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재청 궁능유적본부, 담장 기초현황 조사 보고서 발간
종묘에 있는 60간지 중 하나인 '정사' |
(서울=연합뉴스) 박상현 기자 = 조선 임금과 왕비 신위를 모신 국가 사당인 종묘의 외곽 담장에 새겨진 60간지와 일왕 연호는 수리 시기로 추정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종묘 담장에 남은 60간지는 모두 73개이고, 일왕 연호는 9개로 파악됐다.
문화재청 궁능유적본부는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종묘 외곽 담장 기초현황 자료조사' 보고서를 발간했다고 28일 밝혔다.
60간지와 일왕 연호는 종묘 북쪽을 제외하고, 동쪽·남쪽·서쪽 담장에 있다.
그중 동쪽 담장에서는 신사(辛巳) 6개, 임자(壬子) 4개, 을묘(乙卯) 4개, 정사(丁巳) 3개, 신해(辛亥) 3개 등 15가지 명문 33개가 확인됐다.
건축사사무소 강희재는 보고서에서 "확실하게 식별되는 명문이 있는 반면, 일부 글자는 마모되거나 훼손됐다"며 "표기 형식이나 위치에는 특별한 규칙이 없다"고 설명했다.
60간지를 수리 시기로 보는 근거는 승정원일기 기록이다. 승정원일기 1879년 8월 4일 기사에는 "종묘 대문의 서쪽 담장과 동영(東營) 사이에 있는 담장이 이미 완전히 축조됐으니 정식에 따라 연조(年條)를 새긴 후"라는 내용이 있다.
종묘 담장에 새겨진 일왕 연호 |
일왕 연호는 모두 '쇼와'(昭和)다. 서쪽에 있는 8개는 '소화 팔년 삼월 개축'(昭和 八年 三月 改築)이라고 표기했다. 쇼와 8년은 1933년이다. 동쪽에 남은 명문 1개는 쇼와 7년, 즉 1932년에 작성됐다.
보고서는 "조선시대에는 종묘 담장을 수리·보수하면서 해당 연도를 새기는 것이 법식으로 정해져 있었다"며 "현재 종묘 담장에 기재된 60간지는 조선시대 후기, 일왕 연호는 1932년 율곡로 개발 당시 창덕궁과 연결된 담장을 허물고 개축할 때 새긴 듯하다"고 추정했다.
보고서에는 60간지와 일왕 연호에 관련된 역사 기록, 승정원일기와 종묘일지에서 찾은 기록, 종묘의궤의 종묘전도, 춘관통고에 수록된 금의종묘영녕전전도, 조선고적도보에 실린 종묘 배치도와 내부 사진, 신문기사 등을 담았다.
종묘관리소는 이번 조사에서 확인한 사항을 알리기 위해 안내판을 추가로 설치하고, 해설사 안내 지침서를 수정할 방침이다.
문화재청은 보고서를 국립고궁박물관, 국회도서관 등에 배포하고, 누리집(cha.go.kr)을 통해서도 공개할 계획이다.
psh59@yna.co.kr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