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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북한이 25일 새벽 5시경 두 차례에 걸쳐 미사일을 발사했습니다. 러시아와 중국의 대한민국 영공침범 사건에 이은 이번 사건이 어떤 정치적 의도를 가진 것인지, 우리 정부가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 궁금합니다.
양소희 숙명여대 역사문화학과 14학번
A. 2016년 11월 박근혜 정부 다시 통일연구원은 ‘북한 핵 개발 고도화의 파급영향과 대응방향’이라는 제목의 연구보고서를 발간했습니다. 북한은 그해 1월 6일 제4차 핵실험을 시작으로 다음해까지 2년 동안 핵무력 완성을 위한 연쇄 전략도발을 하는 중이었습니다. 보고서의 5장은 북한 핵능력의 강화가 대남정책에 어떤 영향을 줄 것인지를 다루고 있는데, 2년 8개월이 지났지만 지금 상황에도 시사점이 있는 것 같아 소개해 볼까 합니다. 핵심적으로 보고서는 “유화전략, 평화공세, 군사적 도발 등을 동시에 병행하면서 남북관계의 주도권을 행사하는 듯한 태도는 핵무기 고도화에 따른 공격성이 남북관계로 투영된 결과라고도 볼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보고서는 아버지 김정일 시대와 아들 김정은 시대의 대남정책 변화를 핵무기 고도화라는 변수로 설명하고 있습니다. “과거 김정일 시대에는 대남도발 이후 유화정책으로 전환하는 순차적 강온정책을 구사한 반면, 김정은 정권은 대화공세를 하면서 동시에 무력도발을 하는 강온 병행정책을 구사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남북관계 악화국면과 갈등상황에서도 대남 도발과 비대칭 위협을 확대함으로써 남북관계의 의제를 ‘정치군사분야’로 유도하는 전술을 취하고 있다”며 “이와 같이 북한은 핵무기 고도화가 이루어질수록 공격적인 대남정책을 강화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쉽게 말해 김정은 시대에 들어 북한은 핵 능력이 강화될수록 남한에 대해 대화 제의도, 무력도발도 강화하는 현상을 보이고 있다는 것으로,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현재의 상황에 대한 설명력을 가지고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북한은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2017년말까지 전략도발을 강화한 뒤 11월 ‘핵 무력 완성’을 선언했으며 2018년부터는 남한과 미국을 상대로 한 과감한 대화 공세에 나섰습니다. 하지만 올해 5월 북한 판 이스칸데르 단거리 탄도미사일을 잇달아 발사하며 다시 대남 무력공세를 벌이고 있는 것입니다.
26일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전날 미사일 발사를 ‘무력시위’라고 공표하면서 남한에 대한 노골적인 내정간섭에 나섰습니다. 통신은 김정은 위원장이 발사를 현장에서 지도하면서 “남조선 당국자가 사태 발전 전망의 위험성을 제때에 깨닫고 최신 무기 반입이나 (한미) 군사연습과 같은 자멸적 행위를 중단하라”고 말했다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아무리 비위가 거슬려도 남조선 당국자는 오늘의 평양발 경고를 무시해 버리는 실수를 범하지 말아야 할 것”이라고도 했습니다.
알려진 것처럼 북한판 이스칸데르로 불리는 이 미사일은 발사 후 고도를 스스로 높이고 낮추면서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와 패트리엇과 같은 방어체계의 요격을 피해갈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사거리가 600km를 넘어 핵탄두를 장착해 한반도 전역을 타격할 수 있는 수준인 것으로 평가되고 있습니다. 한국이 스텔스 기능을 갖춘 F-35 전투기 등을 미국에서 들여온 것에 대한 노골적인 반발로 풀이되므로 쉽게 말해 ‘미제 무기를 들여오고 미국과 군사훈련을 계속하면 핵미사일을 날려버리겠다’는 적나라한 협박인 셈입니다. 정치군사적으로 본다면 ‘핵미사일을 맞지 않으려면 미국과의 동맹관계를 우리의 요구대로 정리하라’는 주장인 셈이구요.
물론 북한의 이런 협박은 과거 이명박 박근혜 정부 당시엔 일상적인 것이었습니다만, 그동안 사이가 좋은 척 했던 문재인 정부를 향한 것이라는 점에서 새로운 것이기도 합니다. 핵을 가진 북한은 남한 정부가 자신과 친하건 소원하건 주인 행세를 하겠다는 뜻을 노골적으로 내비친 것이지요. 앞서 소개한 통일연구원 보고서가 ‘핵무기 고도화에 따른 공격성이 남북관계로 투영된 결과’라고 지적한 것과 똑 같은 상황인 셈입니다.
북한이 이처럼 노골적으로 핵을 든 대정간섭에 나섰는데도 청와대가 별다른 입장을 내놓지 않은 것은 유감스러운 일입니다. 정부 당국자는 “매체에 보도된 것이어서 공식 입장이 아니다”라는 태도입니다만, 문맥상 보도는 김정은의 직접 워딩을 전달한 것으로 읽힙니다. 그 내용은 엄연한 내정간섭이며 남한 정부에 대한 협박임을 지적하고 반박했어야 한다는 생각입니다. 미국과 대화하면서 중국과 러시아를 등에 업은 북한이 이제 남한 정권을 다루려 할 것이라는 우려가 현실이 되고 있는 겁니다. 대한민국과 북한은 아직도 휴전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잊으면 안 되겠습니다. 핵을 가진 북한은 필연적으로 남한을 좌지우지하려 할 것이고 그 대상이 박근혜 정부이건 문재인 정부이건 다름이 없을 것입니다.
신석호 디지털뉴스팀장(북한학 박사) kyl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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