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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6 (수)

[조동호의 내 인생의 책]②생각에 관한 생각 - 대니얼 카너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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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있는 행동경제학

경향신문

경제학을 처음 접했던 시절 어리둥절했다. 사회과학이랬는데, 오히려 철학이나 종교 같았다. 인간은 합리적이라는 핵심 가정부터 그랬다. 성선설이나 창조설류(類)와 뭐가 다르랴. 도긴개긴, 오십보백보였다.

아무리 돌이켜봐도 내 결정은 합리적이지 않은 적이 더 많았고, 주변을 돌아봐도 합리적인 친구는 거의 없었다. 도무지 믿기 어려웠다. 차라리 우리는 민족중흥의 역사적 사명을 띠고 태어났다는 말을 믿는 게 쉬웠다. 그러다 행동경제학을 만났다. 경제학에 심리학을 더한 것이라 생각하면 된다. 예컨대 이런 경우를 보자. 100% 확률로 75만원 얻기(선택 1) vs 75% 확률로 100만원 얻기(선택 2). 실험 결과 대부분의 사람들은 선택 1을 택했다. 그러면 다음 경우엔 어떨까. 100% 확률로 75만원 잃기(선택 1) vs 75% 확률로 100만원 잃기(선택 2). 이번엔 대부분 선택 2를 택했다.

전통 경제학에 의하면, 두 선택의 기대치는 같으므로 편중이 없어야 하고, 첫째 경우에서 선택 1을 택했다면 둘째 경우에서도 선택 1을 택했어야 한다. 그런데 사람들은 이익의 영역에서는 위험회피를 하더니, 손실의 영역에서는 위험선호의 성향을 보였다. 합리적이지도 않았고, 일관성도 없었다. 연봉이 1억원에서 9000만원으로 줄어든 사람보다 4000만원에서 5000만원으로 늘어난 사람이 총수입은 작아도 더 행복할 수 있다. 인간은 절대치보다는 기준점의 변화에 더 민감하기 때문이다. 결국 인간은 제한적으로 합리적이며 때론 감정적으로 선택한다.

저자 대니얼 카너먼은 행동경제학의 창시자이자 대부로 일컬어진다. 심리학자이면서도 2002년 노벨 경제학상을 받았다. 경제학을 보다 더 인간답게 만든 공로이다. 이 책은 그의 첫 대중교양서이다.

조동호 |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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