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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큼 다가온 가을…서점가엔 국내소설 vs 외국소설 경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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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단행본 출간 봇물…한일 갈등속 일본 소설 이례적 실종

(서울=연합뉴스) 이승우 기자 = 찌는 듯한 폭염도 기세를 꺾고 선선한 바람이 코끝을 스친다. 어느덧 가을이 슬그머니 우리 곁에 찾아오면서 최근 소설 신간들이 대거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다.

국내 소설과 외국 소설의 비율이 수적으로 비슷해 올가을에도 팽팽한 대결이 펼쳐질 전망이다. 내용별로 순수 소설부터 장르 소설까지 다양하고 형식은 중단편 소설집보다 주로 장편이 많다.

눈에 띄는 것은 최근까지 소설 신간에서 20~30% 정도를 차지하던 일본 소설이 순식간에 사라졌다는 사실이다. 한일 외교 갈등이 감정 문제로까지 비화하면서 문화 출판계마저 눈치를 보고 있다는 지적이 많다.

연합뉴스

국내 소설 신간



◇ 젊은 여성작가 위주 한국 소설 = 국내 소설은 주로 젊은 작가들 작품이 주를 이루고 성별은 여성이 다수다.

김희진의 '두 방문객', 염승숙의 '세계는 읽을 수 없이 아름다워', 김금희 '오직 한 사람의 차지, 신유진 '그렇게 우리의 이름이 되는 것이라고', 강희진 '카니발', 이재영 '지적 거인', 임하운 '뜻밖의 계절' 등이다.

'두 방문객'은 민음사 젊은 작가 시리즈 22번째 소설이다. 의문의 교통사고로 아들을 잃은 여성이 아들 생일을 기리는 날, 생일 케이크를 들고 방문한 두 사람과의 대화에서 엇갈리는 시각이 작가 특유의 서사 구조로 펼쳐진다. 민음사. 212쪽.

'세계는 읽을 수 없이 아름다워'는 등단 15년 차인 작가가 5년 만에 낸 네 번째 소설집이다.

세월호 사건을 배경으로 한 연작 형식의 '오래전 고독', '비하인드 더 신즈-오래전 고독' 등 7편의 단편이 실렸다. 섬세한 언어로 세상의 균열과 상처를 보듬고 존재의 아름다움을 포착한다. 문학동네. 292쪽.

'오직 한 사람의 차지'는 젊은 작가상 대상과 현대문학상을 받은 기대주 김금희의 신작 소설집. 독자들의 호응에 예약 판매 중 2쇄에 들어갔다고 출판사는 전했다.

현대사회에서 느끼는 고독과 자괴감, 죄책감과 폭력의 감정을 감내하며, 그래도 소통으로 나아가는 군상을 그린다. 표제작을 포함해 단편 9편을 실었다. 문학동네. 296쪽.

'그렇게 우리의 이름이 되는 것이라고'는 파리에서 연극을 공부한 신유진의 소설집이다.

파리 테러에서 연인을 잃고 귀국한 여성의 이야기를 담은 표제작을 포함해 5편의 이국적이고 서정적인 단편이 담겼다. 일구팔사북스. 208쪽.

세계문학상 대상 수상 작가인 강희진의 최신작 '카니발'도 나왔다.

결혼을 통해 한국에 이주해온 필리핀 여성이 겪는 잔혹한 가족사를 딸의 목소리를 통해 고발한다. 나무옆의자. 268쪽.

'지적 거인'은 한동대 교수이자 포스코 석좌교수인 과학자 이재영의 공상과학소설(SF)이다.

비밀 결사가 초기 우주 생성의 비밀과 인간 유전자 원형을 찾아 합성하는 비밀 연구가 진행되는 가운데, 카이스트 천재 학생이 실종된다. 아마존의나비. 400쪽.

'뜻밖의 계절'은 기존 문단을 거치지 않고 문학이나 글쓰기를 전문적으로 배우지 않은 젊은 작가가 쓴 독창적 소설이다.

공항 특수보안 관련 일을 하는 작가는 인간의 근원적 고독과 상처의 치유를 신선한 감각으로 그려냈다. 시공사. 28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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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 소설 신간



◇ 다양성과 재미 담보한 외국 소설 = 이에 맞서는 외국 소설은 작가 국적, 장르, 성별 등이 매우 다양하다. 신인과 중견이 조화를 이뤘다. 순수문학부터 장르문학까지 선택의 폭이 넓고 스토리 라인에 주안점을 둔 작품이 대부분이다.

한국 독자들이 가장 선호하고 사랑해온 일본 소설들이 한꺼번에 신간 코너에서 아예 자취를 감춘 건 이례적이다.

'엘리너 올리펀트는 완전 괜찮아', '전화하지 않는 남자 사랑에 빠진 여자', '이지 웨이 아웃', '불안', '세컨드 라이프'는 극적 요소와 흥미로운 이야기에 초점을 맞춘 작품이다.

'서쪽으로'와 '와인즈버그, 오하이오'는 문학적 완성도를 추구했고, '링곤베리 소녀'는 요즘 유행하는 스릴러다.

미국과 영국 북 차트를 석권한 '엘리너 올리펀트는 완전 괜찮아'는 영화로도 제작될 예정이다.

스코틀랜드 작가 게일 허니먼의 데뷔작으로, 가족과 친구도 없이 서툴지만, 독립적인 삶을 꾸려나가며 만족하는 '괴짜'의 삶을 따뜻한 유머로 그려냈다. 정연희 옮김. 문학동네. 488쪽.

'전화하지 않는 남자 사랑에 빠진 여자' 역시 신인 소설가의 데뷔작인데도 화제를 모은 작품이다. 다큐멘터리 제작자 출신 로지 월쉬가 쓴 첫 장편소설로 2017년 런던도서전에서 화제를 모으며 30개국에서 번역 출간됐다.

여름 휴가지에서 우연히 일주일을 함께 보낸 남자와의 미스터리 로맨스가 펼쳐진다. 박산호 옮김. 알에이치코리아. 484쪽.

호스피스 병동 간호사인 스티븐 암스테르담의 장편 '이지 웨이 아웃'은 안락사에 관한 이야기다.

작가는 안락사를 돕는 업무에서 느낀 괴로움을 글쓰기를 통해 달랬다고 한다. 안락사의 비극적 민감함을 블랙 유머로 풀어내면서 인간의 존엄과 사랑의 문제를 다룬다. 조경실 옮김. 바다출판사. 448쪽.

'불안'은 노르웨이 인기 작가 린 울만이 생의 황혼에 다다른 아버지와 나눈 대화를 바탕으로 쓴 소설이다. 작가의 아버지는 스웨덴 영화감독, 어머니는 노르웨이 배우다.

유명 예술가를 부모로 둔 막내딸이 읊조리는 성장 회고록이자 가족 이야기이면서 러브 스토리다. 뮤진트리. 이경아 옮김. 536쪽.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의 대선 캠프에서 금융 담당 참모를 지낸 특이한 이력의 작가가 쓴 소설도 있다.

모건스탠리와 프랑스 알티스 미디어그룹 임원 출신 베르나드 무라드의 '세컨드 라이프'는 '국가와 사회정의 현대화'를 기치로 각 개인의 삶을 재조정하려는 국가 비밀 프로젝트를 흥미롭게 그린다. 국가는 개인이 삶에 어디까지 개입할 수 있을까. 박명숙 옮김. 문학동네. 344쪽.

'서쪽으로'는 제삼 세계에서 가장 주목받는 작가 중 하나로 떠오른 파키스탄 출신 모신 하미드의 신작 장편. LA타임스 도서상, 애스펀 워즈 문학상을 받았고 맨부커상 최종 후보로도 올랐다. 뉴욕타임스 2017년 최고의 책으로도 선정됐다.

난민의 삶을 소재로 인간의 인연과 인생의 모험, 그리고 삶은 정처 없는 방랑과 이동이라는 주제의식을 표현한다. 권상미 옮김. 문학수첩. 264쪽.

일본 소설이 사라진 자리를 북유럽 소설이 메우는 듯하다. '링곤베리 소녀'는 스웨덴 작가 수산네 얀손이 쓴 스릴러다.

괴기스럽고 음산한 늪지대에서 사람들이 잇달아 실종되고 썩지 않는 시신으로 발견된다. 축축하고 기분 나쁜 공포의 근원을 독자와 함께 찾아 나선다. 이경아 옮김. 검은숲. 336쪽.

'와인즈버그 오하이오'는 어니스트 헤밍웨이, 스콧 피츠제럴드와 윌리엄 포크너, 버지니아 울프가 존경하고 영향받았던 미국 작가 셔우드 앤더슨의 고전이다.

1910년대 미국 오하이오주 와인즈버그에서 일어나는 기이한 일들을 보편적 시각으로 승화한다. 미국 대학 문학 강의에서 가장 많이 텍스트로 사용되는 작품이다. 박영원 옮김. 새움. 304쪽.

lesli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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