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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4 (목)

[사설] 南에 미사일 위협하고 美에 친서 보낸 北의 이율배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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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형 지대지 탄도미사일 시험 / 트럼프 “北이 사과 의사 표명” / 8월 말 북·미협상 재개 가능성

세계일보

조선중앙통신은 11일 전날 새벽 함경남도 함흥 일대서 단행한 무력시위 관련, "김정은 동지께서 8월 10일 새 무기의 시험사격을 지도하셨다"고 밝혔다. 그러나 통신은 이날 ''새 무기''라고만 전했을 뿐, 이전 발사 때와 달리 무기 명칭이나 특성 등은 언급하지 않았다. 사진은 중앙통신이 홈 페이지에 공개한 김 위원장의 시험사격 참관 사진.


북한이 그제 함경남도 함흥 일대에서 단거리 탄도미사일 2발을 동해상으로 발사했다. 어제 시작된 ‘후반기 한·미 연합지휘소훈련’을 겨냥한 무력시위 성격이 짙다. 북한은 “새 무기의 시험사격”이라고 했다. 전문가들은 사거리 400여㎞의 ‘북한판 신형 전술 지대지 탄도미사일’로 평가했다. 이스칸데르급 KN-23 단거리 탄도미사일, 신형 대구경조종방사포와 함께 북한의 스커드 계열 단거리 탄도미사일을 대체할 3종 무기체계라는 것이다. 3종 무기체계는 한·미 정보자산의 탐지와 킬체인(선제타격)을 어렵게 할 것이라는 우려를 낳는다. 군 당국의 주도면밀한 대응이 요구된다.

북한은 외무성 국장 명의 담화에서 “한·미 훈련을 즉각 중단하거나 해명을 하기 전에는 남북 간 접촉 자체가 어려울 것”이라며 “대화를 해도 북·미 사이에 할 것”이라고 했다. “청와대는 새벽잠 글렀다”며 추가 도발 가능성도 시사했다. 한·미 훈련 이름에서 ‘동맹’을 빼고, 미사일 발사가 9·19 남북군사합의 위반이 아니라고 눈감아준 대가가 모욕적인 언사란 말인가. 정부가 북한 눈치만 보고 할 말을 안 하니 이런 무시를 당하는 것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서 친서를 받았다. 미사일 발사에 대해 ‘작은 사과’를 했고, 훈련이 종료되면 시험발사도 멈출 것이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북한이 미국에는 유화 제스처를, 남한에는 압박 행보를 하는 이율배반적 행태를 보인 것이다. 통미봉남으로 한·미동맹 균열을 노리는 얄팍한 수가 아닐 수 없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비용 때문에 한·미 훈련을 좋아하지 않는다”고 했다. 혈맹국 정상이 할 소리인지 의문이다. 삐걱거리는 한·미동맹의 현주소를 보여준다. 워싱턴포스트는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 독재자 김정은 편을 드는 것처럼 보였다”고 했다.

한·미 훈련이 끝나는 20일 이후 북·미 비핵화 실무협상이 재개될 공산이 크다. 북한은 이번에야말로 진정성 있는 비핵화 의지를 보여주어야 할 것이다. 마크 에스퍼 미 국방장관은 “북한이 한반도의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CVID)’에 참여하기 전까지 유엔제재를 단호하게 집행할 것”이라고 했다. 미국의 대북제재 의지가 약화될 것이라는 기대는 헛된 꿈일 뿐이다. 정부는 북한의 통미봉남 전략을 무력화하려면 한·미동맹 강화 외엔 대안이 없음을 잊어선 안 된다. 북한 도발을 꾸짖지 않으면 또다시 무시당할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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