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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9 (토)

[사설] 일본은 자유무역 역행하는 경제보복 즉각 중단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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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결국 백색국가에서 한국 제외 확정

외교 갈등 있어도 정경분리 원칙 지키고

양국 정부 외교적 해법으로 출구 찾아야

일본 정부가 경제 보복의 수순을 계속 밟아나가고 있다. 어제 아베 신조 총리는 자신 명의로 한국을 ‘화이트 리스트’(백색국가, 수출심사 우대국)에서 제외하는 수출무역관리령 개정안을 관보에 공포했다. 이달 2일 각의 결정에 따른 후속조치다. 시행세칙(포괄허가 취급요령)에 추가 규제 품목을 지정하지는 않았지만 확전 자제라고 보긴 이르다. 한국 기업들은 공포 후 21일이 경과한 날(28일)부터 일본에서 주요 품목을 수입할 때 일일이 허가를 받아야 한다.

개별허가의 경우도 수출관리 업무상 신뢰도가 높다고 인정되거나 자율준수프로그램(CP) 인증을 받으면 특별포괄허가를 받아 종전처럼 3년간 개별허가가 면제된다. 하지만 지금 분위기로는 그럴 가능성이 크지 않다. 특히 군사 전용이 가능한 ‘규제 품목’은 일본 경제산업성이 90일 안에 수출신청 허가 여부를 결정하는 개별허가 대상이 될 가능성이 크다. 이렇게 되면 식품·목재를 제외한 차량·선박·화학·금속 등 1100여 개 품목은 반도체를 겨냥한 불화수소·레지스트·폴리이미드 등 3대 수출규제 품목처럼 개별허가를 받아야 한다. 이들 중 87개는 일본 의존도가 최소 50%에 달해 당장 대체재를 구하기도 어렵다.

일본 정부는 이런 조치가 한국에 대한 경제보복이 아니라고 강변하고 있다. 이를 위해 기존의 분류체계를 폐지했다. 그 대신 A·B·C·D로 나누고 기존 백색국가는 A그룹에 넣고 한국은 B그룹으로 강등했다. B그룹은 북한·이라크 같은 금수(禁輸) 대상국가(D그룹)는 아니지만 포괄허가 여지만 더 클 뿐이어서 대만·싱가포르 등이 포함된 C그룹과는 별반 차이가 없다.

문제는 백색국가에서 배제되면 일본 정부가 얼마든지 수출을 지연시킬 수 있다는 점이다. 서류 보완을 지시하거나 현장검사를 하는 식이다. 또 사용 용도까지 세세히 따지고 들거나 군사전용 우려가 있다고 판단되면 나사·철강 같은 일반 품목(비규제 품목)조차 수입에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 요컨대 일본 정부는 28일부터 일본의 소재·부품·장비 의존도가 높은 한국 기업을 쥐락펴락할 수 있게 됐다.

아베 정권은 이런 의도의 도발을 즉각 멈춰야 한다. 식민지배를 통해 한국에 돌이킬 수 없는 피해를 준 과거를 볼 때 일본은 한국과 협력해 미래를 건설해 나가야 할 역사적 빚과 의무를 지고 있다는 점을 망각해선 안 된다. 더구나 일본은 한국전쟁을 계기로 빈사 상태에 있던 경제를 일으켰다. 무엇보다 일본은 자유무역의 혜택을 세계 어느 나라보다 많이 본 국가 아닌가. 이런 역사를 망각한 채 과거사 갈등에 불만이 있다고 해서 정경분리 원칙을 깨고 같은 자유무역 국가인 한국의 목을 조른다면 자가당착이자 위험천만하기 짝이 없는 도박일 뿐이다.

한국 정부도 냉정해져야 한다. 문재인 대통령이 어제 로봇 속도제어 부품 기업을 방문해 "임진왜란 때 일본은 우리 도공을 탐냈다”며 국산화를 격려했지만, 하루아침에 가능한 일도 아니고 비교우위에 따른 국제분업 체계 속에서 모든 부품을 국산화할 이유도 없다. 국산화 노력은 해나가되 외교적 노력에도 속도를 내야 한다. 8·15 기념사부터 외교적 해결의 메시지와 의지를 보이는 게 바람직하다. 강경 일변도의 대립만으론 반일·혐한 감정만 부채질해 파국으로 이끌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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