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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6 (일)

'눈엣가시' 한·미훈련에… 美 '친서' 韓 '미사일' 이중전략 펼치는 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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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연합훈련 20일까지 진행 / 北 동해상 미사일 2발 발사 이어 / 南에 막말… 추가 무력시위 시사 / 野 “정부, 北 도발 맞대응 못해 참담” / 한·미훈련 또 걸고 넘어진 北 / 北 외무성, 연일 美보단 南에 날세워 / 연합훈련 비판 트럼프 말에 힘입은 듯 / “사거리 하나 판정 못해 쩔쩔… 웃음거리” / 정경두 직접 거론하며 원색적 비난도 / 하노이 회담 후 南 촉진자 역할 회의론 / 과거 통미봉남 연상 이중적 전략 구사 / 北 발사체, 신형 전술탄도미사일 추정 / 빠른 시간 2발 이상 발사… 고도도 낮아 / 韓·美연합군 요격 회피·타격 능력 향상 / 실전배치엔 기술적 검증 더 필요할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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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김정은 참관 신형 미사일 발사 북한이 새로 개발한 단거리 탄도미사일이 10일 오전 함경남도 함흥 일대에 배치된 이동식 미사일발사차량(TEL)에서 동해상의 가상 표적을 향해 발사되고 있다. 조선중앙통신


한·미가 11일 전시작전통제권 전환에 초점을 맞춘 ‘후반기 한·미 연합지휘소훈련’에 돌입했다. 이에 북한은 친서외교로 미국에 대화의 손짓을 보내면서 남한을 향해서는 연일 미사일 발사와 함께 막말을 쏟아내고 있다. 북한 외무성 권정근 미국담당국장은 한·미 훈련을 즉각 중단하거나 이에 관한 해명 등을 하기 전에는 남북 간 접촉 자체가 어려울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오는 20일까지 진행되는 이번 연합훈련은 합참과 한미연합사령부 등이 참가해 우리 군의 전작권 전환에 따른 기본운용능력(IOC)을 검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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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훈련은 병력과 장비를 실제로 움직이는 대신 컴퓨터 시뮬레이션을 통해 워게임 형태로 펼쳐진다. 한국군이 주도하는 미래연합군사령부 지휘구조 편제를 적용, 최병혁 한미연합군사령부 부사령관(대장)이 사령관을 맡아 주한미군을 비롯한 한·미 연합군을 지휘하고 로버트 에이브럼스 주한미군 사령관(대장)은 부사령관 역할을 수행한다.

이에 대응해 북한은 단거리 탄도미사일을 발사한 데 이어 권 국장은 이날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담화를 내고 “남측이 전쟁연습을 하면서 되레 뻔뻔스러운 행태를 보인다”며 “그렇게도 안보를 잘 챙기는 청와대이니 새벽잠을 제대로 자기는 코집(콧집의 북한식 표현)이 글렀다”며 추가 무력시위 가능성도 시사했다. 이에 군은 북한의 추가발사 가능성에 대비, 대북 감시 태세를 강화한 것으로 알려졌다.

야권은 “정부가 북한의 연이은 도발에 맞대응을 하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자유한국당 이만희 원내대변인은 논평을 내고 “(북한이) 자신들이 불리할 땐 우리 민족끼리를 내세워 한·미동맹을 공격하더니 그간 겉으로 내세운 평화와 대화가 기만전술이었음을 스스로 입증했다”고 주장했다. 바른미래당 이종철 대변인도 “(정부가) 국민을 지킬 생각이 있다면 북한의 조롱 이전에 우리 정부와 국방부가 국민 앞에 무거운 책임을 지려 해야 했을 것”이라며 “‘안보 방기’ 정부와 ‘안보 절벽’ 대통령이 북한의 조롱보다 더 화가 나는 상황이 참담할 뿐”이라고 거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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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태블릿 PC를 통해 발사 현장을 근접 촬영한 것으로 추정되는 영상을 보는 등 미사일 발사과정을 세밀하게 참관했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11일 관련 소식을 전하면서 무기의 특성은 언급하지 않았으나 군 안팎에서는 신형 전술 탄도미사일이라는 분석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조선중앙TV


북한은 앞서 10일 오전 함경남도 함흥 일대에서 단거리 탄도미사일 2발을 동해상으로 쏜 뒤 이날 관영 매체를 통해 발사 장면을 공개했다. 이번에 북한이 발사한 미사일은 고도 약 48㎞, 비행 거리는 400여㎞, 최대속도는 마하 6.1 이상으로 탐지됐다. 청와대는 북한의 단거리 탄도미사일 발사 직후인 10일 오전 7시 정의용 국가안보실장 주재로 관계장관화상회의를 열어 대응 방안을 논의했다.

南에 모든 탓 돌린 北… 남북관계 당분간 냉각 가능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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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10일 함경남도 함흥 일대에서 진행된 미사일 시험사격을 참관하던 도중 이동식발사차량(TEL) 앞에서 간부들과 대화하고 있다. 조선중앙TV


북한이 ‘눈엣가시’로 여기는 한·미 연합훈련에 단단히 날을 세우면서 연일 미국보다 남측에 비난의 화살을 돌리는 ‘이중전략’을 펴고 있다. 연합훈련에 비판적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태도와 무관치 않은 것으로 풀이된다.

◆北, 연합훈련 노골적 불만… 南에 모든 탓

북한은 한·미 연합지휘소훈련 첫날인 11일 남측에 노골적으로 불만을 드러냈다. 전날 조선중앙통신 논평이 연합훈련과 남측을 비난한 데 이어 이날은 권정근 외무성 미국담당국장이 담화를 내고 남측을 강도 높게 비난했다. 권 국장은 “남조선 당국이 군사연습의 이름이나 바꾼다고 이번 고비를 무난히 넘길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대단히 잘못 짚었다”고 주장했다.

권 국장은 청와대와 정경두 국방부 장관을 직접 겨냥해 ‘막말’에 가까운 공세를 퍼붓기도 했다. “지난번 우리 군대의 위력시위 사격을 놓고 사거리 하나 제대로 판정못해 쩔쩔매여 만사람의 웃음거리가 됐다”, “쫄딱 나서 새벽잠까지 설쳐대며 허우적거리는 꼴이 참으로 가관”, “(청와대의 태도는) 겁먹은 개가 더 요란스럽게 짖어대는 것” 등의 원색적 언급이다. “정경두 같은 웃기는 것을 내세워 체면이라도 좀 세워보려고 허튼 망발을 늘어놓는다면 기름으로 붙는 불을 꺼보려는 어리석은 행위가 될 것”이라며 정 장관의 실명을 들어 비난한 것은 외무성 국장의 언급으로 과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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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문점 남측 자유의집 앞에서 대화하고 있는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 트럼프 대통령의 모습. 연합뉴스


미국에 거친 말을 자제하며 모든 탓을 남측에 돌리는 것은 북한이 과거 자주 구사하던 ‘통미봉남’ 전략을 연상케 한다. 북·미 협상 국면에서 협상 상대인 미국에는 유화적 태도를 보이고, 대신 대남 압박을 통해 긴장을 유지하는 이중적 태도인 셈이다.

북한은 늘 한·미 연합훈련을 못마땅하게 여겨왔다. 하지만 북·미, 남북 대화가 진행되고 있는 데다 트럼프 대통령이 연합훈련을 공개적으로 비판하고 북한의 단거리 미사일 발사에 문제가 없다고 발언한 데 힘입어 최근 더욱 거친 대응을 하는 것으로 보인다. 한 외교소식통은 “한·미가 연합훈련을 하면 이 시기 이에 맞서는 대응 훈련을 해야 하는 북한의 내부적 부담이 만만치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남북관계 얼어붙나

하노이 제2차 북·미 정상회담 결렬 이후 남북관계는 북한의 비협조적인 태도로 퇴보를 거듭하고 있다. 권 국장은 이날 담화에서 “(앞으로) 우리가 대화에 나간다고 해도 철저히 이러한 대화는 조미(북·미) 사이에 열리는 것이지 남북대화는 아니라는 것을 똑바로 알아두는 것이 좋을 것”이라고 엄포를 놨다.

하노이 회담 후 북한 내부에선 남측의 촉진자 역할에 회의론이 생긴 것으로 알려졌다. 하노이 회담 후 대남 전략을 담당하는 통일전선부가 밀려나고 외무성이 협상 전면에 나선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북·미 협상에서 원하는 수확을 조기에 얻지 못하면서 원인을 남측으로 돌리면서 대내적 여론을 결집하는 효과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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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사상 최대 규모로 진행된 한·미 연합상륙훈련에서 양국 해병대원들이 경북 포항시 독서리 해안을 점령하는 모습. 세계일보 자료사진


북한은 최근 한·미 훈련에 민감하게 반응하며 세계식량계획(WFP)을 통한 정부의 쌀 지원에 부정적으로 대응했다. 북한 대남기구인 조국평화통일위원회가 지난 8일 3개월여 만에 공식 입장을 내고 지난해 4·27 판문점 선언 이후 한·미 연합훈련과 남측 단독훈련을 나열하며 남측을 비난하기도 했다.

북한이 과거처럼 통미봉남 전략으로 완전히 회귀하면 남북관계와 북·미 비핵화 협상 간 선순환을 추구하는 정부 대북 구상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 다만 북·미 대화가 어느 정도 진전된 이후 경제협력이 진행될 여건이 마련되면 남북관계가 다시 궤도에 오를 것으로 분석하는 시각도 적지 않다.

北 ‘단거리 3종 세트’ 구축… 모두 南 겨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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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중앙통신은 11일 전날 새벽 함경남도 함흥 일대서 단행한 무력시위 관련, "김정은 동지께서 8월 10일 새 무기의 시험사격을 지도하셨다"고 밝혔다. 그러나 통신은 이날 ''새 무기''라고만 전했을 뿐, 이전 발사 때와 달리 무기 명칭이나 특성 등은 언급하지 않았다. 사진은 중앙통신이 홈 페이지에 공개한 김 위원장의 시험사격 참관 사진.


북한이 지난 10일 쏘아올린 단거리 탄도미사일과 관련해 지금까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던 신형 전술 탄도미사일일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북한이 11일 관영 매체를 통해 공개한 사진을 보면 미사일은 2개의 사각형 발사관을 탑재한 무한궤도형 이동식발사차량(TEL)에서 발사됐다. 이 미사일은 한·미 연합군이 운용 중인 에이태킴스(ATACMS·전술지대지미사일)와 유사한 외형을 갖고 있다.

이 미사일이 공개된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북한은 지난 5월 4일 KN-23을 선보인 이후 약 3개월 만에 KN-23과 대구경조종방사포, 신형 전술 지대지 미사일로 구성된 ‘단거리 미사일 3종 세트’를 선보인 셈이다. ‘단거리 미사일 3종 세트’는 북한이 기존에 보유한 스커드 미사일보다 성능이 크게 향상됐다. KN-23은 최대 사거리가 600여㎞로 추정되고 있고 요격회피기동이 가능한 무기다. 요격 회피 기술이 없고 정밀도도 낮은 스커드-C(사거리 500㎞)보다 우수하다. 미사일과 방사포의 기술적 구분을 모호하게 만들었다는 신형 대구경조종방사포는 구경이 400㎜로 추정되며 사거리도 200여㎞에 달하고 정밀유도기능을 갖고 있어 기존 방사포보다 정확도와 파괴력이 높아졌다는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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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지난 10일 발사한 신형 전술 지대지 탄도미사일은 사거리가 400㎞를 넘을 것으로 추정돼 스커드-B(사거리 300㎞)를 대체할 전망이다. 이 무기들은 2발 이상을 탑재하고 있어 빠른 시간 안에 더 많은 미사일을 쏠 수 있다. 그만큼 한·미 연합군의 방어체계를 뚫을 확률도 높아지는 셈이다. 액체연료를 사용하는 스커드 미사일과 달리 연료 충전시간이 필요없는 고체연료를 탑재, 신속한 사격이 가능하다.

북한은 ‘단거리 미사일 3종 세트’를 앞세워 한·미 연합군의 미사일 탐지·파괴 시도를 회피하면서 남한 내 주요 시설에 대한 타격능력을 향상시키려 할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실전배치를 앞둔 것으로 평가받는 KN-23과 달리 대구경조종방사포와 신형 전술 탄도미사일의 경우 기술적 검증이 추가로 필요할 것이라는 관측도 있어 북한이 한·미 연합훈련 기간 동안 추가발사에 나설 가능성도 있다.

김동엽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단거리 미사일 3종 세트’는 사거리가 조금 길어지면서 고도는 낮아지고 속도는 빨라졌다는 점, 고체연료에 TEL을 이용, 발사 시간 단축과 발사 원점을 다양화해 한·미 정보자산의 탐지 및 선제타격을 어렵게 하는 장점이 있다”고 분석했다.

박수찬·홍주형·곽은산 기자 psc@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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