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의 내일’사진영상전에서 만난 시민들
할머니들 일상 영상에 담아
지금까지 3000여명 관람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의 모습을 담은 전시 ‘할머니의 내일’을 찾은 김지연씨(38)는 열한 살 딸, 아홉 살 아들에게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설명하다 잠시 고민에 빠졌다. 김씨는 “아직 어린 아이들에게 할머니들이 고통받은 걸 자세히 말할 수 없어 ‘일본이 옛날에 나쁜 짓을 했다’ 정도로 설명했다”며 “아이들에게 제대로 된 역사를 알려주기 위해서라도 나부터 위안부 문제에 관심을 가져야겠다”고 말했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기림일인 14일 서울 종로구 인사동 갤러리 이즈에서 열린 전시회 ‘할머니의 내일’은 관람객으로 붐볐다. 전시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쉼터 ‘나눔의집’에서 생활하던 할머니들의 일상을 기록한 여러 자료 등을 소개한다. 지난 7일 문을 연 뒤 현재까지 약 3000명이 찾았다. 선착순 300명에게 나눠주려 했던 기념 배지는 전시 초반에 모두 동이 났다. 전시 관계자는 “한국인 외에 일본, 중국, 베트남 단체 관람객들도 현장을 찾았다”며 “오늘도 약 350명이 관람했다”고 말했다.
박지은씨(22)는 위안부 문제에 대해 더 알고 싶어 이번 전시를 찾았다고 했다. 그는 “여성으로서 할머니들이 당한 고통을 생각하면 마음이 아프다”며 “근처에서 이런 기회가 있어 찾아와 좋았다”고 말했다.
전시는 갤러리 2개 층에서 열린다. 피해자들이 전쟁 당시의 트라우마를 치료하기 위해 배운 미술 수업에서 그린 작품들이 눈에 띄었다. 고 김순덕 할머니 작품 ‘끌려감’에는 치마저고리를 입은 여성이 군인 남성에게 끌려가는 모습이 그려져 있다. 영상 ‘할머니의 내일’은 생존 위안부 피해자 이옥선 할머니가 직접 내레이션을 했다. 영상에는 그간 사람들이 알지 못했던 위안부 피해자들의 일상이 담겼다. 최근 병환이 깊어 말하는 것조차 어려운 강일출 할머니(91)의 옛 모습도 볼 수 있다. 강 할머니가 무거운 떡메를 들고 떡을 내려치면서도 해맑게 웃는 모습이 정겹게 담겼다.
시민들은 전시를 보고 느낀 점을 메모해 전시장 한쪽의 나무 모양 걸이에 매달았다. 노란색 나비 모양 메모지 수백장에는 ‘나비처럼 훨훨 날으소서’ ‘할머니의 어제, 오늘, 내일을 이름으로 기억할게요’ 같은 메시지가 적혔다.
안신권 나눔의집 소장은 “사회는 할머니들의 울분에 찬 모습, 우는 모습 등 투쟁적인 모습만 기억해왔는데, 이들의 일상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며 “할머니들이 돌아가시면 일본은 위안부 문제를 회피할 것이 뻔하다. 그때를 위해서라도 자료를 기록하고 저장하는 일을 계속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시는 19일까지 열리며 입장료는 없다.
고희진 기자 gojin@kyunghyang.com
▶ 최신 뉴스 ▶ 두고 두고 읽는 뉴스 ▶ 인기 무료만화
©경향신문(www.khan.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