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명진규 기자, 구채은 기자] 페이스북이 일부 언론매체에게 방송통신위원회(이하 방통위)가 준비중인 '망사용료 가이드라인'이 과도한 규제라는 입장을 밝힌 가운데 방통위가 현재 의견수렴을 통해 초안을 준비하는 과정에 불과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14일 방송통신위원회 관계자는 "국내 인터넷 기업과 글로벌 인터넷 기업간 역차별 문제로 국회가 통신사 망이용대가 가이드라인을 요청해 진행 중인 사안"이라며 "어느 한쪽 편을 들겠다는 것도 아니고 현재 초안 작성을 위해 각계의 의견을 수렴하는 과정"이라고 말했다.
페이스북은 지난 13일 망이용대가 가이드라인과 관련해 "민간에서 할일을 정부가 손대며 일이 길어졌다"며 방통위를 비난한 바 있다.
페이스북은 지난 2017년 정부의 '상호접속고시' 제정으로 인해 KT에만 내던 망이용대가를 SK브로드밴드, LG유플러스와 내야 되는 상황에서 협상이 교착상태에 이르자 통신망을 임의 변경했다. 이 과정에서 상당수 국내 사용자가 페이스북 접속에 어려움을 겪자 방통위는 페이스북을 상대로 지난해 4억원여의 과징금 처분을 내렸다. 페이스북은 이에 불복해 행정소송을 제기했고 오는 22일 1심 판결을 내릴 예정이다.
당시 방통위가 과징금을 부과한 이유는 페이스북이 고의로 접속망을 선회해 이용자들이 불편을 겪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페이스북측은 "통신망에 문제가 생긴 것은 페이스북 소관이 아니다", "문제가 생길줄 몰랐다"라는 입장을 줄곧 고수하고 있다.
하지만 방통위와 통신 3사의 생각은 다르다. 당시 SK브로드밴드와 LG유플러스의 해외량 용량이 적어 페이스북이 접속망을 변경할 경우 서비스 접속이 어렵다는 점을 관계자 모두가 인지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각 사업자들과 망사용대가 협상을 한 것 자체가 이런 문제를 서로 인지하고 있었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때문에 통신사들은 망이용대가 협상에서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기 위해 페이스북이 이용자를 볼모로 잡았다고 비난하고 있다.
통신 업계 관계자는 "당시 협상 과정에서 각 사업자들은 페이스북이 접속 경로를 변경할 경우 서비스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점을 피력해 문제가 생길줄 몰랐다는 것은 말이 안된다"고 말했다.
이어 "페이스북이 통신망에 문제가 생겼다고 얘기한 점도 잘못된 설명으로 정확히 말하자면 페이스북이 접속경로를 예고 없이 바꿨기 때문에 갑자기 늘어난 트래픽을 통신사가 제때 대응하지 못해 발생한 일"이라고 말했다.
망이용대가 가이드라인과 관련한 페이스북 설명도 옹색하다. 아직 가이드라인 초안도 나오지 않은데다 국내 기업만 망사용료를 내고 해외 사업자들은 망사용료를 내지 않는 역차별 문제까지 생기고 있기 때문이다. 통신 3사가 합리적이면서도 공정한 망이용대가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이는 이유다.
특히 최근 인터넷동영상서비스(OTT)의 인기를 끌고 주요 서비스 대부분이 글로벌 서비스라는 점에서 역차별 문제는 더욱 심각해지고 있다. 통신 3사의 전체 트래픽 중 대부분이 동영상, 그중에서 유튜브와 페이스북, 넷플릭스 등이라는 점을 고려할때 사업자간 자율 협상으로는 대가 산정이 어려워졌다는 점도 또다른 이유중 하나다.
명진규 기자 aeon@asiae.co.kr
구채은 기자 faktu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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