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446개 중 68개, 대표지수 추종
美는 규모의 경제 통해 교통정리
韓시장선 비슷한 상품 '우후죽순'
"보수·상품 다양화해야 성장" 지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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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상장지수펀드(ETF)의 인기가 매해 높아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자산운용사들이 서로 비슷한 ‘미투’ 상품 내놓기에 몰두하면서 질적인 성장은 둔화되고 있다. 국내 ETF 시장 규모가 40조원을 넘어섰지만, 이를 선진 금융시장 수준으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차별화된 운용보수는 물론 상품의 다양화를 통한 경쟁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국내에 상장된 ETF 중 코스피200 지수를 추종하는 상품은 총 9개에 달한다. 이외에도 KRX300 7개, 코스닥150 6개, 코스피200TR 6개 등 같은 지수를 추종하는 상품이 여럿 상장돼 있다. 총 446개(9월 6일 기준) ETF 중 68개가 7개 지수 중 하나를 추종한다. 올해는 증시 부진에 배당에 대한 관심이 늘면서 배당금 재투자 상품인 TR(Total Return) ETF만 11종이 신규 상장됐는데, 이중 2종이 코스피200TR 지수 추종 ‘미투’상품이었다.
이는 자산운용사들이 새로운 시장에서 이미 인기를 끌고 있는 상품을 추종해서 내놓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ETF업계 관계자는 “운용사의 상품 개발 담당자들이 실적을 채우기 위해 이미 나온 상품을 베껴서 내놓지만 ETF 특성상 이미 시장을 선점한 펀드에 밀릴 수 밖에 없어 후발 펀드들은 ‘소액펀드’, ‘좀비ETF’로 전락하고 있다”고 말했다.
비슷한 상품이 우후죽순 상장하는 한국과 달리 전 세계 ETF 시장의 70%를 차지하는 미국에서는 시장 대표 지수인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지수를 추종하는 ETF가 3종목 정도로 좁혀졌다. 스테이트스트리트의 ‘SPDR S&P 500 ETF Trust(SPY)’, 블랙록의 ‘iShares Core S&P 500 ETF(IVV)’, 뱅가드의 ‘Vanguard S&P 500 ETF(VOO)’다. 대형 운용사를 중심으로 ETF 운용 보수율이 0.2%까지 낮아지면서 경쟁력이 낮아진 중소형사들은 특색있는 상품으로 눈을 돌려 시장에 도전하기 시작했다. 공원배 KB증권 연구원은 “미국 ETF 시장은 규모의 경제를 통해 경쟁이 어느 정도 정리된 상태”라며 “한국 시장도 결국 운용 보수나 추적 오차가 낮은 좋은 ETF가 살아남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한국 시장은 상품 경쟁은 물론 보수 경쟁도 제대로 이뤄지지 못하는 형국이다. 코스피200 ETF 시장을 선점한 삼성자산운용의 ‘KODEX200’은 가장 높은 운용 수수료(0.15%)에도 시장 점유율이 40%가 넘어 2위인 미래에셋자산운용의 ‘TIGER 200(102110)’과의 순자산 격차만 2배가 넘는다. 그나마 지난해 NH아문디자산운용이 출시한 ‘HANARO 200(293180)’이 최저 수수료인 0.036%를 들고 나오면서 2012년 출시한 한화자산운용의 ‘ARIRANG 200(152100)’을 제치고 순자산 순위 4위(8,090 억원)까지 올랐다.
그러나 보수 낮추기 경쟁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자산운용사들이 좀 더 적극적으로 다양성 경쟁에 뛰어들어야 한다는 이야기가 나오는 이유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이 지난 7월 출시한 ‘TIGER부동산인프라고배당’ ETF는 0.75%의 높은 보수에도 최근 트렌드인 리츠와 고배당주를 이용한 상품 구성으로 지난 3개월간 일평균 40만주 이상 거래됐다. 이외에도 ‘TIGER 2차전지테마’와 ‘KBSTAR 게임테마’ 등이 각각 1개월 수익률이 8.32%와 12.20%를 기록하는 등 다양한 섹터와 스타일로 구성된 상품이 높은 성과를 내면서 투자자들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신한나기자 hanna@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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