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개국 18개 작품 공연
일본 청년단 ‘그 숲의 심연’도 예정대로
【서울=뉴시스】조수정 기자 = 3일 오후 서울 동숭동 씨어터카페에서 열린 2019서울국제공연예술제 및 서울아트마켓 기자간담회에서 고선웅 '낙타상자' 연출가가 인사말 하고 있다. 2019.09.03. chocrystal@newsis.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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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이재훈 기자 = 고선웅(51) 극공작소 마방진 예술감독은 할리우드 키드, 아니 ‘서울국제공연예술제(SAPF·스파프) 청년’이라고 부를 만하다.
만 서른살이던 1998년 광고대행사를 그만둔 고 감독은 희곡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그리고 1999년 여름 마침내 극작가로 대학로에 입성했다. 데뷔작은 ‘락희맨쇼’.
만화적인 상상력으로 가득한 이 작품을 통해 단숨에 주목 받는 작가가 된 고 감독은 2001년 처음 열린 서울국제공연예술제에서 괴물처럼 작품을 섭렵하는 식욕을 과시했다.
고 감독은 3일 “공연 전부를 보고 메모를 했어요. 술도 한잔 안 마시고 서울국제공연예술제에서 공연한 작품들의 음악, 그림, 조명, 영상의 매력에 푹 빠졌죠. 한편도 빠지지 않고 동시대성을 담은 작품들에 푹 빠졌죠”라고 돌아봤다.
고 연출은 공연계 ‘미다스 손’으로 통하는 스타다. 연극 ‘조씨 고아, 복수의 씨앗’ ‘푸르른 날에’, 뮤지컬 ‘아리랑’뿐 아니라 창극 ‘변강쇠 점 찍고 옹녀’ ‘흥보씨’ 등 다양한 장르를 아우르고 있다. 27, 28일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초연하는 국립오페라단 창작 오페라 ‘1945’ 연출도 한다. 지난해 평창동계패럴림픽 개·폐막식을 총연출하기도 했다.
연극 '낙타상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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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감독의 경력에 전환점이 된 작품은 2010년 서울국제공연예술제에서 초연한 ‘칼로막베스’. 셰익스피어의 ‘맥베스’를 무협액션극으로 풀어 낸 이 작품은 그해 말 동아연극상에서 작품상과 연출상을 휩쓸기도 했다.
“당시 극단(극공작소 마방진)이 5년차가 됐을 때였어요. ‘좀 더 큰 무대에서 공연을 해보자’라며 중극장 연극을 기획했는데 ‘칼로막베스’였죠. 해외 3개국을 갔는데 배우들의 구심력도 많이 생겼죠. 무엇보다 언어가 통하지 않아도 좋은 공연은 소통할 수 있다는 것을 깨닫게 했어요. 남아메리카, 벨라루스, 중국에서 공연했는데 모두 좋은 기억으로 남아 있어요.”
고 감독과 극공작소 마방진은 9년 만에 서울국제공연예술제에 다시 참여한다. 예술경영지원센터와 한국문화예술위원회 공동 주최로 10월 3~20일 서울 아르코예술극장과 대학로예술극장, 세종문화회관, 한국예술종합학교 일대에서 펼쳐지는 2019 제19회 서울국제공연예술제에서 ‘낙타상자’를 공연한다.
올해 5월 제40회 서울연극제 참가작으로, 대학로예술극장 대극장 무대에서 공연했다. 중국 근대 문학사의 대표 휴머니스트 작가 라오서가 1937년 발간한 소설(루어투어 시앙쯔)이 원작이다. 1945년 미국에서 ‘릭쇼 보이(Rickshaw Boy)’로 번역돼 베스트셀러 반열에 오르기도 했다.
20세기 초 인력거꾼 ‘상자’의 인생 역정을 통해 당시 하층민들에 대한 옛 사회의 잔혹한 수탈과 참상을 생동감 있게 그려낸다.
고골센터 '카프카' ⓒSemen Shteiberg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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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을 하고 정서적으로 보강했어요. 이런 고전이 ‘왜 현재적인 작품을 공연하는 스파프에 필요하냐’, 고전은 지금을 담는 그릇이기 때문이죠. 관객들이 판단하겠지만 동시대 마음에 접점을 하고 싶어요. 주제는 추락하고 절망하는, 구원이 없이 끝까지 추락을 하는 거예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끊임없이 생이 계속되죠. 그 질문을 어떻게 환기하고 바라볼 지가 과제인데 상처를 치유하는 카타르시스가 목표입니다.”
독일, 덴마크, 러시아, 벨기에, 이스라엘, 프랑스, 핀란드 등 7개국의 해외작과 불가리아 원댄스 위크와 협력 제작한 작품, 10편의 국내작 등 9개국 단체의 18개 작품을 선보이는 이번 축전의 큰 주제 역시 절망이 도사리고 있는 불안이다.
이병훈 연극 프로그래머는 “시대의 불안을 다루는 작품을 선보인다”면서 “벨기에의 포인트 제로 ‘잊혀진 땅’은 (프랑스 일간지인) 뤼마니테의 평처럼 ‘너무나 멋지게 두려움을 남겨주는 작품’”이라고 소개했다.
2018 벨기에 언론사 최우수 공연상을 수상한 포인트제로의 ‘잊혀진 땅’은 픽션과 체르노빌 원전 사고를 바탕으로 했다. 기억 속으로 사라진 진실과 알 수 없는 미래에 대한 두려움을 그리는 시(詩)와도 같은 작품이다. 그리고 인형들은 전혀 아름답지 않은 인간의 얼굴로 객석에 앉은 인간의 속내를 바라본다.
러시아 실험예술을 선도하는 고골센터가 제작한 ‘카프카’가 개막작이다. 이번이 한국 초연으로 캔버스 위 다양한 스펙트럼으로 펼쳐지는 광기와 부조리의 작가 카프카의 삶에 문화적 상상력을 더한다.
【서울=뉴시스】조수정 기자 = 3일 오후 서울 동숭동 씨어터카페에서 2019서울국제공연예술제 및 서울아트마켓 기자간담회가 열리고 있다. 왼쪽부터 김도일 예술경영지원센터 대표, 이병훈 2019 서울국제공연예술제 연극 프로그래머, 고선웅 '낙타상자' 연출가, 최상철 2019 서울국제공연예술제 무용 프로그래머, 황수현 '검정감각' 안무가'. 2019.09.03. chocrystal@newsis.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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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용 작품들 역시 만만치 않다. “동시대 무용의 혁명”(영국 인디펜던트·프랑스 르몽드)이라는 평을 듣는 프랑스의 왕 라미레즈 컴퍼니 ‘보더라인: 경계에서’는 힙합을 기반 삼아 와이어와 창의적인 신체 움직임이 결합된 생동감을 특기할 만하다.
수산나 라이노넨 컴퍼니의 신작 ‘네스티: 여성, 억압과 해방’은 여성의 몸을 겨냥한 기대와 한계, 공격들을 까발린다.
최상철 무용 프로그래머는 “난민적인 것, 여성 몸에 대한 것 등 한창 논쟁이 되는 소재들의 작품이 오른다”고 소개했다.
오딘극단 ‘크로닉 라이프: 만성적 인생’, 인발 핀토 댄스컴퍼니 ‘푸가’ 등 총 6개의 해외작을 선보인다.
국내작으로는 집이 재개발에 의해 무너지기 직전의 위기에 놓인 노인의 이야기를 담은 서울괴담의 ‘보이지 않는 도시’, 크리에이티브 바키의 함북 출신 탈북남과 충북 출신 상경남의 우정을 다룬 ‘브라더스’, 감각과 인식의 틈에서 발생하는 신체현상을 탐구하는 황수현 안무가의 ‘검정감각’이 눈길을 끈다.
연극 '그 숲의 심연' ⓒ일본 청년단 |
한국예술종합학교, 프랑스 유니온 아카데미-리무쟁 전문고등연극학교, 일본의 연출가 히라타 오리자가 설립한 극단 ‘청년단’ 등 세 단체가 협업한 ‘그 숲의 심연’ 공연도 관심사다.
일본의 경제 보복으로 한일관계가 악화된 가운데 작년 일본에서 초연한 이 작품의 한국 공연에 일부에서 부담을 표했기 때문이다. 히라타 오리자의 대표작 ‘과학하는 마음’이 초연된 지 30년이 지나 관련 시리즈의 집대성이라 할 수 있는 작품이다.
김도일 예술경영지원센터 대표는 “최근 일본과 경제 부분에서 많은 충돌을 하는 가운데 일본의 연출가의 연극을 과연 올리는 것이 바람직하냐, 않느냐는 이야기가 있었다”면서 “예술은 기본적으로 정치에서 자유롭다. 어려움 없이 정리가 됐다”고 했다.
김 대표는 이번 축전의 성격에 관해서는 “동시대의 시대성, 사회성, 예술성을 욕망, 갈등, 사회 부조리 등으로 조명하는 19편의 작품이 공연한다”면서 “기존에 연극와 무용에 치우쳐 있었는데 올해는 19회를 맞아 다양한 예술 장르를 수용하려 했다. 장르간 융합을 통한 공연예술축제 지향한다”고 밝혔다.
스파프는 서울아트마켓(PAMS), 국립아시아문화전당·아시아문화원(ACC·ACI) 등과 협력한 프로그램도 운영한다.
realpaper7@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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