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핵대표 ARF 3자협의 추진
한미일 북핵 수석대표 다음 달 2일 태국 방콕에서 개막하는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에 참석할 것으로 알려진 이도훈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 가나스기 겐지 일본 외무성 아시아대양주국장(왼쪽 사진부터). 한미일 북핵 수석대표인 이들이 북핵 등 안보 이슈를 고리로 협의를 진행하며 자연스럽게 한일 갈등 이슈를 논의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동아일보DB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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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 양국에서 과거사 및 무역 갈등과 안보 이슈를 분리해 다루려는 일종의 ‘투 트랙’ 접근법이 부상하고 있는 양상이다. 다음 달 2일 태국 방콕에서 열리는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을 계기로 한일, 한미일 북핵 수석대표 협의를 위한 일정이 조율 중인 데 따른 것이다. 이미 ARF 기간 전후 한일 및 한미일 외교장관 회담 개최가 논의되는 상황에서 정부 당국이 다양한 채널을 동원해 안보 이슈를 논의하기 위한 접촉을 진행하는 정황이 속속 포착되고 있는 것.
한미일이 외교장관-북핵수석대표 회담 가능성을 조율하고 나선 것은 무엇보다 북핵 이슈가 다시 불거지면서다. 지난달 30일 판문점 북-미 정상회동이 열린 지 한 달이 지났지만 북-미 대화는 여전히 진척 없는 ‘개점휴업’ 상태. 여기에 중-러 군용기 도발과 북한의 단거리탄도미사일 발사가 이어지며 한미일 3자가 한일 관계 위기와 무관하게 긴밀히 협의해야 할 환경이 조성된 것이다. 이와 관련해 이와야 다케시(巖屋毅) 일본 방위상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북한이 최근 발사한 단거리탄도미사일과 관련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 위반이다. 매우 유감”이라고 말했다.
특히 북한이 이번 ARF에 리용호 외무상을 보내지 않기로 결정하면서 한미일이 북핵에 대한 논의를 가져야 할 필요성은 더 두드러지게 됐다. 당초 ARF는 판문점 북-미 회동에서 만들어진 대화 모멘텀이 일종의 결실을 맺게 될 장소로 기대를 모았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과 리 외무상이 만나는 북-미 고위급회담은 물론이고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와 아직 공식 발표되지 않은 북측 대표가 이 기간에 만나 협의를 할 것으로까지 전망됐다. 하지만 북한이 리 외무상을 대신할 대표로 누구를 태국에 보낼지조차 밝히지 않는 등 현 단계에서 대화에 나설 의지가 없다는 점을 분명히 하면서, 초점이 이에 대응할 한미일의 반응으로 자연스럽게 옮겨간 것이다.
여기에 지난주 발생한 중-러 군용기 도발 역시 한일 관계 악화라는 한미일 공조 체제의 ‘약한 고리’를 이용하려는 시도였으나, 역으로 3자가 긴밀한 협의를 지속할 이유를 제공하게 된 모양새라는 평가도 나온다.
아무튼 이런 상황에서 한미일 3자 간 외교장관 회담 및 북핵 수석대표 협의가 모두 성사된다면 한미일이 과거사 등 한일 이슈와는 무관하게 안보 이슈는 필요하면 논의할 수 있다는 사례를 만들 수 있게 된다. 윤덕민 전 국립외교원장은 “한미일이 모여 (과거사 등의) 문제는 안보와 분리해서 다뤄야 한다는 컨센서스를 만들어낸다면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외교가에선 미국이 한미일 3각 공조가 흔들려서는 안 된다는 기본 입장을 강조하면서 특히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의 필요성을 지속적으로 강조해온 것으로 보고 있다.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이 29일 정례브리핑에서 “한일 관계가 매우 힘든 상황에 있지만 협력할 과제는 제대로 협력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한 것도 이런 기류와 무관치 않은 것으로 보인다.
한기재 기자 recor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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