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스트트랙 법안 지정 과정에서 국회 폭력 사태로 고발당한 백혜련 민주당 의원(왼쪽)과 윤소하 정의당 원내대표가 16일 오전 서울 영등포경찰서에 조사를 받기 위해 출석하고 있다. [사진 제공 =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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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 국회 패스트트랙(신속 처리 안건) 지정 과정에서 발생한 물리적 충돌로 고소·고발된 국회의원에 대한 경찰의 소환 조사가 본격화하면서 실제 정치인에 대한 처벌로 이어질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처벌 수위에 따라 피선거권을 잃을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국회에서 회의실 점거 등을 한 자유한국당 의원들의 불안감이 상대적으로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16일 백혜련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윤소하 정의당 의원이 처음으로 경찰에 출석했다. 지난 9일 경찰의 소환 통보를 받은 두 의원은 이날 오전 10시께 피고발인 신분으로 서울 영등포경찰서에 출석해 조사를 받았다.
백 의원은 조사를 받으러 들어가기 전 취재진과 만나 "대표 발의한 공수처 법안을 제출하기 위해 국회 의안과에 들어가던 중 (한국당 의원들의) 불법 점거로 방해를 받고, 사개특위(사법개혁특별위원회) 회의장에 들어가지 못했다"며 "실질적인 피해자인 제가 이곳에 출석한 것 자체가 황당하다"고 말했다.
한국당 의원들이 출석을 거부하고 있는 것과 관련해 백 의원은 "자유한국당 의원 2명도 오늘 소환 통보를 받은 것으로 안다"며 "국회의원 특권에 숨지 말고 당당하다면 경찰에 나와 조사를 받으라"고 꼬집었다.
함께 출석한 윤 의원은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조사에 성실히 응하는 것이 도리라 생각했다"며 "국회 내 불법 폭력을 주도했던 황교안 대표와 나경원 원내대표는 물론 자유한국당 의원들 모두 자진 출두해 국민에게 제대로 된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윤 의원은 또 "법안 공동 발의자로서 정당한 법안 제출 행위를 방해받은 것에 대해 있는 그대로 소명할 것"이라고 말했다.
윤준호·표창원 민주당 의원은 17일, 송기헌 의원은 23일 경찰 조사를 받을 예정이다.
패스트트랙 지정 과정에서 충돌을 빚어 경찰의 소환 통보를 받은 여야 국회의원은 총 18명이다. 수사 대상이 된 한국당 의원들은 채이배 바른미래당 의원을 감금하고 사개특위 논의를 방해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은 한국당 의원 4명에 대해 지난 4일까지 출석을 요구했으나 응하지 않아 이들에게 2차 출석 요구서를 보냈다. 경찰은 또 국회 의안과와 사개특위 회의실 앞, 정개특위 회의실 앞 등에서 발생한 충돌과 관련해 여야 국회의원들을 수사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고소·고발된 현직 국회의원은 총 109명이며 정당별로는 한국당 59명, 민주당 40명, 바른미래당 6명, 정의당 3명, 무소속 1명이다.
민주당은 패스트트랙 처리 과정이 담긴 영상이 모두 확보된 만큼 고발된 여당 의원들에 대해 무혐의를 입증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하며 상대적으로 여유 있는 모습이다.
이와 반대로 한국당은 '야당 탄압'이라며 공식적으로 수사를 거부하고 있다.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는 "한국당 의원 소환만을 계속해서 추구하고 있다"며 "이러한 부분은 자유한국당에 대한 압박으로 보인다"고 말한 바 있다.
하지만 일부 의원은 경찰 수사가 실제 처벌로 이어질 것을 우려하고 있다. 특히 채이배 의원을 의원실에 감금한 의원들과 의원실을 점거하고 그 과정에서 물리력을 행사한 의원들은 긴장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회법 위반 혐의로 벌금 500만원 이상 처벌을 받으면 최소 5년간 피선거권이 제한돼 사실상 정치 생명이 끝날 수 있기 때문이다. 민주당 관계자는 "불법 행위가 명백하게 영상으로 남아 있어 빠져나가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이인영 민주당 원내대표도 이날 원내대책회의에서 "한국당 마음 깊숙한 곳에 숨겨둔 (패스트트랙) 고소·고발을 취하하라는 엉큼한 요구의 본색을 드러내려 하느냐"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경찰의 소환이 시작된 이날 한국당은 나경원 원대대표실에서 소환 통보된 의원들이 모여 대책 회의를 열 예정이었다. 하지만 대책 회의 소식이 언론에 알려지자 이에 부담을 느껴 회의를 취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해 홍준표 전 한국당 대표는 이 사안에 대한 정치적 해결을 주장하고 나섰다. 홍 전 대표는 전날 페이스북을 통해 "국회 선진화법 위반은 정치인에게 사형선고를 내릴 수 있도록 제정 당시부터 예고됐던 법"이라며 "정치적 해결만이 최선책"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정치 문제를 정치로 풀지 않고 스스로 사법기관에 예속되는 길을 선택한 정치권도 한심하지만 그것을 이용해 한국당 내분과 붕괴를 노리는 세력도 비열하기는 마찬가지"라며 "그 문제는 국회 자율권에 속하는 문제이고 수사 대상이나 재판 대상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이윤식 기자 / 김유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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