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운성·김서경 작가 작품, 일본 최대 국제예술제 ‘아이치 트리엔날레’ 출품
옆의 빈의자·평화비 등 완전한 형태 ‘소녀상’…일 한복판에서 공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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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를 기리는 ‘평화의 소녀상’(사진)이 일본 최대 규모의 국제예술제인 ‘아이치 트리엔날레’에 전시된다. 소녀상이 일본 공공미술관에 전시되는 것은 사실상 이번이 처음이다. 일본군 위안부와 강제징용 문제 등을 둘러싸고 한·일 갈등이 격화한 가운데 일본 한복판에 소녀상이 전시되는 것은 적지 않은 의미를 지닐 것으로 보인다.
김운성·김서경 작가 부부가 공동 제작한 ‘평화의 소녀상’은 다음달 1일부터 10월14일까지 일본 중부 아이치(愛知)현 일대에서 열리는 ‘아이치 트리엔날레 2019’에서 전시된다.
아이치현 나고야(名古屋)시 아이치예술문화센터에서 진행되는 ‘표현의 부자유전·그 후’ 전시에 출품된다.
아이치 트리엔날레는 2010년부터 3년에 한 번씩 개최되는 일본 최대 규모의 국제예술제다.
김운성 작가에 따르면 이번에 전시되는 소녀상은 주한 일본대사관 앞에 세워진 청동 소녀상의 ‘원형’에 해당한다. 유리강화섬유 소재에 색을 입혔다. 2015년 ‘표현의 부자유전’ 출품을 위해 일본에 들여왔다가 보관돼온 것이다. 이번 전시에는 단발머리에 치마저고리를 입은 소녀가 의자에 앉아 있는 모습과 그 옆의 빈 의자, ‘평화비’ 표지석까지 그대로 재현된다.
앞서 소녀상의 축소 모형이 2012년 도쿄도립미술관에 전시됐다가 ‘정치적 표현물’이라는 이유로 철거된 적은 있지만, 이처럼 완전한 형태로 소녀상이 일본 공공미술관에서 전시되는 것은 처음이다. 김운성 작가는 29일 “일본 분들의 노력으로 정식 미술전에 처음 전시하게 됐다. 미술계에서 (작품을) 받아안아 얘기를 하겠다는 게 고맙다”고 말했다.
이번 전시는 2015년 1월 도쿄 후루토(古藤) 갤러리에서 열렸던 ‘표현의 부자유전’의 후속이다. 당시 일본군 위안부나 전쟁을 금지한 평화헌법 9조 등을 다뤘다는 이유로 전시하지 못했던 작품들을 모았다. 소녀상도 전시됐다.
올 초 저널리스트인 쓰다 다이스케(津田大介) 아이치 트리엔날레 예술감독으로부터 ‘표현의 부자유전’ 실행위원회 측에 참가 요청이 들어오면서 전시 준비가 시작됐다. 2015년 전시된 작품의 ‘그 후’와 2015년 이후 새롭게 전시하지 못했던 작품 등 17점을 골랐다.
소녀상 외에도 지바(千葉)조선학교 학생의 그림, ‘니콘살롱’의 전시 거부로 재판까지 가서 승소한 안세홍 작가의 사진 등 위안부 관련 작품이 3점 전시된다. 군마(群馬)현 내에 있는 ‘조선인강제연행희생자추도비’를 모티브로 한 시라카와 요시오(白川昌生)의 조형작품 ‘군마현조선인강제연행추도비’도 선보인다. 이 밖에 일본 천황제나 오키나와 미군기지 문제를 비판적으로 다룬 작품들이 전시된다.
오카모토 유카(岡本有佳) 실행위원은 “위안부 관련 작품이 많은 것 아니냐는데 일본 사회나 아베 신조(安倍晋三) 정권이 이 문제를 보이지 않게 하려고 한 결과”라고 했다.
■ “위험 각오한 전시…소녀상, 반일 상징 아닌 실재 봐주길”
김운성 작가, 오카모토 유카 실행위원, 김서경 작가(왼쪽부터). 김진우 특파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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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관계가 악화된 상황에서 이번 전시가 어떤 파장을 낳을지 우려가 없는 건 아니다. 실행위 측은 일본 우익의 항의 등에 대비해 변호사와 상담하고, 경찰에 협조를 요청한 상태다. 김서경 작가는 “과연 할 수 있을까, 이곳 분들이 위험해지지 않을까 걱정이 많았는데 이분들은 각오하고 한다고 했다”고 전했다. 쓰다 예술감독은 “표현의 자유는 민주주의를 지탱하는 중요한 요소”라면서 “미술에서 특정 표현을 하기 어려워진 일본의 상황을 문제제기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작가와 실행위 측은 이번 전시를 통해 소녀상의 의미가 재평가되길 바라고 있다. 김운성 작가는 “소녀상의 어디가 일본을 공격하는 것인지 묻고 싶다”면서 “위안부 피해자들을 어떻게 마주할지 얘기도 듣지 않고 반일(反日)의 상징으로만 보는데 실재를 봤으면 한다”고 말했다. 오카모토 위원도 “실제 작품을 직접 보고 생각하고 느끼는 게 중요하다”며 “젊은 사람들이 많이 왔으면 좋겠다”고 했다. 실행위 측에선 이번 전시기간 중 ‘작가와의 대화’ 개최를 준비하고 있다.
나아가 이번 전시가 한·일관계를 되돌아보고 한국에 대한 적대적인 감정을 되짚어볼 기회도 되길 기대하고 있다. 쓰다 예술감독은 “일본에선 ‘위안부상’이 아니라 ‘평화의 소녀상’이라는 것조차 충분히 공유되지 않는다”며 “소녀상이 어떤 과정으로 제작됐고,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는지 등을 실물을 직접 보고 객관적 사실을 안 뒤에 어떻게 생각하는지 논의하는 계기를 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어 “한국을 적대시해 배싱(때리기)하는 지금 상황에 대해 조금 냉정하게 논의하자고 말하는 것조차 어려운 상황”이라며 “이럴 때일수록 이런 전시를 하는 게 의미가 크다. 한국에 대해 부정적인 감정을 가진 사람들도 보러 왔으면 좋겠다”고 했다.
나고야 | 김진우 특파원 jw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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