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폭력적 장면만 골라 '침소봉대'
중국 본토인에 대한 여론전…'효과는 있다'
13일 (현지시간) 송환법에 반대하는 홍콩 시위대가 홍콩 국제공항을 점거하고 집회를 열고 있다. © AFP=뉴스1 © News1 우동명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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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강민경 기자 = 중국이 점점 격해지는 홍콩의 반(反)정부 시위에 새로운 무기를 빼들었다. 바로 가짜뉴스다.
영국 가디언은 지난 11일자(현지시간) 기사에서 최근 중국 관영매체들이 홍콩 시위의 폭력성만을 조명하는 콘텐츠를 집중적으로 내보내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는 중국이 홍콩 시위에 직접 개입하는 길을 닦기 위한 움직임이라는 전문가 분석도 실었다.
중국 공산당 기관지인 인민일보는 자국 소셜미디어(SNS) 위챗에 "홍콩 사회의 모든 영역에서 시위대의 폭력 중단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온다"는 내용의 기사를 게재했다. 시위대가 여론의 지지를 받지 못하고 있다는 인상을 주기 위한 메시지다.
지난 12일 홍콩국제공항에서는 비교적 평화로운 시위가 열렸지만, 중국 관영매체들은 일부 시위대가 성난 주민과 말다툼을 벌이는 장면만 퍼날랐다. 영상 속에서 주민은 "우린 홍콩이 안전하길 바랄 뿐"이라고 외치고 있다. 시위가 주민들의 의사와는 다른 양상으로 진행된다는 인식을 주기 위한 콘텐츠로 풀이된다.
홍콩 경찰의 시위대 진압 행위를 '위대한 용기'라고 박수치는 기사도 있었고, 신화통신 기자는 홍콩을 "흑색 테러로 뒤덮인 곳"이라고 묘사하기도 했다.
지난 두 달간 중국 관영매체들은 홍콩 시위에 대해 침묵으로 일관하고, 시위 장면을 전혀 보도하지 않는 등 검열 모드를 유지했다. 하지만 최근 들어 홍콩 시위에 대한 뉴스와 사설, 영상을 올리면서 적극적인 토론을 권장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이런 보도는 홍콩 시위의 극히 일부분만을 보여준다는 지적이다.
13일 (현지시간) 송환법에 반대하는 시위대가 점거하고 있는 홍콩 국제공항 입구에 경찰이 경비를 서고 있다. © AFP=뉴스1 © News1 우동명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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팡커청 홍콩중문대 교수는 가디언과의 인터뷰에서 "홍콩 관련 주제에 대해 본토 매체들은 저널리즘이라고는 볼 수 없는 행태를 보인다"면서 "그들의 행동은 순전히 선전에 불과하며, 정보의 아주 작은 부분을 포착해 왜곡하고 확대한다"고 비판했다.
가디언은 홍콩 시위가 대개 평화롭게 이뤄지고 있으나 중국 관영매체는 이를 '폭동'으로 묘사한다는 점을 지적했다. 시위대가 벽돌을 던지거나, 경찰에 야유를 보내는 장면만을 보여주기 때문. 중국 매체의 시각에선 홍콩 시위는 독립을 위해 체제를 전복시키려는 급진주의적 폭력배로만 그려진다.
하지만 가디언은 독립을 주장하는 시위자가 거의 없다고 설명했다. 시위 참가자들은 범죄인 인도 법안(일명 송환법)의 영구 철회와 경찰의 행동에 대한 독립적인 조사 등을 요구할 뿐이라는 것.
중국 관영매체들은 시위대가 외국 요원들의 '악마의 속삭임'에 꾀여 넘어간 것처럼 묘사하기도 한다. 중국 관리들은 미국을 비롯한 서방 국가들이 시위대 배후에서 '검은 손' 역할을 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홍콩의 친중 매체는 시위 주도 집단과 미국의 홍콩 주재 외교관이 접촉했다는 증거도 내밀었다.
13일 (현지시간) 송환법에 반대하는 시위대가 홍콩 국제공항에서 경찰과 실랑이를 하고 있다. © AFP=뉴스1 © News1 우동명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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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가운데 관측통들은 중국 관영매체의 이런 움직임이 시위대에 더 과감한 행동을 취하기 위한 중국 정부의 준비 작업이 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팡 교수는 "선전당국은 이것이 기회가 될 수 있다는 걸 알았다"면서 "시위가 평화로울 때는 할 말이 별로 없지만, 이제 폭력 사건이 발생하면서 당국은 이를 과장하고 중국인들의 감정을 자극할 수 있다. 그들은 민족주의 정서에 놀아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런 전략은 실제로도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고 가디언은 전했다.
인민일보가 중국판 트위터인 웨이보에 '홍콩을 보호하자. 폭력에 반대하자'는 내용의 토론 주제를 올리자 100만건이 넘는 댓글이 달렸다. 댓글을 단 이용자의 대부분은 이런 중국 매체의 기조를 동의하고 있으며, 일각에선 시위대에 더 극단적인 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많은 중국 본토인들은 시위 배후에 외국 요원들이 있다고 믿고 있지만 시위대와 관측통들은 이런 주장이 터무니없다는 입장이다.
한국에서 유학 중인 익명의 중국 본토출신 유학생은 가디언과의 인터뷰에서 "결국 홍콩은 여전히 중국의 일부"라면서 "그들이 하는 일은 무의미하다. 외국이 밀어붙인 것에 그대로 따라간 것"이라고 주장했다.
pasta@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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