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일 전시가 중단된 ‘아이치 트리엔날레 2019’의 ‘표현의 부자유전·그후’ 전시. 가운데가 ‘평화의 소녀상’, 왼쪽이 나카가키 가쓰히사의 ‘시대의 초상’. 나고야|김진우특파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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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최대규모 국제예술제인 ‘아이치 트리엔날레 2019’가 ‘평화의 소녀상’이 출품된 ‘표현의 부자유전·그후’를 전시 3일만에 중지한 데 대해 일본에서 표현의 자유 등의 침해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잇따르고 있다.
이 전시에 참가한 조형 작가 나카가키 가쓰히사(中垣克久·75)는 5일 도쿄신문 인터뷰에서 “민주주의 국가에서 이런 일은 있을 수 없다”고 위기감을 드러냈다. 그가 이번에 출품한 조형작품 ‘시대의 초상’은 2014년 도쿄도미술관에서 전시됐으나 ‘헌법 9조 지키기’와 ‘야스쿠니신사 참배의 어리석음’ 등의 내용이 적힌 종이가 ‘정치적’이라는 문제로 철거를 요구받은 바 있다.
그는 “5년 전에도 죽이겠다는 얘기를 들었고, 협박 전화가 미술관과 자택에 잇따라 걸려 왔다”며 “이번에 협박이 있어도 우선 ‘경찰에게 말하겠다’로 좋은 것 아닌가”라고 말했다. 이어 “폭력으로부터 시민을 지키기 위해 경찰이 있는 것”이라며 경비를 강화하는 절차를 건너뛰고 갑자기 전시 중단을 결정한 것에 유감을 표했다. 그는 “(이번 전시 중단으로) 협박이나 폭력을 긍정하는 일이 돼 버렸다. 소란을 피우면 전시회를 중단시킬 수 있다는 선례를 만들고 말았다”고 지적했다. “행사 주최 측이 이렇게 쉽게 꺾인 사례는 내가 알고 있는 한 없었다”고도 했다.
나카가키 작가는 ‘평화의 소녀상’에 대해선 “순수예술은 아니지만 표현의 자유를 생각하는 전시회에 출품하는 것은 나쁘지 않다”고 밝혔다. 그는 “작품을 보는 사람이 자유롭게 평가하고 반박하게 하는 것이 좋다”며 “(일본에서) 그런 자유가 없어지고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다만 잘 알고 지내는 화랑업자로부터 “(한일관계가 악화한) 이런 시기에 위안부상을 전시하는 것은 (일본사회) 통념에 맞지 않는다는 얘기를 듣긴 했다”고 덧붙였다.
나카가키 작가는 가와무라 다카시 나고야 시장이 “일본 국민의 마음을 짓밟는 것”이라는 이유로 ‘평화의 소녀상’ 전시 중단을 요구한 것에 대해선 “표현의 자유를 보장한 헌법에 반하는 것”이라고 일축했다. 또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이 이번 전시에 대한 보조금 지급 문제를 거론하면서 전시 중단을 압박한 것은 “허용할 수 없는 발언으로, 문화의 독립성을 훼손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일본 신문노련과 민방노조 등으로 구성된 ‘일본매스컴 문화정보노조회의’는 4일 “행정이 뜻에 맞지 않는 표현을 배제하면 사실상의 ‘검열’에 해당해 사회로부터 표현과 언론의 자유를 잃는다”고 비판하는 성명을 냈다. 성명에선 “기획전이 무산된 사태를 매우 우려하고 있다. 민주주의사회를 좀먹는 비열한 테러 예고와 협박을 비난하지 않는 전치가의 자세도 문제”라고 지적하면서 “다양한 표현과 의견에 관용적인 사회를 되찾아야 한다”고 밝혔다.
도쿄|김진우 특파원 jw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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