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법안은 각 상임위원회에 소관 법률안의 심사를 담당하는 법안심사소위원회(법안소위)를 2개 이상 둘 수 있도록 하고, 법안소위를 매월 2회 이상 열도록 정례화한 게 특징이다.
여야 대치 속 국회의 법안 심사 속도가 더뎌지고, 민생경제 법안 처리가 되지 않으면서 문 의장이 내놓은 '고육지책'이다. 강제규정이 아닌 훈시규정인게 걸림돌이다. 여야의 법안 처리 의지가 관건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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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 안하는 국회
16일 국회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20대 국회의 법안 처리율은 27%에 불과하다. 총 2만795건의 법안이 발의됐으나 법률에 반영된 수는 5674건에 불과했다. 전체 71%인 1만4808건이 계류 중이다. 법안 10개 중 7개 이상은 계류돼 있다는 뜻이다.
법안과 결의안 등을 포함한 역대 국회의 의안 처리율을 살펴보면 20대 국회의 '태업'이 더욱 두드러진다. 16대 국회에서 65.98%에 달하던 의안 처리율은 17대 52.15%, 18대 45.41%, 19대 42.82%로 지속적으로 떨어져 왔다. 그럼에도 2건 중 1건 가량을 처리하던 전임 국회와 달리 현 20대 국회의 의안 처리율은 20%대에 머물고 있는 상태다.
국회가 공전하면서 각 상임위원회 법안소위도 3년여간 많게는 60여회, 적게는 10여회도 열리지 않았다. 최저임금과 탄력근로제, 주 52시간 근로제 등 고용노동현안이 많은 환경노동위원회와 각종 세법 등을 다루는 기획재정위원회가 각각 63회, 62회 법안소위를 열었다. 정보위원회가 6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가 10회, 여성가족위원회가 12회 법안소위를 열었다. 국가정보원을 담당하는 정보위원회를 제외해도 각 상임위원회의 법안소위 개최 수는 낮은 수치다.
국회가 제대로 돌아가지 않으면서 최저임금 결정구조 개편, 탄력적 근로시간제 확대 등의 고용노동법안과 데이터 활용 규제 해소를 위한 빅데이터 3법(개인정보보호법·정보통신망법·신용정보법), 혁신기업 활성화를 위한 차등의결권 등의 법안은 각 상임위원회에 발이 묶여 있다.
◇일 하는 국회를 만들자
문희상 국회의장은 이 같은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국회 운영위원회를 통해 일하는 국회 1호 법안을 처리했다. 법안소위 정례화라는 부분 때문에 이견차가 있었지만, 여야는 국회법 개정안을 본회의에서 처리했다.
이 법안이 17일부터 시행된다. 골자는 법안소위 월 2회 정례화와 복수화다. 상임위별 법안 처리율을 높이고자 법안소위를 매월 2회 이상 열게 했다. 싸울 때 싸우더라도 국회 안에서 싸워야 한다는 문 의장의 의중이 담겼다.
또 법안소위 복수화는 쟁점법안에 대한 이견 때문에 비쟁점법안이 영향받는 것을 방지하고자 추진하는 제도다. 쟁점법안과 비쟁점법안을 분리해 비쟁점법안부터라도 처리하자는 뜻이다.
일하는 국회, 신뢰 받는 국회를 만들기 위한 제도적 장치인 셈이다. 임시·정기국회 회기가 아니더라도, 국회가 열리지 않거나 여야가 의사일정에 합의하지 못해 '개점휴업' 상태가 지속되더라도 법안소위를 열고 법안을 심사할 수 있게 됐다.
문제는 강제성이 없는 훈시규정이라는 점이다. 법안소위 정례화나 복수화를 실시하지 않더라도 '페널티'가 전혀 없다.
실제 대다수 상임위원회는 17일 이후 법안소위 2회 개회 일정을 잡지 않은 상태다. 일정을 잡은 상임위원회도 19일까지인 6월 임시국회 회기 막판 두 차례 소위 일정을 잡았다. 행정안전위원회와 보건복지위원회, 정무위원회, 기획재정위원회, 환경노동위원회 등은 16~18일 사이에 법안소위 일정을 잡았다. 상임위원회 관계자는 “6월 임시국회 회기 중 법안소위 일정을 잡았다”면서 “7월 일정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고 전했다.
국회 고위관계자는 “강제성이 없지만 국민과 언론이 지켜보는 가운데 여야 모두 법안소위 정례화나 복수화를 무시할 수는 없을 것”이라면서 “일하는 국회법 정착은 시간을 두고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안영국 정치 기자 ang@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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