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비행정보구역이지만, 관제권은 韓·中·日 3국 얽히고 섥혀
일평균 교통량 급증, 항공로 교차 등으로 사고 위험 상시 존재
"근본적인 해결 방법은 우리가 관제할 수 있는 신항로 개설뿐"
국토부 관계자는 "지속적인 안전강화 조치를 시행하고 있으며, 보다 근본적 해결을 위해 항공회랑의 위험을 경감할 수 있는 새로운 항로의 신설 등 안전확보방안을 협의 중"이라고 말했다.
국토부에 따르면 지난 6월30일 제주공항에서 이륙해 푸동공항으로 향하던 중국 길상항공 비행기는 충돌 직전 '공중 충돌 경보장치'의 도움으로 접근하던 일본행 중국 동방항공 여객기를 가까스로 피해 위험에서 벗어났다.국토부는 '고-준사고-안전장애'로 나뉘는 항공사고 분류 체계 중 '항공안전장애'에 해당하는 수준의 위험으로 판단하고 있다.
회피 기동이 발생한 곳은 제주 남단에 있는 'A593(중국 아카라~일본 후쿠에)' 항공회랑(항로설정이 곤란한 특수여건에서 특정고도로만 비행이 가능한 지역)으로, 지난해 기준 연 31만8000대(중~일 12만6000대, 한~중 6만5000대, 한~동남아 12만8000대 등)의 항공기가 오가는 복잡한 하늘길이다.
앞서 지난해 7월에도 이 지역을 지나던 미국의 페덱스 항공기가 기상 악화에 고도를 높였다가 동남아시아를 향하던 우리 국적의 저비용항공사 항공기와 충돌할 뻔 했다. 국제항공운송협회(IATA) 등은 이곳을 지날 때 비행 안전에 주의할 것을 지속적으로 요구하고 있다.
항공기 안전 강화을 목적으로 국토부는 통신시설 확충, 레이더 신설 등의 조치를 시행하고 있으나 근본적인 해결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우리측에 관제권이 없기 때문이다. 이 항공회랑은 동경 125도를 기준으로 서측은 중국, 동측은 일본이 관제권을 갖고 있다.
중~일 직항로를 1983년 개설하기 위해 한·중 수교 단절 등 국제정치 상황에서 국제민간항공기구(ICAO)의 조정·중재에 따라 우리가 이 지역의 관제 업무를 양국에 양도했다. 우리나라 비행정보구역 안이지만, 항공교통관제업무는 중·일이 맡는 비정상적인 구조로 지난 36년간 운영되고 있다.
항공회랑이 개설 당시에는 일평균 교통량은 10대에 불과해 문제가 없었다.
하지만 이 지역의 교통 수요가 급격히 늘면서 비행 안전에 대한 우려가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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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기준 항공회랑을 지나는 항공기 숫자는 일평균 875대로, 지난 2012년 일평균 540대에 비해 6년새 62.0% 증가했다. 교통량 포화로 사고 우려가 잇따르고 있는 셈이다.
또 공해상에서 항공로가 교차하고 있다는 점도 안전성을 크게 위협하고 있다. 우리나라가 관제권을 가진 한~동남아 노선도 이 항공회랑을 지나고 있어 한·중·일 3국의 관제권이 복잡하게 얽히고 섥혀 위험성은 더욱 커지고 있다.
국토부는 문제 해결을 위해 중국, 일본, ICAO 등과 새로운 항로 신설을 골자로 하는 항공회랑 정상화 논의를 올해 1월부터 3차례 진행했지만 큰 진전을 보지 못했다.
국토부 관계자는 "중국과는 조만간 북경에서 항로신설에 대한 기술협의를 하기로 했지만 일본은 아직 의견 제시가 없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항로 신설이 단순 항공기 운항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군사, 외교 등 이해관계와도 밀접하기 때문이다.
국토부는 일본에 적극적인 참여를 당부하는 한 편 항공회랑의 관계국간의 합의에 이를 때까지 8월 중 추가 안전대책을 마련해 시행키로 했다.
혼잡시간(오전 10시~오후 7시) 이중감시를 위한 감독관 지정과 기상 악화 등 비정상 상황시 추가 관제석을 운영할 계획이다. 또 ▲연 1~2회 항공회랑 주기적 안전평가 ▲항공기 성능요건 강화 등 추가 안전대책을 시행키로 했다. 교통량을 줄이는 방안도 검토 중이지만, 3국간 협의가 필요한 부분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안전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우리 비행정보구역 내에서 우리가 관제할 수 있는 새로운 항공로를 만드는 방법밖에 없다"면서 "지난 1983년 잘못된 업무협약(MOU)으로 생긴 비정상적인 구조를 이제를 바로 잡아야 할 때"라고 밝혔다.
ijoinon@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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