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6.03 (월)

[박양우의 내 인생의 책]①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 - 도스토옙스키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고결한 영혼의 씨앗

경향신문

이 책은 러시아의 문호 도스토옙스키의 최후의 대작이며 그의 사상이 집대성된 걸작이다. 저자는 인간 군상에 대한 탁월한 묘파를 통해 인간 영혼에 대한 깊은 탐구를 보여준다. 겉으로 보면 아버지와 아들들 간의 갈등을 다루는 가족 소설, 친부 살해의 범인을 찾는 추리 소설, 화려한 변론이 펼쳐지는 법정 소설 등의 성격을 가지고 있지만 저자의 진정한 의도는 인간의 복잡성을 드러내고 그것을 통해 신과 구원에 대해 질문하는 것이다.

주인공은 악의 화신인 아버지 표도르, 열정과 육욕의 상징인 장남 드미트리, 이성과 합리를 내세우는 차남 이반, 신성함과 선함을 대표하는 막내 알료샤이다. 드미트리와 이반은 아버지 표도르를 부정하고 혐오하지만 그들 안에 깃든 인간에 대한 불신을 아버지로부터 물려받았음을 깨닫고 절망한다.

작가는 심리학이나 생리학으로 손쉽게 재단할 수 없는 것이 인간이라고 보았다. 그는 자신의 목소리로 하나의 결론을 제시하지 않는다. 우리는 모두 ‘아픈 사람’이며 완벽한 선인도 완벽한 악인도 없기 때문이다. ‘검다’와 ‘바르다’라는 뜻이 결합된 ‘카라마조프(Karamazov)’라는 성이 이것을 암시하고 있다.

작가는 소설의 진정한 주인공으로 알료샤를 내세운다. 알료샤는 사랑과 용서, 믿음을 실천하는 인물이다.

알료샤의 장례식 장면에서 그것이 가장 빛나는 순간을 맞이한다. “신이 없다면 모든 것이 가능하다”는 이반의 생각이 오만에 지나지 않았음을 이 작품의 결말에서 우리는 깨닫게 된다. 인간 내면에 깃든 고결한 영혼의 씨앗을 찾고 그것을 타인에게 건네주는 것, 그리하여 서로 사랑하라는 것이 이 소설의 핵심적인 전언이 아닐까.

박양우 |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최신 뉴스두고 두고 읽는 뉴스인기 무료만화

©경향신문(www.khan.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