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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7 (월)

태풍에 묻힌 北 9·9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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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병식·집단체조 등 행사 없어 / 노동신문 태풍 복구 집중 보도 / 14일 남북 연락사무소 개소1년 / 경색국면에 반쪽 기념식 될 듯

세계일보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6일 제13호 태풍 '링링' 북상에 대비해 비상확대회의를 지도했다고 이날 보도했다. 평양 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북한이 9일 정권수립 71주년(9·9절)을 큰 행사 없이 조용히 치렀다. 제13호 태풍 ‘링링’이 북한의 주요 곡창지대를 할퀴고 간 탓에 피해 복구와 주민 동요를 막기 위한 조치로 보인다.

이날 북한 매체들은 9·9절의 의미를 되새기고 내부 결속을 강조하는 메시지는 일제히 내보냈지만 관련 행사는 보도하지 않았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등 우호국의 정상들이 김정은 국무위원장에게 축전을 보냈다고 밝혔지만 김 위원장의 공개 활동은 전하지 않았다.

이번 태풍으로 5명이 숨지고 8명이 다치는 등 많은 인적, 물적 피해가 발생한 탓에 성대한 기념식을 자제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정권수립 70주년 행사 때 리잔수 중국 전국인민대표회의 상무위원장 등 고위급 외빈을 대거 초청하고 열병식과 군중시위, 집단체조 등 기념행사를 성대하게 열었던 것과 대비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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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한 논에서 농민들이 태풍으로 쓰러진 벼를 일으켜 세워 ‘이삭묶기’를 하고 있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지난 7일 오후 2시부터 8일 0시 사이에 제13호 태풍 ‘링링’으로 인한 피해가 발생했다고 9일 보도했다. 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이날 지면 대부분을 할애해 태풍 피해와 복구 기사를 전했다. 특히 정권 차원에서 이뤄지는 민생 부문의 피해지원 사업을 상세히 소개했다. 신문은 내각과 국가계획위원회 등을 망라한 ‘중앙지휘부’를 구성하고 피해지역 복구와 주민들을 위한 자재와 식량, 생필품, 의료품, 학용품 등을 시급히 보장하기 위한 방안을 논의했다고 보도했다.

한편 지난해 9월 문을 연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가 오는 14일 개소 1주년을 맞지만 남북관계 경색으로 인해 공동 기념식은 개최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상민 통일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 기자회견에서 “서호 (통일부) 차관이 10일 (연락사무소를) 방문한다”며 “최근 여러 가지 상황들을 고려해 남북공동행사는 하지 않는 것으로 했다”고 밝혔다. 연락사무소의 남측 소장을 겸직하는 서 차관은 사무소를 돌아보고 직원과 유관기관 상주 근무자들을 격려할 예정이다.

2018년 남북정상회담 합의에 따라 문을 연 연락사무소는 남북의 당국자가 상주하며 24시간 상시 협의할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어졌다. 하지만 올해 2월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 결렬 이후 남북관계가 경색되면서 지난 3월 이후 남북 소장회의는 중단된 상태다.

조병욱 기자 brightw@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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