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출판 아시아, 국내 최초로 신작 시집 한영대역으로 선보여
정일근(왼쪽) 시인과 김정환 시인이 20일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설가온에서 열린 신작시집 출간기념 기자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2019.8.20 /뉴스1 © News1 황기선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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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이기림 기자 = "안 그래도 내 시 어렵다고 말 많은데 번역해달라고 하면 민폐 아닐까 싶어 직접 번역했어요."
김정환 시인(65)은 20일 서울 종로구 한 식당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한영대역 신작 시집 '자수견본집'(아시아)을 소개하며 이같이 밝혔다.
한영대역 시집은 한국어와 영어를 동시에 수록하는 시집이다. 도서출판 아시아에 따르면 앞서 한국어로 출간된 시집이 번역돼 나온 경우는 있었지만 신간 시집을 한영대역으로 출간한 경우는 이번이 처음이다.
1980년 '창작과비평'으로 작품활동을 시작해 40년간 시를 써온 시인의 이번 시집에는 '죽음'과 '시간'을 다룬 신작 20편이 실렸다. 기본적으로 시는 번역이 가장 어려운 글인데다 다소 무거운 주제를 다뤄 번역이 쉽지 않았을 터였다.
그러나 김 시인은 "번역가로도 활동하고 있어서 직접 시를 번역하기로 했다"며 "해보니 남고생 안 시키고 제가 하길 잘했다"고 말했다.
김 시인은 시를 번역하다가 원문을 바꾸기도 했다. 예상대로 번역이 안 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는 "언어가 서로를 한정시켜서 시가 단순해지는 건 가능하면 하지 않았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전에 없던 표현을 할 수 있게 돼 힘들었지만 보람차고 재미있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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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간담회에선 '자수견본집'뿐만 아니라 정일근 시인(61)의 신작 시집 '저녁의 고래'도 함께 소개됐다. 정일근은 1985년 '한국일보' 신춘문예에 시가 당선되며 작품활동을 시작해 중·고등학교 교과서에 '바다가 보이는 교실' 등의 시가 실린 시인이다.
정 시인은 평소 당대의 아픔을 다루면서도 생명, 생태, 평화를 화두로 시를 써왔다. 이번 시집도 시대와 권력으로부터 핍박받는 '작고 연약한 존재'들에게 연민을 보내며 생명, 생태 등의 소중함을 일깨운다.
'저녁의 고래'는 나희덕, 허수경, 심보선, 진은영 등의 시집을 번역해온 지영실·다니엘 토드 파커 부부 번역가가 맡았다. 정 시인은 "어떻게 시를 번역할까 고민하다가 이건 번역자의 몫이다 생각하고 편안하게 맡겼다"고 했다.
이날 간담회 진행을 맡은 김근 시인은 두 시집에 대해 "시인들이 시를 쓸 때 번역을 염두에 뒀다고 하지만 사실상 시 번역은 시를 새로 쓰는 작업일 수 있다"며 "또 다른 창작물로서의 번역을 보는 게 흥미롭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이번 시집은 아시아 출판사에서 2018년부터 출간한 'K-포엣' 시리즈로, 해외에서도 아마존을 통해 구입이 가능하다. 시집에는 신작시 20편과 시인노트, 시인의 시세계를 알려주는 에세이, 해설이 함께 실려 있다.
lgiri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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