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개화기 소설 창작자들에 관한 새로운 사실을 밝혀내고 있는 ‘작가들의 풍경’에서부터 개화기 소설의 테마 문제를 규명한 ‘작품 속 풍경’, 개화기 소설의 창작 의도와 서술 기법을 다룬 ‘서술의 풍경’, 작품 속의 캐릭터들이 지향하는 가치 체계를 분석하고자 했던 ‘작중인물들의 풍경’, 외국문학의 유입과 번역 상황을 정리한 ‘번역?번안의 풍경’까지 다섯 가지 풍경에 제1장 ‘출판의 풍경’을 얹어 총 6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근대 서사의 전사에 해당하는 개화기 서사는 1912년에 최전성기를 맞이한다. 그해에 가장 많은 개화기 소설이 연재되거나 출판되었다. 이 책에 수록된 BGN-2019에 따르면, 1912년 한 해에 나온 개화기 소설의 판본이 85개에 이르며 이듬해에도 78개의 판본이 출간되었다. 이는 1911년의 판본 수가 불과 20개 정도에 지나지 않은 것과 비교된다.
우리나라에 근대적 인쇄술이 도입된 것은 1880년대였다. 그 무렵 조선 정부는 신문이나 서책들을 출판하기 위해 통리아문 산하에 최초의 근대식 인쇄소인 박문국(博文局)을 설치하고 최초의 신문인 ?한성순보?을 발간했다. 근대적 인쇄술은 신문의 창간과 수많은 책들의 발간으로 이어졌다. 이런 과정에서 근대 서사의 씨앗도 같이 뿌려지게 된다. 개화기 소설이 창작되고 출판과 유통의 과정을 거쳐 독자에게 전달될 수 있었던 것은 근대적 인쇄술이 도입되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이후 개화기 소설은 근대 소설로 진화하여 지금까지 100여 년의 전성기를 구가했다. 그러는 동안 인쇄기술은 근대 소설의 여러 형식적?내용적 특성이 만들어지고 규정되는 데 관여해 왔다.
1910년대를 전후한 때에 근대의 인쇄기술이 첨단의 문학 매체로 등장했던 것처럼, 지금은 디지털 매체가 새로운 문학 매체로 등장하여 근대 문학의 존재 방식에 의문을 던지기 시작했다. 디지털 매체와 기술은 문학을 둘러싼 기존의 모든 것을 변화시키는 핵심 변인이 되고 있다. 디지털이 우리 삶의 시간과 생활 공간 전반으로 스며든 지금은, 문학이 기존의 문학이 아닌 새로운 문학 혹은 새로운 무엇으로 커다란 질적 전화를 겪어내야 하는 시대인 것이다.
저자 장노현 한남대학교 국어국문창작학과 교수는 디지털서사와 문화콘텐츠를 연구하며 학교에서는 웹드라마 시나리오, 인문콘텐츠 기획, 하이퍼서사 창작 등을 강의한다. 현재는 하이퍼서사 장르의 확산과 대중화에 관심을 갖고 있다. 2000년 무렵 한국문화 대표사이트로 세간의 주목의 받았던 ‘디지털한국학’ 사이트를 기획?개발하였고, 2003년에는 ‘한국향토문화전자대전’ 사업을 기획하여 이후 20년 가까이 계속되고 있는 초대형 문화콘텐츠 사업의 틀을 만들었다.
(장노현 지음/역락)
이종길 기자 leemea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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