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경협으로 日 따라잡을 것” 강조
“日 경제 넘어설 안목-각오 필요”… 산업구조 전반 개혁 추진 의지
“일본 과거를 기억하지 않는 나라… 경제력만으론 세계지도자 안돼”
문재인 대통령이 5일 청와대 수석·보좌관회의를 주재하기 위해 자리에 착석하고 있다. 문 대통령은 회의에서 일본의 수출 보복 조치와 관련해 “남북 간 경제협력으로 평화 경제가 실현된다면 우리는 단숨에 (일본경제를) 따라잡을 수 있다”고 말했다. 왼쪽부터 노영민 대통령비서실장, 문 대통령, 정의용 국가안보실장, 김유근 국가안보실 1차장, 김현종 2차장. 청와대사진기자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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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일본의 수출 보복 조치로 촉발된 한일 갈등을 장기전으로 준비하겠다는 뜻을 다시 한 번 분명히 했다. ‘강 대 강’의 맞대응으로 확산될 조짐을 보이는 상황에서 소재·부품 산업은 물론이고 산업 구조 전반의 개혁을 추진하겠다는 의지도 밝혔다.
문 대통령은 5일 수석·보좌관회의에서 “우리는 이번 일을 냉정하게 우리 자신을 돌아보고 대한민국을 새롭게 도약시키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며 “일본의 무역 보복을 극복하는 데만 그치지 않고, 일본 경제를 넘어설 더 큰 안목과 비상한 각오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일본의 보복 조치로 인한 직접적 피해를 막는 것을 넘어 경제 구조 자체를 바꾸는 시작점으로 삼겠다는 의미다. 문 대통령은 또 “일본은 결코 우리 경제의 도약을 막을 수 없다”며 “오히려 (이번 사태는) 경제 강국으로 가기 위한 우리의 의지를 더 키워주는 자극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일본의 보복 조치에 대해 “전화위복의 계기로 삼겠다”는 김상조 대통령정책실장의 발언과 흐름을 같이하는 대목이다. 이런 발언은 이날 환율과 주가지수가 크게 흔들린 ‘블랙 먼데이’가 벌어지는 등 한일 갈등으로 인한 심리적 불안감이 커지는 상황에서 “지나치게 불안해할 필요는 없다”는 메시지를 국민에게 전달하겠다는 의도도 담겼다는 분석이 나온다.
동시에 문 대통령은 “이번 일을 겪으며 우리는 평화 경제의 절실함을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었다”면서 남북 경제 협력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나섰다. 일본과의 경제 전쟁의 해법으로 평화 경제를 꺼내 든 것이다.
문 대통령은 “남북 간의 경제협력으로 평화 경제가 실현된다면 우리는 단숨에 일본의 우위를 따라잡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1억2000만여 명의 인구를 바탕으로 한 일본의 내수 시장을 약 8000만 명으로 추산되는 남북한 시장으로 맞대응할 수 있다는 논리다. 문 대통령은 “평화 경제야말로 세계 어느 나라도 가질 수 없는 우리만의 미래라는 확신을 가지고, 남과 북이 함께 노력해 나갈 때 비핵화와 함께하는 한반도의 평화와 그 토대 위에 공동번영을 이룰 수 있을 것”이라고도 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북한이 잇따라 한국을 겨냥해 미사일과 방사포 도발에 나서고 있고 북-미 간 비핵화 실무협상이 진행되고 있지 않은 상황에서 일반의 인식과 온도차가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그러면서 문 대통령은 “일본은 경제력만으로 세계의 지도적 위치에 설 수 없다”며 일본을 다시 한 번 비판했다. 문 대통령은 “일본 정부는 그간 아픈 과거를 딛고 호혜 협력적 한일 관계를 발전시켜온 양 국민에게 큰 상처를 주고 있다”며 “‘과거를 기억하지 않는 나라, 일본’이라는 비판도 일본 정부가 스스로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일본이 자유무역 질서를 훼손하는 것에 대한 국제사회의 비판도 매우 크다”며 “우리는 경제 강국으로 가기 위한 다짐을 새롭게 하면서도 민주 인권의 가치를 가장 소중히 여기며 자유롭고 공정한 경제, 평화와 협력의 질서를 일관되게 추구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상준 기자 always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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