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정취소 부동의로 갈등 격화 / 김승환 교육감, 행정소송 등 예고 / “교육부가 동의권 폐지 약속 어겨 / 시도교육감協과 협력 기대 말라” / 8월 초 서울 8곳 최종결정 주목 / 교육계선 “생존 가능성 희박” 전망 / 부동의 또 나오면 전면전 가능성
교육부가 전북도교육청의 상산고 지정취소 결정을 뒤집으면서 교육부와 교육청 간 갈등이 격화하고 있다. 오는 8월 초 교육부가 서울지역 지정취소 자율형사립고 8개교에 내릴 최종 결정에 따라 ‘전면전’ 가능성도 윤곽을 드러낼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교육계에서는 서울 자사고는 생존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어 사실상 대결 구도는 ‘교육부 vs 전북교육청’에 머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29일 전북교육청은 당초 예고대로 법적 대응에 착수할 계획임을 밝혔다. 김승환 전북도교육감은 이날 오전 확대간부회의에서 “상산고 자사고 재지정을 둘러싼 문제는 끝난 게 아니다. 지난 주말부터 소송 형식과 승소 가능성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교육부 부동의권 행사에 대한 헌법재판소 권한쟁의심판 청구, 교육부 상대 행정소송 등을 고려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김 교육감은 ‘남의 칼을 빌려 사람을 죽인다’는 사자성어 차도살인(借刀殺人)을 인용해 교육부에 ‘전쟁’을 선포했다. 그는 “자사고 지정 결정에 대한 교육부 장관의 동의권은 박근혜정부가 만든 조항으로, 지난해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와 교육부가 이 조항을 없애겠다고 합의했다”면서 “그런데도 교육부가 이미 사망선고된 조항을 활용한 것을 부끄러운 줄 알아야 한다”고 비난했다. 또 “교육부는 이번 결정으로 신뢰 관계의 파괴 등 많은 것을 잃었고 결코 회복할 수 없을 것”이라며 “교육부와 정부는 이 시점부터 더는 전북교육청과 시도교육감협의회의 협력을 기대해서는 안 될 것”이라고 못 박았다. 김 교육감은 시도교육감협의회 회장을 맡고 있다.
교육계는 전북교육청의 대중앙정부 엄포가 전국 진보교육감의 ‘대동단결 촉매제’가 될지 주목하고 있다. 지난해 6·13지방선거에서 진보성향으로 분류되는 교육감의 ‘싹쓸이 압승’으로 현재 대다수 교육청이 자사고 폐지를 주장하고 있다. 전날 장휘국 광주시교육감이 관할지역 밖인 상산고의 부활에 대해 “문재인정부가 국민에게 약속했던 교육 대개혁의 심각한 퇴행”이라고 반발한 것 또한 같은 맥락이다.
다음 달 초로 예정된 교육부의 서울 자사고 지정취소 관련 동의 여부 발표가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서울은 문재인정부의 ‘단계적 자사고 전환’정책의 전략적 요충지인 만큼 교육부가 한 곳에라도 부동의권을 행사하면 교육당국 간 전면전이 불가피하다는 관측이 나온다. 교육부는 다음달 1일 평가에서 탈락한 서울 자사고 8개교와 부산 해운대고, 자진해서 일반고 전환을 신청한 서울 경문고에 대해 교육부 장관 자문기구인 ‘특수목적고 등 지정위원회’를 열어 심의할 예정이다.
하지만 교육당국 간 갈등이 전북교육청에 국한된 ‘찻잔 속 태풍’에 그칠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된다. 교육부가 서울시교육청의 자사고 8개교 지정취소 결정을 뒤집을 가능성이 희박해서다. 교육부는 상산고 지정취소에 부동의권 행사 사유로 전북교육청의 평가 과정상 재량권 남용 및 위법 사항을 강조했을 뿐 자사고 전환기조는 이어가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서울교육청은 올해 교육부가 제시한 평가기준 그대로 재지정 평가를 진행한 만큼 상산고 사례와는 다르다는 게 교육계 중론이다.
교육청이 향후 교육부를 압박할 수단이 마땅치 않은 것 또한 이런 관측에 힘을 더한다. 서울교육청 관계자는 “동의권 행사 관련 소송 제기 외에는 교육부에 항의할 수단이 사실상 없다”며 “시도교육감협의회에서도 고교무상교육 등 이미 합의된 교육부 협조사항을 번복하는 등의 극단적 선택을 할 가능성은 작다”고 내다봤다. 그는 “다만 교육감이 뭉친다면 2015년 당국 사이에 발생한 누리과정 갈등이 재연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동수 기자, 전주·광주=김동욱·한현묵 기자 ds@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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