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이 필요한 순간·놀이는 쓸 데 있는 짓이다·건강의 배신
우리는 식물에 둘러싸여 살고 있다. 나무와 숲이 없는 삶은 상상하기도 어렵다. 그만큼 우리 주변에는 온갖 식물로 가득하다. 산과 들, 섬에 자라는 나무와 숲은 어떻게 한반도에 자리 잡았을까? 어떤 기후와 환경 변화를 거쳐 지금의 식생으로 남았을까?
이 책은 제목 그대로 한반도에서 자라는 나무와 숲의 자연사다. 생물지리학자인 저자(경희대 지리학과 교수)는 지질시대부터 오늘날까지 시간 여행을 하고, 유라시아 대륙 북극해 연안의 툰드라부터 제주도 한라산까지 넘나들며 우리나라에서 자라는 나무와 숲의 자연사, 문화, 지리와 생태를 꼼꼼히 탐색했다.
의식주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사람에 의해 숲이 황폐해진 수난의 역사도 추적했다. 특히 일제 강점기와 한국전쟁이 숲에 남긴 상처 그리고 민초와 화전민에 의한 산림 황폐화는 현대사의 아픈 그림자다. 주린 배를 움켜잡고 벌거숭이가 된 민둥산에 나무를 심어 푸른 숲을 일궈낸 산림녹화의 대장정 또한 되돌아볼 수 있다.
청아출판사. 352쪽. 1만8천원.
우리 나무와 숲의 이력서 |
▲ 철학이 필요한 순간 = 스벤 브링크만 지음. 강경이 옮김.
오늘날 우리는 행복도 소비되는 시대에 살고 있다. 물질적 풍요 속에서 얼마든지 쉽게 쾌락을 좇을 수 있지만, 한편으론 불안하고 허무한 감정이 들곤 한다.
철학으로 인생 의미를 되찾는 심리학자인 저자는 열심히 살고 있지만 어딘지 모르게 공허한 우리 삶을 단단하게 만들어줄 10가지 관점을 제시한다. 선, 존엄성, 약속, 자기, 진실, 책임, 사랑, 용서, 자유, 죽음이 그것이다.
저자의 나라인 덴마크는 세계에서 가장 행복한 나라로 꼽힌다. 책에서 제시된 10가지 관점은 언뜻 봐서 그다지 실용적일 것 같지 않지만, '쓸모없음의 쓸모'를 깨닫는 것이 오늘날 가장 필요하다고 저자는 말한다. 예컨대 우리는 평소에 죽음에 대해 생각하길 꺼리나 철학에서는 죽음이야말로 생각할 가치가 있다고 여긴다. 소크라테스가 "철학은 죽기를 배우는 일이다"고 설파하고, 몽테뉴가 "죽는 법을 배운 사람은 노예가 되는 법을 잊는다"고 한 데는 이 같은 관점이 있었다.
다산초당. 276쪽. 1만5천원.
철학이 필요한 순간 |
▲ 놀이는 쓸 데 있는 짓이다 = 앤절라 핸스컴 지음. 오필선 옮김.
좀처럼 차분해지지 못하고 집중하지 못하는 아이, 자신의 몸을 스스로 통제하지 못하는 아이, 과격해지거나 쉽게 화를 내는 아이…. 이 책은 감각 이상과 주의 산만 등 여러 문제를 보여주는 아이들이 증가하는 근본 원인을 짚고 그 해결 방안을 찾는다.
저자는 소아 작업치료사이자 자연에 기반한 아동 발달 프로그램 '팀버누크'의 창립자다. 그는 바깥(자연)에서 하는 활동적인 자유 놀이가 균형 잡힌 아동기를 위해 꼭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어른들 간섭 없이 이뤄지는 '바깥 놀이'야말로 아이들의 감각과 운동 기능 발달을 촉진하는 것은 물론, 사회·정서적인 기술과 창의성 발달에도 결정적인 영향을 끼친다는 사실을 경험론적·이론적 근거로 설명한다.
저자는 "놀이의 동기는 목적이 아닌 방법에서 나온다. 순전히 목적이 있어 어떤 활동을 한다면 그것은 놀이가 아니다"라면서 "아이에게 자유롭게 놀 시간을 주는 것은 매우 특별한 선물을 주는 것과 같다"고 말한다.
목수책방. 388쪽. 1만7천원.
놀이는 쓸데 있는 짓이다 |
▲ 건강의 배신 = 바버라 에런라이크 지음. 조영 옮김.
오늘날 우리는 자신을 잘 절제하고 생활방식만 잘 관리하면 더 젊고, 더 건강하고, 더 오래 살 수 있다고 약속하는 시대에 살고 있다. 건강 염려증과 과잉 진단의 그림자도 날로 짙어져 간다.
'긍정의 배신', ' 노동의 배신', '희망의 배신' 등의 저서로 긍정 이데올로기, 저임 노동, 화이트칼라 몰락의 실태를 고발해 주목받았던 저자는 현대인의 새로운 풍속이 된 '건강 열풍'의 숨은 진실을 폭로하며 삶과 죽음에 대해 깊은 성찰을 하게 한다.
병원과 의료계 현장으로 직접 뛰어들어 현대 의학이 증거에 기반하고 있다는 주장, 예방 의학이 무병장수를 보장한다는 약속이 정말인지 샅샅이 돌아본다. 또 피트니스센터와 웰니스 업계를 찾아 안티에이징의 비법을 제공한다는 프로그램과 제품이 과연 실효가 있는지 살핀다.
부키. 292쪽. 1만6천원.
건강의 배신 |
id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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