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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8 (월)

[뉴스를 품은 음악] '예술은 예술일 뿐' 국내 최대 규모 음악영화제, JIMMF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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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T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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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TN 라디오 '뉴스FM, 조현지입니다']

■ 방송 : YTN 라디오 FM 94.5 (12:20~14:00)

■ 진행 : 조현지 아나운서

■ 대담 : 정민재 대중음악 평론가

[뉴스를 품은 음악] '예술은 예술일 뿐' 국내 최대 규모 음악영화제, JIMMF 후기

* 아래 텍스트는 실제 방송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보다 정확한 내용은 방송으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지난주, 소신 발언을 하고 돌아간 정민재 평론가에게 뉴스FM 청취자들은 이런 별명을 붙여줬습니다. 민재 사이다! 그런데 사이다 같은 이 남자, 알고 보니 집에선 오이무침이며 부추전이며 정신없이 여름 반찬을 만드는 정 주부였고요. 일 끝나면, 헬스장에서 연속 체투바에 도전하는 리틀 마동석이었습니다. 그리고! 타 방송에선 무려 요정으로 불린다는데요. 가는 곳마다 별명 득템 하느라 바쁜 이 남자! 별명 부자 정민재 평론가와 함께합니다. <뉴스를 품은 음악>

조현지 아나운서 (이하 조현지) : 안녕하세요.

정민재 대중음악평론가 (이하 정민재): 네, 안녕하세요.

조현지 : 민재 씨, 지난 주말을 누구보다 뜨겁게 보내고 오셨다던데...

정민재 : 지난주 금요일과 토요일에 충북 제천에서 열리는 제천국제음악영화제에 다녀왔습니다. 올해가 15회였으니 나름대로 역사가 있는 영화제인데요, 매년 가야지 생각만 하다가 올해 처음 다녀왔어요. 사실 휴가라고 하긴 어려운 게, 이틀 동안 총 7편의 영화를 보고 가수 4팀의 공연을 보는 일정이었거든요. 이틀 동안 최대한 많은 작품을 챙기느라 밥도 허겁지겁 먹어가며 영화를 보다가 왔습니다.

조현지 : 제천영화제에 다녀오셨군요. 저도 가보고 싶다고 몇 년째 마음만 먹었는데, 아직 못 가봤거든요. 근데 앞서서 저희가 애국마케팅 이야기도 했습니다만, 이 영화제에서도 일본작품들 상영과 관련해서 논란이 좀 있었어요.

정민재 : 네, 이번 영화제에는 모두 7편의 일본작품이 출품됐는데요. 한일 갈등 심화 속에 제천시의회가 상영을 취소하라는 성명을 발표하기도 했지만, 영화제 측은 모두 예정대로 상영했습니다. 영화제 관계자도 영화제는 문화교류의 장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그리고 영화제가 영화계의 올림픽이라는 데 의의를 두고 모든 상영작을 취소 없이 상영한다고 입장을 밝혔죠.

조현지 : 네, 일본의 행동이 답답하고 화나는 건 사실입니다만, 감정적으로 대응할 일은 아닌 것 같습니다. 얼마 전에 저희 일본 청취자분께서 직접 엽서를 보내주셨는데, 너무 뜨거우면 냉정하게 볼 수 없다는 메시지가 있었거든요. 불매운동도 정부나 정치가들이 아닌 국민들이 일본을 향해 뭔가 보여줄 수 있다는 의미잖아요. 이럴 때일수록, 민간 교류를 통해서 서로의 생각과 문화를 이해하는 게 더 중요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정민재 : 민간 교류라던지 문화예술의 교류도 계속돼야 한다고 생각하고요. 우리나라 아이돌도 일본에서 공연하고 있고, 지난 주말에 있던 펜타포트 록 페스티벌에서도 일본 밴드가수 코넬리우스가 공연을 했어요. 일본과의 문화적인 교류는 단절되면 안 되겠다고 생각합니다. 문화는 정치와는 별개니까요.

조현지 : 네, 이런 부분에서는 서로가 성숙한 모습을 보여야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그나저나, 영화제도 다 챙기려면 힘들겠어요. 음악 관련 행사도 한두 개가 아닌데요.

정민재 : 이전에 부천판타스틱영화제에서 데이비드 보위 특별전을 해서 다녀오긴 했는데, 영화제를 본격적으로 방문한 건 이번이 처음이었습니다. 아무래도 저는 음악과 관련된 영화를 상영해야 보러 가게 되더라고요. 그런 면에서 제천국제음악영화제는 음악영화만 상영하니 저 같은 사람에게 잘 맞는 영화제죠.

조현지 : 음악영화만요. 민재 씨를 위한 영화제가 아니었을까 싶은데, 청취자분들께 제천국제음악영화제에 관해 소개를 좀 해주세요.

정민재 : 물론 모든 영화제가 그렇듯이 일반 시민도 누구나 참석할 수 있습니다. 영화제라고 해서 거창한 게 있을 것 같지만, 극장을 빌려서 영화를 상영하는 게 거의 전부예요. 그 외에 부가적인 행사들도 있지만, 핵심은 영화죠. 홈페이지에 접속하셔서 어떤 영화들을 상영하는지 확인하시고, 관심이 가는 영화를 예매해서 시간 맞춰 보러 오시면 그게 전부입니다. 별거 없죠. 실제로 이번에 제가 가보니 어린 10대 친구들부터 나이가 지긋하신 어르신분들까지 관객들 연령대가 참 다양하더라고요.

조현지 : 그렇군요. 음악영화제이니 아무래도 음악과 관련된 영화만 상영하겠죠?

정민재 : 거의 그렇습니다. 가수에 관한 다큐멘터리, 음반사에 대한 다큐멘터리 같은 음악과 직접적인 관련이 있는 다큐멘터리부터 지휘자를 소재로 한 극영화, 사운드트랙이나 주제곡이 인상적으로 기억되는 영화 등 어떤 형태로든 음악과 접점이 있는 영화를 상영합니다. 그래서 올해는 김수철 씨가 출연한 1984년 영화 <고래사냥>이나 안성기, 박중훈 주연의 2006년 영화 <라디오 스타> 같은 영화가 상영되기도 했죠.

조현지 : 그럼 이 중에서 민재 씨는 어떤 영화 보고 오셨어요?

정민재 : 저는 영화 쪽 관계자가 아니어서 일반 극영화보단 다큐멘터리를 중심으로 관람하고 왔습니다. 보고 싶은 영화가 정말 많았는데 주어진 시간이 한정적이라 못 본 작품도 많긴 해요. 제가 본 영화는 음악가에 관한 다큐멘터리 3편과 음반사에 관한 다큐멘터리 2편, 개막작 1편을 보고 왔습니다. 우선 음악가를 다룬 다큐멘터리에 대해 얘기부터 해보죠. '퍼스트레이디 오브 재즈'라고 불린 엘라 피츠제럴드를 다룬 [재즈 디바 엘라 피츠제럴드], 그야말로 재즈를 산 인물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마일스 데이비스에 관한 [마일스 데이비스 쿨 재즈의 탄생], 그리고 영원한 기타의 신 [에릭 클랩튼 기타의 신] 3편이었습니다.

조현지 : 세 분 다 전설적인 뮤지션들인데, 어떠셨어요?

정민재 : 사실 세 편 다 특별할 건 없었습니다. 세 인물의 출생부터 죽음까지, 건강히 살아계신 에릭 클랩튼의 경우 현재 모습까지의 여정을 차분한 시선으로 바라본 영화들이었거든요. 전 원래 엘라 피츠제럴드를 정말 좋아하는데, 제천의 극장에서 엘라 피츠제럴드를 본다는 것만으로도 아주 특별한 경험이었습니다. 날씨가 엄청나게 더웠는데, 그 뜨거운 뙤약볕을 피해 오래된 극장으로 들어가면, 무릎이 아플 정도로 좌석 간 간격도 비좁은 환경인데, 거짓말처럼 엘라 피츠제럴드의 노래가 흘러나오는 거예요. 비현실적이고 마법 같은 경험이랄까요. 영화제에서 처음 본 영화가 엘라의 영화였기 때문에 기억에 남고요, 마일스 데이비스 영화도 정말 인상적이었습니다. 그가 생의 마지막 순간까지 끝없이 시대와 호흡하며 음악의 발전을 꾀한 명장이란 걸 다시 한번 되새기게 됐죠.

조현지 : 그중에서도 대중에게 가장 친숙한 건 에릭 클랩튼일텐데요. 이 다큐멘터리는 어땠나요?

정민재 : 에릭 클랩튼의 영화는 특이하게 에릭 클랩튼이 직접 내레이션을 했습니다. 그래서 더욱 몰입감이 뛰어나요. 마치 에릭 클랩튼의 이야기를 본인에게 직접 듣는 듯한 느낌이 들죠. 핑크 플로이드의 로저 워터스를 비롯한 많은 음악 거장들이 에릭 클랩튼의 이야기를 전하기 위해 인터뷰에 응했고, 자료 화면에서는 아레사 프랭클린, 밥 딜런, 비틀스, 비비킹 같은 당대 톱스타들이 모두 나옵니다. 음악 팬으로서 너무나 즐길 수밖에 없는 영화였고요, 특히 다들 아시겠지만 어린 아들 코너 클랩튼을 불의의 사고로 잃은 뒤 만든 'Tears in heaven' 대목에서는 정말 눈물이 나더라고요. 참고로 이 영화는 가을 무렵에 국내에서 개봉을 계획하고 있다고 들었거든요, 관심 있으신 분들은 놓치지 않으셔야겠습니다.

조현지 : 그럼 노래를 한 곡 듣고 이야기를 이어가 볼까요?

정민재 : 에릭 클랩튼의 노래를 한 곡 들으려고 합니다. 'Tears in heaven'은 워낙 다들 잘 아시니 넘어가고, 에릭 클랩튼 영화의 마지막에 흐르는 노래가 있어요. 에릭 클랩튼의 1974년 두 번째 솔로 앨범에 실린 'Mainline Florida'라는 곡인데요, 아마 생소하신 분들이 많을 것 같아요. 에릭 클랩튼 블루스 록의 맛을 온전히 느낄 수 있는 노래입니다.

M. 'Mainline Florida' - 에릭 클랩튼 (Eric Clapton)

조현지 : 에릭 클랩튼의 노래 듣고 왔습니다. 음반사에 관한 다큐멘터리는 어떤 거였나요?

정민재 : 재즈 명가 블루 노트 레이블에 관한 영화 <블루 노트 레이블>과 비교적 익숙하지 않을 레게 레코드 <레게의 산실 트로젠 레코드>이었습니다. 블루 노트에 관한 이야기를 마지막으로 하고 트로젠 레코드에 관한 얘기부터 들려드릴게요. 우리가 흔히 레게 하면 밥 말리의 레게, 약간 정치색이 강한 레게를 떠올리는데, 이것도 맞지만, 레게의 기원을 좇아 올라가면 자메이카에서 다 같이 모여서 춤추기 좋은 음악이 있었거든요. 이게 1962년 자메이카 독립 후에 자메이카인들이 영국으로 건너가면서 전파가 됩니다. 타국 땅에서 멸시를 받으며 살다 보니 고향의 음악인 레게가 그들에게 위로가 된 거죠. 그렇게 이주 자메이카인들 중심으로 향유되던 레게가 점차 영국민들에게 퍼지고, 결정적으로 현악기 편곡이 들어가면서 마침내 1970년대에는 영국 차트 1위 곡까지 나오게 됩니다. <레게의 산실 트로젠 레코드>는 이러한 당시 상황을 설명하는 다큐멘터리죠.

조현지 : 그럼 이 영화에서도 한 곡 들어볼까요?

정민재 : 이 노래는 아마 지금 방송을 들으시는 분 중에 아는 분이 거의 안 계실 거예요. 미국의 밴드 브레드의 노래를 자메이카 레게 가수 켄 부스가 커버해서 영국 차트 1위까지 올랐던 곡입니다. 'Everything I own' 들어보시죠.

M. 'Everything I own' - 켄 부스 (Ken Boothe)

조현지 : 영화제 얘기를 하다 보니 시간이 벌써 다 지나갔는데요, 마지막으로 어떤 곡 들어볼까요?

정민재 : 재즈에 관해 잘 모르시는 분들도 블루노트라는 단어는 들어보셨을 거예요. 블루노트는 원래는 재즈, 블루스에서 사용되는 음계를 말합니다. 그렇지만 우리가 흔히 아는 블루노트는 재즈 음반사죠. 최근에는 노라 존스, 그레고리 포터 같은 재즈 가수들로 잘 알려졌지만, 사실 이 회사는 1939년에 세워진 역사 깊은 곳인데요, 다큐멘터리 <블루 노트 레코드>는 이 회사가 어떤 철학으로 설립되어 전성기를 누렸는지, 또 어떻게 지금까지 유지되어 왔는지를 재즈의 시선에서 보여줍니다. 즉흥 연주로 대표되는 재즈의 맛도 충분히 느낄 수 있도록 레코딩 장면 등도 성실하게 보여주죠. 이 영화는 바로 내일, 광복절에 국내 극장에서 개봉하거든요. 관심 있으신 분들은 놓치지 말고 관람하시길 바라고요, 노래는 블루노트 레코드에서 나온 음악 중에 색소폰 연주자 캐논볼 애덜리의 1958년 앨범에 실린 'Autumn leaves' 들어보겠습니다. 음악이 긴데 들을 수 있는 만큼이라도 들어보시죠. 트럼펫에 마일스 데이비스, 피아노에 행크 존스, 베이스에 샘 존스, 드럼에 아트 블레이키가 연주합니다.

조현지 : 지금까지 대중음악 속 우리가 몰랐던 이슈에 관해 이야기해보는 시간! <뉴스를 품은 음악> 정민재 대중음악평론가와 함께 했습니다. 오늘 말씀,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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