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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9 (목)

"너무 보고싶어요" 펫로스 증후군…'비난·조롱' 삼가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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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려동물 죽고 난 뒤 죄책감, 우울증…심하면 '극단적 선택'도

한국, 외국보다 유난히 치유 기간 길어

아시아경제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지난해 4가구 중 1가구는 반려동물을 기르는 것으로 조사됐다/사진=플리커


[아시아경제 김윤경 기자] #직장인 A(27) 씨는 얼마 전 15년 가까이 키운 반려견 또또를 병으로 떠나보냈다. 또또 장례를 위해 회사에 휴가를 내고 나니 돌아온 답변은 "고작 개 하나 죽은 걸로 휴가를 낸다" "유난이다"라는 따가운 시선이었다. A 씨는 "비반려인은 반려동물이 죽은 뒤의 고통을 모르는 것 같다"면서 "가족과 다름 없는 반려동물의 죽음을 비난하는 것은 또다른 상처"라고 호소했다.


농림축산식품부가 조사한 '2018 동물보호에 대한 국민의식 조사결과'에 따르면 반려동물을 기르는 가구 비율은 23.7%로 4가구 중 1가구는 동물을 키우는 것으로 추산한다. 이 가운데 반려동물을 바라보는 시선이나 이해 등 문화 형성 부족에 대한 목소리가 크다.


특히 키우던 동물을 떠나보낸 뒤 겪는 펫로스 증후군을 인정하지 않거나 비난으로 이어지다 보니 감정을 표출하지 못하고 결국 다양한 부작용에 시달린다는 지적도 들린다.


'펫로스 증후군(Pet loss syndrome)'은 반려동물이 죽거나 잃어버린 뒤 겪는 여러 가지 정신적 어려움을 말한다. 대개 반려동물을 잃은 것에 대한 충격이나 부정, 분노, 절망감, 슬픔, 자책, 죄책감, 우울감 등 다양한 감정을 겪는다.


밀리 코다로 텍사스 스테이트 대학 교수는 2012년 10월 발표한 논문에서 '펫로스 증후군'을 '인정받지 못한 비애'(disenfranchised grief)라고 표현했다.


또 '인간과 개, 고양이의 관계 심리학' 저자이자 심리학자인 세르주 치코티는 "반려동물이 죽었을 때 남자들은 가까운 친구를 잃었을 때와 같은, 여자들은 자녀를 잃었을 때와 같은 고통을 느낀다"고 말했다. 즉 보호자들은 큰 정신적 고통을 겪는다는 뜻이다.


문제는 펫로스 증후군으로 인한 슬픔을 제대로 표현해내지 못하면 반사회적 공격성, 우울증과 이로 인한 자살로 이어지는 등 사회적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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펫로스 증후군을 제대로 치료하지 못하거나 슬픔을 표현하지 못할 경우 각종 문제를 일으키기도 한다/사진=연합뉴스


전문가는 이런 상황에 대해 "사회적으로 인정받지 못하는 슬픔에 감정을 억누르다 보니 반려동물 선진국인 영국이나 독일 등과 비교해 펫로스 증후군 치유 기간이 무척 길다"고 말했다. 감정 표출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렇게 억누른 슬픔은 결국 심각한 문제를 일으키기도 한다.


지난 1월 필리핀 유명 록 밴드 '레이저백'의 드럼 연주자 브라이언 벨라스코(41)가 투신해 사망한 사건이 발생했다. 그는 지난해 11월 자신이 키우던 강아지가 죽은 뒤 우울증을 겪어온 것으로 전해졌다.


또 지난 2012년 부산에서 펫로스 증후군을 이기지 못한 40대 여성이 극단적 선택을 하기도 했다.


진성택 펫로스 전문 수의사는 "국내 전체 가구 중 4분의 1이나 반려동물을 키운다고 하지만, 반대로 4분의 3은 키우지 않는다는 뜻이기도 하다"면서 "국내 반려동물 문화 수준이 아직 높지 않다 보니 반려 가구 입장을 헤아리지 못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비반려인이 이해하지 못하는 반려인의 슬픔을 질타해서는 안 된다"며 "동물을 잃은 상실감에 대한 공감이나 지지보다 중요한 것이 비난하지 않는 행위"라고 지적했다.



김윤경 기자 ykk0226@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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