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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9 (목)

올여름 휴가철, 얼마나 많은 반려동물이 버려질까 [이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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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8월 제주도 구좌읍의 한 도로 위를 달리던 조상민(45)씨는 ‘지우’를 만났다. 흰색 암컷 강아지인 지우는 도로 위를 지나는 차들을 쫓고 있었다. 부근에서 반려동물 카페 ‘당나귀와 댕댕이’ 영업을 하고 있던 조씨는 차를 세우고 위태롭게 차 사이를 달리던 지우를 구조했다.

조씨는 21일 “주인에게 버려졌는지 주인 차량을 닮은 차를 쫓는 것 같았다”며 “처음 구조할 때는 매우 사납게 굴었다”고 말했다. 그는 지우를 직접 기르기로 했다. 그가 새로 지어준 이름인 ‘지우’는 ‘나쁜 기억을 지우라’라는 뜻에서 붙여준 것이다. 1년 가까이 지난 현재 지우는 카페의 다른 동물들과 잘 지내는 중이다. 조씨는 현재 지우를 포함해 개 7마리, 고양이 1마리, 당나귀 1마리를 기르는 중이다. 개와 고양이는 모두 모두 주인을 잃어 조씨가 거둔 반려동물이다. 당나귀도 원래 주인에게서 잡아먹힐 뻔 했던 걸 조씨가 사들인 경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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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8월 조상민씨가 구조할 때 당시 지우의 모습. 조상민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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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조상민씨가 제주도 구좌읍에서 운영 중인 반려동물 카페 ‘당나귀와 댕댕이’에서 뛰어노는 지우의 모습. 조상민씨 제공


조씨는 “카페 영업하면서 유기동물을 16마리 거뒀고 7마리는 카페 손님들과 인연이 돼 입양을 보냈다“고 말했다.

주인에게 버려졌다 조씨를 만난 지우는 운이 좋은 경우다. 본격적인 여름 휴가철이 다가오면서 지우 같은 유기동물 증가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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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기동물 통계 사이트인 포인핸드의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유기동물 수는 총 11만8902마리로 집계됐다. 이중 여름휴가 기간인 7∼8월 두 달간 전국 보호소에 있던 유기동물은 2만2948마리로 전체 대비 약 19.3%를 차지했다. 휴가를 앞두고 반려동물을 맡길 곳이 없어 무책임하게 유기를 택하는 경우가 빈번한 것이다.

유기동물 문제 해결을 위해 2014년부터 지방자치단체가 반려동물 등록 제도를 시행했지만 여전히 등록률은 절반 수준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농림축산식품부는 동물등록 활성화하고자 이달부터 두 달간 자진신고 기간을 운영 중이다.

유기동물 문제에 대한 인식 개선을 위한 캠페인도 현재 진행 중인 모습이다. 일상 환경보호를 목표로 매년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그린볼 캠페인’은 지난 8일부터 ‘나는 쓰레기가 아닙니다(I’m your family)’를 주제로 유기견을 위한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다음달 7일까지 진행하는 이 행사는 참여자로부터 청바지를 기부 받아 바자회를 통해 판매하거나 반려견 용품으로 업사이클(폐자원을 고부가가치 제품으로 재탄생시키는 활동)하는 형태로 진행된다. 여기서 발생한 수익금은 유기견 예방·보호 위한 단편영화 제작비로 쓰인다는 게 그린볼 측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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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린볼 관계자는 “최근 들어 유기묘, 유기견에 대한 안타까운 뉴스를 보게 되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며 “살아있는 상태에서 쓰레기 봉투 안에 버려진 유기견의 참혹한 모습을 접하고 다시 한번 이번 프로젝트를 준비하게 됐다”고 밝혔다.




김승환 기자 hwa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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