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화 노력 소개…"8·15때도 고위인사 방일·文대통령 경축사 전달"
美 '실망·우려' 반응엔 "청와대-백악관, '하우스 투 하우스' 소통" 강조
김현종 차장 지소미아 관련 브리핑 |
(서울=연합뉴스) 이유미 기자 = 청와대가 23일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종료 결정 과정을 둘러싼 한미일 3국의 막후 외교적 움직임을 소개했다.
특히 한사코 대화를 거부해온 일본뿐 아니라 지소미아 연장을 희망해온 미국과 지속적인 소통의 노력을 기울여왔다는 점을 강조했다. 일본의 불성실한 태도에 따른 불가피한 결정이었다는 명분과 당위성을 강조하는 동시에, 미국 측과 사전에 충분한 소통이 없었던 것 아니냐는 항간의 시선을 불식하려는 의도로 볼 수 있다.
김현종 국가안보실 2차장은 이날 오후 청와대에서 브리핑을 통해 "지소미아 종료는 많은 고민과 검토 끝에 국익에 따라 내린 결정이었다"고 밝혔다.
그는 상당 시간을 할애해 지난해 10월 우리 대법원의 강제징용 배상 판결 이후 지소미아 종료 직전까지 이어진 일본과의 대화 노력을 소개했다.
지난 7월 고위급 특사 두차례 일본 파견, 8월 초 주일 한국대사의 일본 총리실 고위급 협의 시도 등을 일일이 거론했다.
이번 광복절에 우리 고위급 인사가 일본을 방문했던 사실도 새롭게 공개했다.
문재인 대통령의 8·15 경축사 내용을 일본 측에 미리 알려줬다는 사실도 처음 소개했다.
김 차장은 "대통령 경축사에서도 우리는 일본에 대화의 손길을 내밀었고 심지어 경축사 발표 이전에 일측에 이런 내용을 알려주기까지 했지만, 일측은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고 고맙다는 언급조차 없었다"고 말했다.
아울러 산업통상자원부·경산성 담당 국장 간 협의 요청(7월 16일), 세계무역기구(WTO) 일반이사회에서의 수석대표 간 일대일 대화 제안(7월 24일),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 장관회담 제안(7월 27일) 등 우리 정부가 수차례 실무협의를 제안했지만 일본은 일절 응하지 않았다고 부연했다.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 (PG) |
가장 최근인 지난 21일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한일외교장관 회담에서도 "일측은 기존 입장을 반복할 뿐 진지하게 대화에 임하지 않았다"는 것이 김 차장의 설명이다.
김 차장은 우리 정부의 대화 노력에도 불구하고 "일본의 대응은 단순한 '거부'를 넘어 우리의 '국가적 자존심'까지 훼손할 정도의 무시로 일관했으며, '외교적 결례'를 범했다"고 말했다.
일본의 이런 태도가 지소미아 종료에 결정적 배경이 됐다는 것이다.
또다른 외교소식통은 8·15 광복절을 전후해 2주간에 걸쳐 지속적으로 일본과 교섭을 시도했으나, 일본 측이 아무런 호응을 보이지 않았다고 지적하고 "이런 일본의 태도가 한국 정부의 분노지수를 키운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이는 '지소미아 종료 결정이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의 각종 의혹을 덮기 위한 정략적 결정'이라는 야당의 공격에 대한 사실상의 반박으로 볼 수 있다.
청와대는 지소미아 종료에 대한 미국 정부의 '실망과 우려' 표명, 한미동맹 약화 가능성에 대한 국내외 우려와 관련해 한미 간 긴밀한 소통이 이어져 왔다는 점도 재차 강조했다.
김 차장은 양국 NSC(국가안전보장회의) 간 7∼8월에 걸쳐 9차례 유선 협의가 이뤄졌으며 백악관 NSC와 거의 매일 실시간 통화할 정도로 우리 정부가 미국과 긴밀히 소통·협의해왔다고 설명했다. 이른바 '하우스 투 투 하우스', 화이트하우스(백악관)와 블루하우스(청와대) 간 라인이 계속 가동됐다는 의미다.
그는 "미국은 지소미아 연장을 희망해왔고, 이런 희망대로 결과가 안 나왔기 때문에 실망했다는 건 당연한 것으로 본다"며 "앞으로도 우리는 국익과 제반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미국 측에 적극 설명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미국이 지소미아 종료 결정을 이해했다'는 청와대 설명이 아직도 유효하느냐"는 질문에는 "긴밀히 협의해왔다"는 답변을 되풀이했다.
전날 청와대는 '미국이 지소미아 종료 결정을 이해하고 있다'고 밝혔지만, 미 정부 소식통은 이날 연합뉴스에 "우리는 특히 한국 정부가 '미국이 이해하고 있다'고 말한 데 대해 불만족스럽다"면서 "사실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김 차장은 "한미는 북핵 등 여러 이슈가 있으므로 여러 차원에서 늘 대화가 이뤄지고 있다"며 "오늘도 실무자 차원에서 그런 대화가 있었고, 정상 간 통화도 필요하다면 언제든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yumi@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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