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14일 오후 국회 로텐더홀에서 광복절 대국민 담화문을 발표하고 있다. 오대근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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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대통령의 74주년 광복절 경축사보다 하루 빠른 14일 ‘대국민 담화’를 발표하자 정치권의 설왕설래가 이어지고 있다. 야당 대표가 대통령보다 앞서 담화문을 발표하는 전례가 없었던 만큼 여당에서는 강한 어조로 성토에 나섰다.
황 대표는 이날 국회 본관 중앙홀의 이승만 전 대통령 동상 앞에서 '오늘을 이기고, 내일로 나아갑시다'라는 제목으로 대국민 담화를 발표했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대변인 이재정 의원은 황 대표의 담화가 끝나자마자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린 글을 통해 “코미디도 이런 코미디가 없다”고 싸늘한 반응을 보였다. 이 대변인은 “대통령 광복절 담화에 하루라도 앞서 뭐라도 하고 싶었던 건가”라며 “이런 경우는 처음 본다. 황당하다”고 덧붙였다. 당 대표의 공식 메시지에는 각 당 대변인이 논평을 내는 것이 관례지만, 이 대변인은 “너무 어이가 없어 (공식 논평보다)개인 메시지를 먼저 발표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박지원 무소속 의원 역시 대통령보다 앞선 황 대표의 대국민 담화를 예의에 벗어난 행동이라고 비판했다. 박 의원은 이날 YTN라디오 ‘노종면의 더뉴스’에 출연해 “대통령이 연두교서나 연두회견을 하거나 또는 광복절 후에 야당 대표는 (담화를 발표)하는 것이 예의”라면서 “자기도 대통령 하려는 분이 대통령을 반대하고 비판하더라도 금도는 지켜야 된다”고 했다. 박 의원은 담화문 발표 장소가 ‘이승만 동상’ 앞이라는 점에 대해서도 “완전 보수로, 꼴통 보수로 돌아가겠다고 하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박홍근 민주당 의원도 이날 당 확대간부회의에서 “광복절을 하루 앞둔 오늘조차 대통령과 정부에 대한 정치공세에만 열을 올리는 모습에 국민들은 전혀 공감하지 못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황 대표가 문 대통령의 광복절 경축사를 하루 앞두고 대국민 담화문을 발표하는 것은 경제와 외교ㆍ안보 이슈를 선점, 정국 주도권을 가져오려는 포석으로 보인다. 황 대표는 이날 담화를 마치고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희망과 번영의 새로운 대한민국에 대한 저의 꿈, 그 꿈을 여러분과 함께 만들어가겠다고 호소 드리고 싶었다”라고 발표 배경을 설명하기도 했다.
전혼잎 기자 hoiho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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