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초 서울시청사 앞에서 열린 3.1운동 100주년 기념행사에 박원순 시장 등이 참석하고 있다. (사진=서울시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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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민지로 전락한 조국해방을 위해 목숨을 바친 독립운동가 처우가 점차 개선되고 있지만, 잘 알려진 안중근, 유관순 열사의 후손들 조차 가난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힘겹게 살고 있어 안타까움을 자아낸다.
특히, 다 같은 후손이라도 선순위자(대부분의 경우 장자) 외에는 찬밥신세인데다 독립유공자가 1945년 8월15일 이후 사망한 경우 손자녀들에겐 혜택이 전무해 독립유공자 후손들의 해묵은 민원이 된 지 오래다.
14일 광복회 등에 따르면, 안중근 의사의 첫번째 동생인 안정근씨의 손자 안 모씨는 서울 양천구에서 가난한 삶을 이어가고 있다. 안정근 의사는 임시정부 시절 독립자금 모금과 조달업무를 맡았던 독립운동가이다.
◇ 안중근·정근 의사 후손…유공자 지원금 끊겨
청와대에서 인터뷰하는 안중근 의사 외손녀 황은주씨. (사진=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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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복회 이지혜 사무국장은 이날 CBS와 가진 인터뷰에서 "안정근님의 손자 안 모씨는 양천구 소재 임대아파트에 가족과 함께 살고 있지만 마땅한 가족 수입원이 없어 엄청 어렵게 살고 있지만, 안씨의 어머니가 어려운 사정이 대중들에게 알려지는 걸 극도로 꺼려 지금껏 언론인터뷰에도 응한 적이 없을 정도"라고 전했다.
이 국장은 "안씨의 부친이 한 때 동유럽 국가의 공사(公使)를 지내 크게 어렵지 않은 적도 있었지만 부친이 작고하면서 가족의 가난한 생활이 다시 시작된 걸로 안다"고 말했다.
공사를 지낸 안씨의 부친이 작고하면서 이 가족에겐 3가지 불행이 겹쳤다. ▲가족을 돌볼 가장이 사라졌고 ▲안중근·안정근 의사로부터 비롯된 유공자 지원금이 끊겼으며 ▲엎친데 덮친격으로 안씨의 지병도 악화일로라는 것.
안씨의 아버지가 은퇴한 뒤에도 독립유공자 후손들에게 주어지는 보훈수당은 든든한 생활의 버팀목이자 보루역할을 톡톡히 해왔다. 하지만 안씨의 아버지가 작고하자 일거에 모든 보훈수당이 단절돼 이 가족은 생계절벽을 맞이하고 말았다.
왜 하루 아침에 보훈수당이 뚝 끊긴걸까?
독립유공자 지원법 등에 따르면, 일제 치하에서 해방된 1945년 8월15일을 기점으로 이전에 숨진 독립유공자는 손자녀까지 보상금 혜택을 받을 수 있지만, 1945년 8월15일 이후 숨진 독립유공자는 자녀까지만 수혜를 받을 수 있다.
광복회 이지혜 사무국장은 "많은 독립유공자 후손들이 이 규정의 문제점에 공감하고 있지만 법적근거가 없어 현실적으로 지원이 끊기는 사례가 많다"면서 "설훈,김용태 의원이 이 규정의 개정을 시도했지만 법개정으로 이어지지는 못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 서울시 전국 최초, 선순위자→유족 전체 보훈혜택 확대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기림의 날인 14일 오후 서울 중구 남산의 조선신궁터 인근에서 열린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기림비' 동상 제막식에서 이용수 할머니가 제막된 동상을 어루만지고 있다. (사진=박종민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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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훈 규정 때문에 경제적 어려움은 물론 마음의 상처를 받는 경우는 또 있다.
예를들어 A 독립운동가가 공을 인정받으면 본인과 자손에 까지 유공의 혜택이 이어지게 되지만 혜택을 받게되는 자손의 범위가 '선 순위자 1인'으로 제한돼 있어 독립운동가 후손들에게는 오랜 미해결 숙원사업으로 남아 있다. 선순위자는 대개의 경우 장자다.
광복회 관계자는 "같은 독립유공자 후손이지만 정부와 지자체가 아주 제한적인 사람에게만 이중삼중으로 지원하다 보니 후순위로 밀린 유족들은 보훈수당은 물론 교육보조도 취업보조도 전혀 받지 못하는 실정이다"고 말했다.
이같은 현상은 정부는 물론 전국 지자체에 공통된 현상이다.
그러나 다행스럽게도 서울시가 2019년초 독립유공자 후손들과 가진 간담회에서 이런 문제점을 접하고 '독립유공 생활지원수당'을 자녀와 손자녀 전체에게 지급하기로 하고 조례개정을 거쳐 내년 1월부터 시행하기로 했다. 선순위자 외(外) 지원은 전국 최초다.
물론 이 경우도 혈세낭비와 도덕적 해이 논란을 우려해 기초생활수급자와 기준 중위소득 70%이하 가구로 대상을 제한하는 장치를 마련했다. 경기도에서도 서울시의 정책을 벤치마킹하기 위해 실태파악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시는 이와함께, 3.1절과 광복절마다 지급하는 독립유공자 위문금도 선순위자 1인→직계유족 전체로 확대해 2019년 광복절부터 지급하기로 했다.
더 많은 유족에게 지원혜택이 가도록 한 서울시 조치에 대해 광복회는 "후순위 후손들이 배려받지 못하는 현실은 유족들에게 커다란 숙원사업이었는데 박원순 시장이 제도를 고쳐준데 감사한다"며 "독립운동가 후손들이 자긍심을 느낄 것"이라고 밝혔다.
◇유관순 열사 가계 "독립운동으로 가난 대물림 경우"
"독립유공자나 후손들이 국가나 지자체에 가장 원하는 건 금전적 지원이에요"
독립유공자 업무를 맡고 있는 서울시 담당 직원의 얘기다.
독립유공자들이 그만큼 생계가 어렵지만 지원은 속시원히 이뤄지지는 않고 있는 현실을 반영한 말이다.
유관순 열사의 조카인 유장구씨는(막내동생의 아들) 8순을 넘긴 나이에도 가난을 떨쳐내지 못한 채 빈한하게 살고 있어 독립운동가 후손들의 경제적 어려움을 잘 나타내주는 경우 가운데 하나다.
보훈청에서 지급되는 수당과 광복회의 배려로 광복회 건물 관리인(수위)으로 근무하면서 받는 급여로 근근이 생활하고 있지만 평생을 가난하게 살아왔다는 게 광복회 관계자의 설명이다.
"일경의 요주의 대상에 오른 유관순 열사 일가 특히 열사의 직계 형제들은 경찰의 밀착감시를 받는데다 이리저리 불려다니며 탄압을 받았고 일부 후손들은 부모를 일찍 여의게 돼 안정적인 정착생활을 하지 못했고 그러다보니 제대로 된 교육을 받지 못했어요"
광복회는 "유관순 열사 유가족은 국가의 수혜를 받지 못해 가난한 경우라기 보다는 독립운동에서 비롯된 경제적 어려움이 대물림된 경우"라며 "대부분의 유족들이 이런 사례에 해당되지만 한정된 재원 때문에 도울 길을 찾는 것도 쉽지 않다"고 밝혔다.
이해선 서울시 복지정책과장은 14일 "독립유공자 예우는 보훈체계가 갖춰지기 시작한 1990년대부터 본격시작됐지만, 독립운동을 하느라 가정을 돌보지 못하고 자식교육을 제대로 시키지 못해 굴레가 돼 버린 가난에 비하면 지원수준이 여전히 열악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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