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년간 언론사에서 뉴스 사진을 촬영하고 있는 사진가가 사진 책 『사진공책, 가려진 세계의 징후들』(김창길 지음·들녘·2만2000원)을 발간했다.
김창길의 사진공책, 가려진 세계의 징후들 2019.9.3/뉴스1 © News1 송원영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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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사 사진부 기자인 저자는 그동안 자신이 바라본 괘종시계의 진자가 자주 왼쪽에 있었음을 고백한다. 최종적으로 누구에게 도움이 되는가에 초점을 맞추라는 존 버거의 충고를 따랐기 때문이다. 사진이 예술이냐 아니냐, 혹은 어떤 사진이 예술적이냐는 중요하지 않았다. 저자는 사진의 의미를 교환가치가 아닌 사용가치에서 찾고 싶었다.
<사진공책, 가려진 세계의 징후들>의 괘종시계는 탱크맨 사진에서 첫 괘종을 울린다. 이는 저자도, 편집자도 결코 의도했던 순서가 아니다. 신문에 싣기 위해 사진을 모으고 글을 쓰고 그것들을 추려 한 권의 책으로 만드는 과정에서, 단 한 번도 현재 홍콩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들을 상상하지 못했다. 그냥 고심해서 글을 엮어낸 결과, 탱크맨이 맨 앞에 놓이게 되었을 뿐이다. 1989년 6월 텐안먼에서 찍힌 한 장의 사진이 어떻게 사용됐는지 궁금해서 다시 들여다보고자 했던 것인데, 우연하게도 2019년 홍콩은 그 사진에 감추어진 세계의 징후를 제 스스로 소환해내고 있었다.
그 외에도 저자는 미국의 대공황, 아우슈비츠 수용소의 존더코만더, 혁명의 아이콘 체 게바라, 그리고 한국 현대사의 한 장면이었던 김주열과 이한열의 사진들 등을 꺼내보았다. 동물권, 여성, 환경과 사진을 연결시켜보고, 디지털화된 사진 찍기 문화의 퇴행적 측면도 파헤쳐보고자 했다.
저자는 지난 2011년 11월 한미FTA비준안 처리를 저지하기 위해 한 국회의원이 본회의장 의장석에 최루탄가루를 살포 장면을 포착한 사진 <국회묵시록>으로 그해 한국보도사진전 대상을 받았다.
한 장의 사진에 감추어진 부분을 포착하는 작업은 우리가 사는 세계의 여러 징후들을 온전히 읽어내는 일이 된다는 것을 우리는 이 책을 통해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sowo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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