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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7 (목)

‘수출체제 부적절 운용 국가’로 일본만 별도 항목 신설해 규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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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백색국가서 일본 제외



경향신문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12일 정부세종청사에서 한국 정부의 화이트리스트(수출절차 우대국)에서 일본을 제외하는 전략물자수출입고시 개정안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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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일본을 이른바 ‘화이트리스트’(수출절차 우대국)에서 제외하고 기존 비화이트국과 유사한 수준으로 수출규제를 강화하며 맞대응에 나섰다. 처음으로 ‘눈에는 눈, 이에는 이’ 방식의 강경 카드를 꺼내든 것이지만 한편으로는 의견수렴 기간을 활용해 일본을 협상 테이블로 이끌어내려는 전략으로도 풀이된다. 다만 이번 조치가 일본 산업에 입힐 타격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이며 향후 세계무역기구(WTO) 제소 등 국제분쟁에서 일본에 명분을 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산업통상자원부가 12일 공개한 전략물자수출입고시 개정안은 수출무역관리령을 개정해 한국을 기존 화이트국인 그룹A에서 그룹B로 한 단계 내린 일본의 조치와 유사하다. 개정안은 수출지역을 기존의 ‘가’ 지역과 ‘나’ 지역에서 ‘가의1’·‘가의2’·‘나’ 지역으로 나눴다. 4대 수출통제체제에 모두 가입한 기존 화이트국은 ‘가의1’ 지역으로, 4대 체제에 모두 가입했지만 수출통제제도를 부적절하게 운용한 국가(일본)는 ‘가의2’ 지역으로 분류했다. 정부는 당초 ‘다’ 지역을 신설해 일본을 재분류할 계획이었으나 지난 8일 관계장관회의를 거치면서 ‘가’와 ‘나’의 중간지대 격인 ‘가의2’ 분류를 신설, 대응 수위를 조절했다. 일본처럼 특정 품목에 대한 수출규제 조치를 내리지도 않았다.

일본의 조치와 유사한 제재

20일간 의견수렴 거쳐 시행


개정안이 20일간의 의견수렴 과정과 법제처 심사 등을 거쳐 다음달 중 시행되면 일본으로 전략물자 비민감품목 1138개를 수출하는 기업들은 자율준수무역거래자(CP) 인증을 받은 기업이 활용할 수 있었던 포괄허가제도를 이용하기 어려워진다. 사용자포괄허가는 반복·장기 수출 등 예외적 경우에만 받을 수 있게 되고, 품목포괄허가는 CP 등급이 최고 수준인 AAA일 때만 받을 수 있다. 신청서류는 1종에서 3종으로 늘고 유효기간은 3년에서 2년으로 짧아진다. 개별허가의 경우 서류가 3종에서 5종으로 늘고 심사기간도 5일에서 15일로 길어진다.

전략물자 수출 100곳 미만

일본에 미치는 영향 제한적

WTO 제소 등 국제 분쟁서

불리하게 작용할 가능성도


이번 조치가 일본에 미칠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보인다. 일본에 전략물자를 주로 수출하는 한국 기업은 100곳 미만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일본이 한국에서 많이 수입한 석유제품, 철강, 일반기계 등은 쉽게 대체 가능한 품목이기도 하다. 일본 외무성 간부도 한국 조치에 대해 “즉각 큰 영향이 나오지는 않을 것으로 생각하는 만큼 상황을 지켜볼 것”이라 말했다고 NHK가 전했다.

정부는 일본의 수출규제에 대한 ‘상응조치’가 아니라고 수차례 밝혔다. 실제 일본이 ‘한국의 부적절한 수출통제’를 문제 삼은 것과 달리 한국은 ‘일본의 부적절한 제도 운용’을 문제 삼았다. 박태성 산업부 무역투자실장은 “국제수출통제체제의 기본 원칙에 맞게 제도를 운용하느냐 하는 부분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일부 전략물자의 수출관리가 부적절했기 때문이 아니라 일본이 전략물자 수출통제체제를 오용해 정상적인 민간기업의 거래와 정보교환을 가로막고 있기 때문에 조치를 취했다는 논리를 댄 것이다. “국내법과 국제법 틀 안에서 적법한 제도 변경”이라고도 강조했다.

실질적으로 일본의 수출통제 강화에 대한 ‘맞대응 성격’이 강한 만큼 WTO가 금지하고 있는 제소 이전 보복조치에 해당할 수 있다는 견해도 있다. 사토 마사히사(佐藤正久) 일본 외무 부(副)대신은 이날 자신의 트위터에 “일본의 수출관리 조치 재검토에 대한 대항조치라면 WTO 위반이라고도 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정부는 “의견수렴 기간 동안 협의를 요청한다면 언제 어디서든 응하겠다”고 밝혀 일본에 협의를 제안하는 동시에 공을 넘겼다.

남지원 기자 somni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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