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7.06 (토)

“참 웃기는 나라”…美월마트 '폭력게임 홍보 중단, 총은 그대로' 논란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중앙일보

지난 3일 미국 텍사스주 엘패소시의 월마트에서 총기난사 사건이 발생해 20명이 숨지고 26명이 다쳤다. [AFP=연합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최근 대형 총기 난사 사건이 발생한 세계 최대 유통업체 월마트가 매장에서 폭력적인 내용이 담긴 홍보물은 전시하지 못하도록 하면서 총기 판매는 그대로 유지해 논란이 일고 있다.

9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월마트는 최근 각 매장에 '즉각 조치'라는 메모를 보내 매대에 진열된 폭력적인 내용이 담긴 이미지와 영상 등 홍보 간판을 철수시키라고 지시했다. 또 매대에 전시된 플레이스테이션이나 엑스박스 같은 비디오 게임기에서 폭력성 강한 비디오 게임 체험판을 실행하지 말고, 전투 등을 연상하게 하는 행사도 취소하라고 덧붙였다.

보도에 따르면 월마트는 최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총기사건의 원인으로 폭력적 비디오게임을 언급하자 이같은 결정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지난 5일 트럼프 대통령은 텍사스와 오하이오주에서 연이어 발생한 대형 총기 난사사건과 관련한 대국민 성명을 발표하며 폭력적인 비디오 게임, 정신질환 및 극단적 인터넷 문화 등을 총기 난사사건과 연관시켰다.

트럼프 대통령은 "정신질환과 증오가 방아쇠를 당기는 것이지 총기 자체가 방아쇠를 당기지 않는다", "섬뜩하고 소름끼치는 비디오 게임", "폭력을 찬양하는 문화"라며 게임을 비난했다. 또 "인터넷과 소셜미디어가 혼란된 생각들을 과격화하고 광적인 행동들을 일으키는 위험스런 입구를 제공한다"고도 지적했다. 월마트의 폭력적 비디오게임 판매 중단 조치는 트럼프 대통령의 성명 이후 이어졌다.

중앙일보

월마트 로고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문제는 월마트가 총기는 여전히 판매 중이라는 사실이다. 월마트는 미국 내 매장의 절반 정도인 2000여 개 매장에서 총기를 판매하고 있다. 잇따른 총기 난사 사건으로 총기 규제에 대한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지만 월마트의 총기 판매 정책에는 변함이 없다. 폭력적 이미지나 공격적 행동을 연상케 하는 판촉은 최대한 없애면서 총기는 판매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인 셈이다.

이에 월마트 직원들마저 문제를 제기했다. 일부 지역 월마트 직원들은 경영진에 총기 판매를 중단하라는 촉구 항의 시위를 벌였고, 한 매장 관리자는 NYT에 "아주 웃긴 상황"이라며 월마트의 조치를 조롱했다.

소비자들도 반발하고 있다. 미국 네티즌은 SNS에 '#보이콧월마트'와 '#비디오게임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라는 해시태그를 통해 월마트 불매 운동에 나섰다. 또 "게임의 폭력성이 우려돼 전체 이용가 외 게임은 모두 철수했고, 총은 여전히 잘 팔고 있다", "참 웃긴 나라", "블랙코미디" 라는 말로 월마트를 비꼬고 있다. NYT 역시 "폭력적 비디오게임으로 총기 사건이 일어난다고 하는 것은 바나나 껍질을 밟고 자살한다는 것만큼이나 말이 안 되는 얘기"라고 지적했다.

일각에서는 월마트 불매 운동이 교육계와 정치권으로 번지면 월마트 뿐만 아니라 소매 업체까지 타격을 받을 수 있다고 내다봤다.

월마트 측은 이번 조치가 총격 사고 희생자를 애도하기 위한 정책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단지 게임에만 적용되는 정책이 아니며 폭력적 게임 판매를 중단하라고 한 것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또 이번 조치가 장기적으로 이어지지는 않을 것이라 밝혔다.

더그 맥밀런 월마트 최고경영자도 "연이어 발생한 총기 난사 사건과 관련해 국가적 논쟁에서 제기된 문제들을 이해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며 "우리는 고객과 동료, 지역 사회의 요구에 부응하는 데 중점을 두고 회사의 가치와 이상을 반영하는 방식으로 신중하게 행동하겠다"고 밝혔다.

이민정 기자 lee.minjung2@joongang.co.kr

중앙일보 '홈페이지' / '페이스북' 친구추가

이슈를 쉽게 정리해주는 '썰리'

ⓒ중앙일보(https://joongang.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