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독일국채 DLF 전부 3월 이후 팔아
하나銀, 4∼5월에도 163억원어치 개별 창구로 판매
기초자산 금리의 방향성이 바뀌면 원금 전액 손실 등 고객의 손해가 극대화할 가능성이 커지는데도 상품 판매를 강행했다는 것이다.
이는 판매 상품의 위험 관리 시스템이 작동하지 않았다는 의미이므로 앞으로 금융당국의 책임 소재 규명과정에서 주요 점검 포인트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3일 자유한국당 김정훈 의원이 금융감독원에서 제출받은 자료를 보면 지난달 22일을 기준으로 각 은행에서 판매돼 잔액이 남은 DLF는 우리은행 93개, 하나은행 117개다.
서울의 우리은행 본점(왼쪽)과 KEB하나은행 본점 |
우리은행은 올해 상반기 독일 국채 10년물 금리와 영국 이자율스와프(CMS) 금리를 기반으로 한 파생결합증권(DLS)에 투자하는 DLF를 판매했다. 이들 금리가 갈수록 하락세를 보이면서 DLF에 손실이 예상된다.
특히 독일 국채 금리는 마이너스를 나타내고 역대 최저치를 갈아치우는 상황이라 관련 DLF가 전액 손실 위기에 처했다.
독일 국채 금리는 올해 3월에 2016년 이후 처음으로 마이너스 영역에 진입했다. 세계 경기 둔화로 안전자산 선호 현상이 확산하자 독일 국채 가격이 급등한 것이다.
하지만 우리은행은 독일 국채금리 연계 DLF 판매를 중단하지 않고 5월 31일까지 계속 팔았다.
독일 국채 10년물 금리는 지난달 말에는 사상 최저치인 -0.72%까지 떨어졌다.
이렇게 계속 판매된 영향으로 우리은행 DLF 투자자 손실이 더 커진 것으로 드러났다.
우리은행이 판매한 DLF 93개 가운데 독일 10년물 국채 금리에 연계한 DLF는 19개다. 독일 국채 금리가 지난달 22일 수준(-0.692%)으로 만기까지 유지된다고 가정했을 때, 이 19개 상품 전부 손실률이 84∼98%에 달한다.
이들 상품 모두 올해 3월 21일 이후 판매됐으며 투자 금액은 총 1천236억원에 이른다.
영국 CMS 금리에 연동한 나머지 74개 상품 중 49개는 금리가 지난달 22일 수준일 때 46∼54% 손실을 보게 된다. 25개만 3.20∼6.72% 수익이 예상된다.
영국과 미국 CMS 금리에 연동한 DLF를 판매한 하나은행은 해당 금리가 지난달 22일 수준(영국 0.651%, 미국 1.405%)에 머무른다면 잔액이 있는 117개 DLF 상품 중 단 1개만 3.5% 수익을 보는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은행의 '전액 손실 위험'에 가려졌지만, 나머지 116개 상품의 예상 손실률은 최저 -43%, 최고 -60%에 이른다. 투자 잔액은 3천839억원이다.
또 하나은행은 미국 기준금리 동결이 예상되던 올해 3월 초부터 미국·영국 CMS 연계 DLF를 판매하지 않았다고 설명해왔으나 4월과 5월에도 4개 상품에 163억원 투자를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하나은행은 "3월 8일에 전체 프라이빗뱅커(PB) 채널을 통한 DLF 판매는 중지했으나, 개별 고객 요청으로 4개 영업점에서 6명에게 제한적으로 상품을 판매했다"고 설명했다.
국민은행도 미국 CMS 금리 연계 DLF를 올해 6∼7월 판매해 262억원 투자를 받았으나 상품 구조를 다르게 설계해 현 금리에서 3∼4%대 수익이 예상된다. 기업은행[024110]의 경우 금리 방향성이 바뀜과 동시에 상품 판매를 중단해 고객의 손실을 차단할 수 있었다.
김정훈 의원은 "우리은행과 하나은행 산하 연구소가 작년 말과 올해 3월 독일과 미국의 금리 하락을 전망했는데도 거액의 해외금리 연계 파생상품을 판매했다는 것은 국민을 기만한 채 판매 수수료 수익에 치중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hye1@yna.co.kr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