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페레타 '석가탑' 51년만에 부활…배우 전원 시인이 재직한 명성여고 학생들
중견화가 6인 참여한 신동엽 시화전도 열려…29일부터 전국 순회 전시
신동엽학회(회장 정우영)는 다음 달 6∼7일 여행자극장에서 오페레타 '석가탑'을 입체낭독극(낭독극에 춤·마임·노래·가야금 연주 등 결합) 형식으로 공연한다고 27일 밝혔다.
김진곤이 연출을 맡아 51년 만에 무대에 오르는 석가탑에는 시인이 8년 동안 국어 교사로 재직했던 명성여고(현 동국대부속여고) 학생 10명이 배역을 채워 눈길을 끈다.
신동엽 대본, 백병동 작곡의 '석가탑'은 1968년 5월 서울 드라마센터에서 문오장 연출로 초연한 것을 마지막으로 사라졌다. 공연은 물론 대본과 오페레타 악보조차 남아 있지 않았는데, 1980년 간행된 '신동엽전집'(증보판)에 처음 대본이 수록됐다.
이후 신동엽학회 회원인 이대성(서강대 박사과정 수료)이 신동엽문학관에 소장된 필경등사본을 새로 발견해 학술논문을 발표하고 한국문화예술위원회 공모사업에 선정돼 입체낭독극으로 부활했다.
배우는 모두 동대부속여고 학생들로 지난달부터 방과 후 시간과 방학 기간을 활용해 연습했다.
수리공주 역 반수아 양(2학년)은 "배우가 되고 싶은데, 인문계 학교이다 보니 공연에 올라갈 기회가 적었다"면서 "이번 석가탑 공연은 둘도 없는 기회라고 생각해 지원했다"고 말했다고 주최 측이 전했다.
도끼 역 유혜연 양(1학년)은 "연습하면서 새로운 내 모습을 발견하고 자기를 계발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 보람 있다"고 했다.
작곡과 음악감독은 가야금 연주자이자 싱어송라이터인 정민아가 맡았다.
신동엽학회는 공연을 준비하면서, 신동엽문학관 소장 필경등사본과 팸플릿, 공연 사진, 백병동의 육필 악보 등을 확인했으며, 이 자료들을 책 '석가탑: 멀고 먼 바람 소리'(모시는사람들)로 엮어 공연일에 맞춰 발간한다.
정우영 신동엽학회장은 "1968년 공연 이후 이제까지 아무도 되돌아보지 않은 작업을 무대에 올리는 것"이라며 "창작 오페레타 '석가탑'은 문학사적으로도 그렇고, 음악사에서도 다시 평가받아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신동엽의 장남 신좌섭 교수는 "공연이 시극, 시노래 운동에 작으나마 활력을 불어 넣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했다.
오페레타 '석가탑'은 신동엽학회와 동국대부속여고가 공동 주관하고 신동엽기념사업회가 주최하며, 한국문화예술위원회와 문화체육관광부, 창비가 후원한다. 관람료는 무료. 관람을 원하는 사람은 구글로 서류를 작성해 예약하거나 현장 등록하면 된다. 자세한 문의는 이메일 poet-shin@hanmail.net.
오페레타 석가탑 포스터 |
신동엽기념사업회(이사장 강형철)는 또 대산문화재단(이사장 신창재), 교보문고(대표 박영규)와 함께 '시인 신동엽 50주기 기념 시그림전 - 이야기하는 쟁기꾼의 대지'를 연다.
오는 29일부터 다음 달 22일(일)까지 교보문고 광화문점 교보아트스페이스에서 열리는 1차 시화전에서는 '껍데기는 가라', '이야기하는 쟁기꾼의 대지', '진달래 산천' 등 시인의 대표작 33편을 강경구, 김선두, 박동진, 박영근, 장현주, 최영 등 6인의 중견 화가들이 그림 38점으로 형상화한다.
이들 화가는 신동엽의 대표작을 읽고 각자 5~6편을 선정해 회화로 옮겼다.
이어 부여 신동엽문학관(9월 25일~10월 30일), 교보문고 합정점(11월 1일~2020년 1월 6일) 등에서 순회 전시를 계속 진행한다.
이번 시화전은 문학을 그림과 접목해 널리 알린다는 취지로 지난 2006년부터 국내 대표 문인들을 선정해 열어온 '문학그림전'의 일환이다.
대산문화재단은 이번 시화전에서 전시한 작품 38편 등을 실은 시화집 '이야기하는 쟁기꾼의 대지'도 발간한다.
1930년 충남 부여에서 태어난 신동엽은 저항 정신을 담은 시작을 주로 발표해 '민족저항시인'으로 불렸다. 1969년 향년 40세에 간암으로 별세했다.
신동엽 시화전 출품작 |
lesli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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