯데백화점 본점 식품매장에는 발디딜틈 없이 고객들로 북새통을 이뤘다. 기자가 약 1시간 정도 매장에 머무르면서 고객들의 구입 형태를 살펴보니 20∼30만원대 선물세트(축산·농산)를 가장 선호했다.

축산코너 한 직원은 “올해 설 명절에는 40만∼50만원대 한우 정육세트가 많이 팔렸는데, 올 추석에는 20만∼30만원대를 선호하고 있다”고 말했다.

롯데백화점 본점 인근 신세계백화점 본점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신세계백화점 홍성민 홍보팀 과장은 “고객들이 실속있는 선물세트를 찾다보니 20만∼30만원대 정육세트와 10만원대 건강식품을 선호한다”며 “이들 상품이 전체 판매량의 50%를 넘는다”고 말했다.

김기환 유통전문기자 kkh@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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