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1.18 (월)

신라젠으로 부각된 특례상장 '후유증'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머니투데이 김도윤 기자] [지난해부터 급격히 증가한 특례상장, 신라젠 여파로 투자심리 위축 우려…"상장 문턱 너무 낮췄다" 지적도]

머니투데이


신라젠 사태로 공모시장에서 특례상장에 대한 부담이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특례상장 기업을 보는 시장의 눈높이가 달라질 수 있다는 관측이다. 전문가 사이에선 그동안 코스닥 상장 문턱을 너무 낮춘 후유증이 나타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14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최근 코스닥 상장을 위한 수요예측을 진행한 특례상장 기업은 모두 시장으로부터 박한 평가를 받았다. 특례상장은 현재 이익이 나지 않는 기업에 상장 기회를 주는 제도다. 기술특례, 성장성특례, 테슬라(이익미실현) 등이 있다.

지난 1~2일 수요예측에 나선 나노브릭은 경쟁률 39.3대 1을 기록, 공모가를 희망공모가밴드 하단(1만8000원)보다 낮은 1만6000원으로 결정했다. 지난 5~6일 수요예측을 진행한 캐리소프트는 시장의 투자수요를 끌어내는 데 실패하며 결국 공모를 철회했다.

나노브릭과 캐리소프트의 수요예측 흥행 실패는 신라젠을 빼놓고 설명할 수 없다. 지난 2일 신라젠은 간암 치료제 '펙사벡' 임상3상 시험 중단 권고를 받았다고 발표했다. 앞서 신소재 회사 나노브릭, 유아동 콘텐츠 기업 캐리소프트는 각각 독자적인 기술과 사업모델을 토대로 시장의 주목을 받을 것으로 기대를 모았지만 결국 공모시장 투자심리 위축에 직격탄을 맞았다.

공모시장에선 신라젠 사태로 특히 미래 가치를 앞세운 특례상장 기업에 대한 투자수요가 더욱 악화 될 수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안정적으로 이익을 내며 현재 시장가치를 기준으로 밸류에이션을 하는 일반상장 기업보다 이익이 없는 가운데 성장 잠재력과 미래 추정 수익을 기반으로 밸류에이션을 하는 특례상장 기업에 대한 공모시장 투자자의 부담이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증권사 IB(투자은행) 관계자는 "앞으로 이익이 나지 않는 기업의 특례상장 IPO는 한국거래소든 증권사 IB든 공모주 투자자든 부담을 느낄 수 있다"며 "공모시장 전반적으로 특례상장 기업에 대한 투자심리 위축 분위기가 확산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동안 시장 활성화 차원에서 다양한 특례상장 요건을 도입하고 제도 완화에 나선 후유증이 나타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2017년 테슬라, 성장성특례를 도입하며 적자 기업이 전문기관의 기술성평가를 거치지 않고 IPO에 나설 수 있게 됐다. 그동안 매출액, 이익 등 외형적인 상장 요건을 꾸준히 완화한 데 이어 최근에는 업종 특성을 고려한 심사제도 도입으로 상장 문턱을 더욱 낮췄다.

이 때문에 지난해부터 특례상장 기업이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지난해 특례상장에 성공한 기업은 21개로 전년대비 3배 늘었다. 2005년 기술특례상장 제도 도입 뒤 최고 기록이다. 올해 상반기 상장을 완료한 18개 기업 중 40%에 가까운 7개가 특례상장 기업이다.

'대박' 투자만 노리는 공모시장 분위기도 특례상장의 급격한 확대에 영향을 끼쳤다. 실제로 최근 IPO 기업 중 특례상장 기업은 현재 이익이 나지 않는데도 불구하고 밸류에이션이나 수요예측, 청약, 상장 뒤 주가 흐름 등에서 일반상장 기업보다 비교적 좋은 평가를 받았다. 반면 안정적으로 이익을 창출하는 부품 등 제조회사는 상대적으로 낮은 평가를 피하지 못했다.

시장에선 이미 상장을 완료하고 주식 시장에서 거래 중인 특례상장 기업에 대한 밸류에이션 조정 가능성도 거론된다. 특례상장 기업은 공모 과정에선 미래 추정 수익을 기준으로 가치를 책정하고 시장의 평가를 받지만, 상장 이후에는 이익 실현 여부와 현재 실적이 주가에 반영될 수 있기 때문이다. 신라젠 사태 뒤 셀리드, 지노믹트리 등 특례상장 기업의 주가 하락이 잇따라 나타난 점도 주목할 만한 대목이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주식 시장의 전반적인 침체가 이어지고 코스닥 시장에 대한 기대감이 한풀 꺾일 경우 미래가치를 기반으로 높은 평가를 받고 시장에서 거래되는 종목이 더 타격을 받을 수 있다"며 "코넥스라는 시장이 따로 있는데도 코스닥에서 특례상장을 대폭 열어주면서 상장 문턱을 너무 낮춘 부작용이 나타날까 걱정된다"고 말했다.

김도윤 기자 justice@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