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한국으로의 수출규제로 촉발된 한일갈등이 격화되고 있는 가운데 일본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대북정책 행보에 불안을 느끼고 직접 행동에 나선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됐다.
미 국방부 동아시아 정책담당 수석고문을 지낸 일본·동아시아 안보전문가인 제임스 쇼프 카네기국제평화재단 선임연구원은 16일 미국의소리(VOA)와의 인터뷰에서 “단순히 징용노동자 판결 문제 한건만으로 일본이 이런 조치를 취했다고 보지 않는다”며 “지난 몇년 동안 한일 사이에 계속 쌓여온 문제가 터진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한국과 일본은 수출우대국(화이트리스트)과 정례적으로 하는 실무급 양자 협의조차 2년째 하지 않았다”며 “상호 불신과 의심이 이미 깊이 쌓였다는 뜻이고, 과거사 문제를 넘어서는 요소가 있는 것”이라고 했다.
쇼프 선임연구원은 그러면서 “기저의 문제는 일본의 안보 불안으로, 미국이 예전만큼 든든한 동맹이 되어주지 않을 수도 있다는 불안감”이라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비무장지대(DMZ) 깜짝 방문에서 보여준 행보는 과연 미국이 북한에 대해 얼마나 더 단호하고 일관된 모습을 보여줄 것인지 일본에 많은 의문을 던졌다”고 했다. 이어 “일본의 안보 불안에 가장 크게 기여하고 있는 것은 미 정부”라며 “이 문제는 미국이 한미연합훈련을 줄이거나 아예 취소하면서 두드러졌다”고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북미정상회담을 가진 뒤 일본과 상의없이 한미연합훈련을 축소하고 이후에도 주한미군을 감축할 것이라는 관측이 꾸준히 이어지면서 일본이 안보 측면에서 미국의 역할에 대해 우려를 품기 시작했다는 얘기다. 쇼프 선임연구원은 또 일본 내에서는 문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을 이런 방향으로 밀고 가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있다고 덧붙였다.
이는 한국이 일본의 이번 조치가 단순히 통상문제 뿐 아니라 일본의 동북아정세 전략 변화와도 맞닿아있다고 분석하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이와 관련해 문재인 대통령은 전날 주재한 수석·보좌관회의에서 일본의 수출규제 조치에 대해 “남북관계 발전과 한반도 평화를 위해 총력을 다하고 있는 우리 정부에 중대한 도전”이라면서 “우리 정부의 노력을 지지하며 한반도 평화프로세스에 동참하고 있는 국제사회의 공동 노력에 대해 불신을 야기하는 것이기도 하다”고 규정한 바 있다.이와 함께 쇼프 선임연구원은 한일갈등 해소를 위해 미국의 중재자보다는 촉진자 역할을 해법으로 제시했다. 그는 “지금 필요한 것은 한일이 더 긴밀하게 소통해서 상호 불신을 푸는 것”이라며 “미국이 중재자 역할을 하는 것은 효과적이지 않다”고 했다. 이어 “중재를 하다보면 어느 한쪽의 편에서 평가를 내려야 하기 때문”이라며 “미국이 대화 촉진자 역할은 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그는 또 “현재까지는 한일갈등에도 불구하고 미·한·일 3국 공조는 잘 관리되고 있는 것 같다”면서도 “물론 갈등이 계속되면 협력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우려된다. 미국의 대북정책이 바뀌지는 않겠지만 3국이 단결된 전선을 형성하는 데 애를 먹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신대원 기자/shindw@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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